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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쇼(見性): 월스트리트를 호령하는 인공지능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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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의 기술 분야 실무 책임자인 마틴 차베스는 무척 활기찬 사람이다. 수염을 기른 차베스는 켄쇼에 대한 열정적인 찬사를 이어갔다. “지금까지는 장인이 물건을 만드는 것처럼 일종의 맞춤형 방식으로 하나하나 해오던 일이 켄쇼가 일으킨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기에 접어들었달까요?”

차베스는 켄쇼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다. 켄쇼가 하는 일은 이전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해서 사람들이 좀처럼 시도조차 하지 않던 일이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검색할 수 있는 사건의 종류가 계속해서 제한적일 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켄쇼 발 충격과는 상관없이 차베스가 계속해서 박차를 가해 온 골드만삭스의 디지털화 작업 덕분에 이미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는 이들의 특징이 많이 바뀌었다. 즉, 지난 몇 년간 전체 직원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신입사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의 숫자는 매년 5%씩 늘어났다. (골드만삭스는 월스트리트 기업 가운데 직원 수가 많이 줄어들지 않은 몇 안 되는 곳이다) 차베스는 말을 이었다.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뒤에는 지금 우리가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직업이 분명 생겨나겠죠.”

온라인이 오프라인 거래를 가장 빠르게 대체한 분야 가운데 하나인 주식 거래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자동화가 골드만삭스 같은 조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주식은 이제 온라인상에서 사고 팔린다. 차베스는 온라인 거래가 시작되면서 옛날처럼 전화로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하는 직원 숫자가 600명에서 4명까지 줄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이야기 일부분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트레이더는 새로운 거래 방식 자체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 나아가 고속 거래(high-speed trading), 즉 빠르게 사고파는 거래를 관장하는 데이터 센터에는 새로운 유형의 일을 해줄 직원이 필요하다.

골드만삭스는 정확히 직종별 인적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온라인 트레이딩 부서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일했던 폴 초우는 트레이더 열 명이 예전 방식으로 하던 일을 프로그래머 한 명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트레이더 인력만 놓고 보면 규모가 1/10로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마지막 트레이더를 맨해튼 사무실 4층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였다.

자동화라는 것이 또한 칼로 두부 자르듯 진행되는 과정이 아니다. 이는 골드만삭스의 주식거래 운영방식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초우가 MIT를 졸업하고 처음 골드만삭스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아침마다 거래 시스템에 일일이 접속해서 각 프로그램이 내놓은 투자 결과에 실수는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초우에게 주어진 일이었다. 초우 옆자리에는 전화로 매수, 매도 주문을 받아 거래를 진행하던 시절부터 일해온 여성 트레이더가 있었다. 그녀는 초우를 비롯한 신입 사원들에게 거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눈여겨봐야 하는 항목, 실수를 막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을 설명해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컴퓨터 알고리즘 자체가 사람이 손수 확인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실수할 확률이 낮다는 것이 거듭 증명됐다. 옛날 방식의 트레이더였던 여성은 골드만삭스를 떠났다. 그리고 초우는 모든 시스템에 일괄 로그인한 뒤 결과를 스크린 하나에 종합해 띄우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인 날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상사 한 명이 초우에게 했던 말을 초우는 아직도 기억한다. “이거야 원, 내가 이제 회사 나와서 할 일이 진짜 없어졌는걸.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초우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처리하는 사이 초우는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에 새로운 거래 전략을 가르치고 입력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했던 반복적인 모니터링보다 훨씬 보람찬 일이었지만, 결국에는 이 또한 쳇바퀴 도는 일처럼 느껴졌다. 초우는 2010년 골드만삭스를 떠나 실리콘 밸리로 향했다. 이미 초우가 속한 팀은 그가 입사했을 때보다 규모가 더 작아져 있었다. 초우는 아내, 그리고 다른 창업자 두 명과 함께 옵션거래 플랫폼인 레저X(LedgerX)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대화가 계속되면서 네이들러는 켄쇼가 골드만삭스 자체의 일자리를 없앨 거라는 의견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듯했다. 그렇지만 켄쇼와 다른 금융 스타트업들이 급융업계 전반에 뿌리를 내리면서 지금 있는 일자리들이 줄어드는 건 불 보듯 뻔한 이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골드만삭스 말고 다른 회사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가 켄쇼와 독점 계약을 맺었던 것은 지난 여름까지였다. 계약이 만료되자마자, 네이들러는 제이피모건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도 계약을 맺고 켄쇼의 서비스, 보고서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제공하는 일자리에 소프트웨어 말고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야 수없이 많을 것이다. 현재만 하더라도 은행들은 경기 침체에서 생각보다 더디게 회복하는 세계 경제,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 때문에 몸집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는 동시에 저비용 고효율 경영 방식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 실수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지금껏 맡겨온 일을 훨씬 싸고 투명하며 더 확실한 방식으로 할 방법이 검증된다면 어떤 은행이든 이를 반기지 않을 리 없다.

