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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종이 신문 산업이 번창하는 이유

“심슨” 시리즈의 최근 화에서 할아버지 심슨이 약에 취해 과거의 스프링필드(심슨의 배경 도시 이름)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는 스프링필드 타임즈, 스프링필드 데일리뉴스, 스프링필드 트리뷴 등 대형 신문사 건물 사이를 터덜터덜 덜어가며 “아, 좋았던 옛날이여!”라고 탄식하죠. 세계 곳곳에서 신문사는 그 화려한 영광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심슨이 방문해 잘 나가는 지역신문사를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아마도 이제 인도밖에 없을 겁니다. 인도에서는 아직도 8만2천 개가 넘는 신문사가 지역 신문을 출판합니다. 어떻게 인도만은 세계적 추세에서 비켜서 있는 걸까요?

작년 인도의 신문 산업은 8% 성장했습니다. ‘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것 같은 추세와는 대조적이지요. 앤더스 아날리시스라는 연구 기관은 영국의 출판 광고 시장이 2015년 17조 원(9억 9,300만 파운드)에서 2018년 10조 7천억 원(6억 2,500만 파운드) 규모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에 비해 인도에서는 아직도 출판 광고가 기업 광고의 43%를 차지합니다. 2010~2014년 인도 신문사들의 이윤은 40%나 성장했습니다. 어떤 신문사들의 연 구독료는 399루피(6천 원 상당, 뉴욕타임스 일요일판 한 부 가격)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장세를 이끈 건 지역 신문사입니다. 2014년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이닉 자그란이라는 힌두계 신문사가 독자 수 1,660만 명으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습니다. 점유율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영어 신문은 타임즈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뿐입니다. 나머지는 지역별로 특화된 소규모 지역 신문입니다. 문맹률이 개선되고 지역별로 관심사가 무척 다르기 때문이죠. 인도의 종이 신문이 번창하는 이유는 인터넷 신문이 4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에게 소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링크는 깨져있기 십상이고, 기사를 읽기 불편한 화면 구성이나 수준 낮은 광고는 가독성을 떨어뜨려 독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24시간 TV 뉴스도 가벼운 뉴스만 실어나르긴 마찬가지입니다. 아룬 자이틀리 재무장관은 최근 진실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TV보다 신문을 보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신문사는 비용을 줄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마라티 지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로크맛이라는 신문사는 공장을 100% 활용하기 위해 경쟁 신문사인 마하라뉴트라 타임즈를 같은 공장에서 인쇄합니다. 지역 신문사는 각 지역의 사업가들과 손을 잡고 작은 시골 마을까지 유통망을 개척했습니다. 소비자도 세일이나 사은 행사 등에 빠르게 반응합니다. 덕분에 신문사는 아직도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발휘합니다. 인도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이 바쁜 골목을 걸어가며 종이 신문을 펼쳐 든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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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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