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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의 개입과 지원, 독재자에게 약일까 독일까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강대국들이 떳떳하지 못한 독재 정권을 지원해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강대국들은 때로는 전략적 이해 때문에, 때로는 자연 자원과 같은 경제적 이유로 다양한 방식으로 독재자와 독재 국가를 지원해 왔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학자와 정부 관료들은 이 같은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논의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리버럴들은 미국이 민주주의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자국민을 탄압하는 독재자를 지원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지적했지만, 현실주의자들은 “우리가 잘 아는 친미 성향의 전제 군주”가 “정체 모를 반서구 종교 지도자”보다 나을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습니다.

하지만 논의에서 빠진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독재자들을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원래 의도대로 이들의 장기적 권력 유지와 안정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중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외부의 도움은 오히려 정권의 생존력을 약화시켰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강대국의 지원을 받게 된 독재자는 자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오히려 과격하게 탄압하게 됩니다. 그러니 정말 심각한 위기가 닥쳤을 때는 국내에 동맹도, 지지기반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때는 멀리 있는 미국이나 영국도 도와주는 데 한계가 생깁니다. 이렇게 서구로부터 넘치는 지원을 받고도 혁명으로 무너진 독재 정권의 수는 상당합니다. 이라크의 하쉬마이트 왕국, 이란의 팔라비 왕조,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 모두 여기에 해당하죠. 모두 지원을 받던 초기에는 안정을 이루는 듯했으나, 결국에는 무너졌습니다.

외부의 도움이 오히려 해가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독재자들도 자신의 생존이 제1의 목표라는 점에서는 여느 정치인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생존이란 재선에 성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권위주의 체제에는 선거가 없으니 독재자는 권력 유지에 필요한 지지층의 규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둘째, 독재자들은 ‘자기편’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대중에게 일자리, 안전, 복지 등을 제공하여 정권에 불만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 되겠지만, 이는 많은 돈과 자원이 드는 어려운 일입니다. 자기편은 아주 소수로 유지하고 사회 전체를 탄압하는 편이 타협과 협상을 통해 사회 전반의 충성심을 얻는 것보다 싸고 쉽기 때문에 독재자들은 이 길을 택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독재자들의 뜻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쿠웨이트와 이란을 예로 들어보죠. 반대파와 시민들의 반발에 쿠웨이트의 사바 정권은 영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지만, 석유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 쿠웨이트는 영국에 그다지 의미가 없었고 영국 정부는 지원을 거절합니다. 덕분에 쿠웨이트의 지도자들은 억지로라도 성난 시민, 정치적 반대파와 협상하고, 소수 집단으로부터 추가적인 지지를 얻어내는 등 정치력을 발휘하는 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미국에 반소련 파트너 대접을 받으며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았던 이란 팔라비 왕조는 국민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죠. 이후, 두 국가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팔라비 왕조는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졌지만, 쿠웨이트 정권은 시민들의 저항과 오일쇼크, 이라크-이란 전쟁의 여파, 이라크의 침공까지 모든 위기를 겪고도 살아남았습니다. 조금은 덜 배타적이고 덜 억압적인 정치로 국가와 사회 간 신뢰를 쌓아둔 덕이었습니다. 아랍의 봄 당시 여러 국가의 시위대가 서구의 개입을 요청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관계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당시에는 서구의 도움이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양보하고 타협한 경험이 오히려 정권을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죠. 지금도 쿠웨이트에서는 정권의 비민주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있을지언정, 정권 자체를 끌어내리자는 목소리는 거의 없습니다.

독재자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는 비싸고 어려운 방식보다 대중을 탄압하는 손쉬운 방법을 선호하지만, 이는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의 이야깁니다. 타이밍 또한 중요합니다. 신생 국가는 형성 초기에 불안정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외부의 개입은 앞으로 이 신생 국가가 어떤 제도와 정책을 취하게 될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정부와 정당은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산업 정책을 펼지, 군사 규모는 어떻게 결정할지 등 많은 결정이 이때 이루어지죠. 이때 외세의 개입이 크면 클수록, 정책은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그 여파는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외부의 도움과 정권 안정 간의 관계로부터 단기 안정에 대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외교, 군사, 경제적 지원이 단기적으로 안정을 끌어낼 수는 있지만, 좋지 않은 유산을 남기니까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의 여파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미군의 압도적인 화력을 등에 업은 편이 손쉬운 승리를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의 싹이 텄고 이는 지역 전체의 오랜 불안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날에도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이 각국의 독재 정권을 보호, 지원하며 영향력 확대와 전략적 이익 수호를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주는 쪽, 받는 쪽 모두 도움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포린 어페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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