차베스에게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와 새로 생겨나는 속도에 대한 견해를 묻자, 차베스는 그건 진짜 아무도 모르는 문제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우리 시대에 던져진 가장 흥미로운 질문 가운데 하나 아닐까요?”

자동화에 관한 “고용의 미래” 보고서를 쓴 옥스포드대학의 프레이는 혁신이 과거만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스웨덴 학자인 토르 버거와 함께 쓴 논문에서 프레이는 1980년대에는 많은 미국인이 10년 전에는 없던 직업을 갖게 됐다고 썼다. 그 당시 IBM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1990년대 들어 둔화됐고 2000년대를 지나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프레이는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 대부분이 개인 트레이너나 바리스타 등 어떤 의미에서 소수의 부자에 기대는 저임금 직종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기술이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는 노동을 불필요하게 만들고 있는 거죠.”

최근의 기술 발전은 대부분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즉, IBM이나 델은 새로운 고객에게 컴퓨터를 한 대 팔 때마다 그 컴퓨터를 제작하고 조립할 노동자가 필요했다. 반면 페이스북이나 켄쇼의 프로그램, 알고리즘, 플랫폼은 사실상 추가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복제될 수 있다. 초우가 만든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이론적으로는 바로 다음 날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골드만삭스 거래팀에서 쓰일 수 있었듯이. 1970년대 디트로이트에서는 자동차 부품을 실제로 만드는 건 로봇이더라도 여전히 한 번에 한 대씩 차를 찍어냈다. 한꺼번에 여러 대를 찍어내는 데는 분명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다. 초우는 골드만삭스와 실리콘 밸리에서 시간을 보낸 뒤 자동화 시대의 양상이 과거와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절감했다.

“(새로운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 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지는 못하고 있어요.”

켄쇼를 보면 딱 그렇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도 안 돼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 세 곳을 고객으로 삼은 켄쇼가 현재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사무실 두 곳을 겨우 채울 수 있는 50여 명이 전부다. 최근 켄쇼는 뉴욕 사무실을 좀 더 넓은 세계무역센터 건물로 옮겼다. 더 큰 책상을 들여놓을 공간이 생겼고 사람도 더 뽑기는 하겠지만, 새로운 공간 대부분은 공동 부엌, 당구대, 식물을 키우는 정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켄쇼의 가치는 이미 수백만 달러에 육박했고 창업자인 네이들러도 그가 가진 켄쇼 지분 가치에 따라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켄쇼의 대성공이 미국 노동시장 전체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테크 분야에서 일하는 사업가들 가운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꽤 있을 거예요. 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그것도 기술 관련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요. 켄쇼만 해도 그래요. 서류상으로는 분명 수백만 달러 가치를 창출해냈어요. 그건 사실이긴 해요.”

지난여름 네이들러를 처음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을 때 네이들러는 어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분석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겠죠. 하지만 우리가 매우 높은 연봉을 받는 극소수의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대가로 적당히 높은 연봉을 받아 온 상당히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앗아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사회적으로 손익 계산을 해보면 어떻게 될까요? 기계에 밀려난 사람들을 전부 고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 한, 사회가 제공하는 안전망이 부재하고 정책적 개입도 없는 사회에서 이는 분명한 손실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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