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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의 고갈’이 사실이 아니라면(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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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 카터는 “자아의 고갈” 이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연구자 중 한 명입니다. 마이애미 대학의 대학원생이던 그는 2007년 처음 알려진, 당분이 든 음료가 의지력을 보충해준다는 레모네이드 효과를 재현하려 했습니다. “나는 모을 수 있는 만큼 많은 참가자를 모았고, 결국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내 실험 능력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지요.”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카터는 83개의 연구에서 198개의 실험을 수집해 분석했던 2010년의 메타-분석 연구를 조사했습니다. 그가 그 논문을 자세히 살펴볼수록, 그는 점점 더 이 연구의 결론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선, 그 연구는 학술지에 실린 연구만을 다루었으며, 이는 그 연구들이 이론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편향돼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각 연구는 자제력에 대해 상반되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의지력이 떨어진 참가자들이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고 가정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의지력이 떨어진 이들은 낯선 이를 잘 돕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카터와 그의 지도교수였던 마이클 맥클러는 2010년 논문에 실린 데이터들을 최신 통계기법을 이용해 재분석했고, 결국 ‘의지력의 고갈’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카터와 맥클러가 지난해 출간한 두 번째 메타-분석 연구는 논문지에 실리지 못한 48개의 실험결과를 더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도 그들은 ‘의지력의 고갈’ 효과에 대해 “거의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카터는 이제 서른한 살이지만 아직 대학에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방향을 잃었죠. 평소 같으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자, 이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만 100개가 넘어. 그러니 안심해도 돼. 이건 확실한 거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라진 거죠.”

모든 이가 카터와 맥클러의 주장을 믿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사용한 통계적 방법은 상당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습니다. 이 분야의 몇몇 저명한 연구자들은 그들이 섣불리 결론을 내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주장 중에는 다른 문제점을 가진 것들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레모네이드 효과는 사실 그 자체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현상입니다. 한 잔의 레모네이드에 담긴 당분은 그렇게 빨리 뇌로 전달될 수 없으며, 또 어떤 차이를 만들 만큼 많은 양도 아닙니다. 게다가 한 연구는 그저 사람들에게 레모네이드로 입가심만 한 후 뱉어내도록 했을 때도 의지력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의 믿음이나 마음가짐이 의지력의 고갈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런 비판들이 원래의 주장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정도로 치명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의지력은 제한된 자원이지만, 단지 자신이 가진 동기의 영향을 받는 것일 수 있습니다. 사실 소비도 그런 것이지요. 한 사람의 소비 습관은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자신이 얼마나 돈을 가지고 있는가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도 영향을 받습니다. 어쨌든 위의 메타-분석 연구와 관련된 논란과 함께, 의지력의 본질에 대한 이 모든 질문은 이 분야 자체를 의심스럽게 만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2014년 10월, 미국 심리과학회(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는 이 문제의 해결을 공언했습니다. APS는 중요한 연구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 하나의 실험을 여러 다른 실험실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등록 재연 보고서(Registered Replication Report)”를 제안했습니다. 2010년 메타-분석 연구의 저자인 마틴 해거가 주 저자를 맡았으며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실험방법을 도왔습니다.

이 재연 팀은 먼저 구체적인 실험방법을 정해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100여 개의 자아 고갈 연구 중 어떤 연구를 재연해야 할까요? 바우마이스터는 자신이 선호하는 몇 가지 실험을 제시했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연 실험은 서로 다른 환경의 연구실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초콜렛 칩 쿠키 실험은 동일한 반복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만약 어떤 연구실에서 쿠키를 태워버린다면, 그 실험은 다른 실험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바우마이스터의 조언에 따라, 해거의 팀은 2014년 발표된 미시건 대학의 연구를 재연하기로 했습니다. 이 연구는 표준적인 자제력 과제를 사용했습니다. 곧, 참가자들은 화면에 떠오르는 간단한 단어들을 봅니다. 그 단어들에는 level, trouble, plastic, business 등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그 단어에 e가 존재할 경우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단, e 앞 두 글자와 뒤 두 글자에 다른 모음이 없어야 합니다. 즉, trouble을 보고 나서는 버튼을 눌러야 하지만 level이나 business를 본 뒤에는 버튼을 눌러서는 안 됩니다. 미시건 대학의 연구에서 이 과제는 자제력을 심각하게 고갈시켰습니다. 이 과제를 먼저 수행한 이들은 그다음 과제에서 성적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24곳의 다른 연구실에서 이 실험을 재연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인도네시아에서는 그 나라 언어에 맞게 과제가 조금 변형되었습니다. 실험이 이루어진 24곳 중 단 두 곳에서만 유의미한 효과가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한 곳에서는 자제력이 상승하는 역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모든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이 실험에서는 바우마이스터와 타이스가 주장했던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위의 e 단어 과제는 참가자의 의지력을 감소시키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또는 두 번째 과제가 의지력의 고갈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사실 바우마이스터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이 실험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는 호주에서 수화기 너머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자아의 고갈이 실재한다고 믿습니다. 이 실험은 실패했지만, 개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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