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3일,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왕과 나>의 공연 도중 한 자폐 아동이 공연을 방해하는 소음을 냈습니다. 자폐 아동과 그의 가족은 관객들의 항의에 공연 중간에 자리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배우인 켈빈 문 로(Kelvin Moon Loh)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인의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사건은) 극 중에서 매우 긴박감 넘치는 순간인 ‘채찍질을 하는 장면’에서 발생했습니다. 관객석에서 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공포스러운 목소리가 극장 전체에 울려 펴지기 시작했습니다. 관객들은 아이의 어머니에게 그를 극장에서 내보내라고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저런 아이를 극장에 데려온 거야?”와 같은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이건 잘못됐습니다. 완전히 잘못됐어요.”
켈빈 문 로는 “화가 나고 슬픕니다.”라고 운을 뗀 글에서, 소년의 어머니는 결국 관객석을 떠나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총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연극 중에서 2시간 30분이 지나던 그 시점 이전에는 소년이 극을 방해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아들을 극장에 데려온 어머니의 행동을 비난하는 대신 그 용기에 갈채를 보냈습니다.
“아들을 극장에 데려온 것은 정말 용감한 행동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삶이 어떤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두려움에 굴복하며 살지 않기로 결심한 겁니다. 그 두려움으로 인해 아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녀는 거부한 것입니다.”
또한 그는 <왕과 나>는 가족 뮤지컬임을 강조했습니다. 장애가 있는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가족에게 열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커튼콜을 할 때, 그들 가족이 앉아있던 세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저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어머니가 (그 사건 이후로도) 우리 단원들은 계속 쇼를 진행했으며, 전혀 방해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평생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다음은 켈빈 문 로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 전문입니다.
“화가 나고, 슬픕니다.
저는 지금 막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무대에서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떤 가족이 자폐증이 있는 아동을 데려온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제가 지금 쓰는 이 포스트는 아마 당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당신은 극 중 매우 조용한 장면에서 소리를 지른 아이를 데려온 엄마를 비판하리라 예상할지도 모릅니다. 자폐 아동을 극장에 데려왔다고 엄마에게 소리 지른 관객들을 옹호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당신은 눈앞에서 갑자기 발생한 소음으로 인해 퍼포먼스를 방해받은 제 극단의 배우들에게 제가 동조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대신, 저는 묻고 싶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배우들은, 관객들은 우리 자신의 경험에만 가치를 두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잃기 시작한 걸까요?
무대는 늘 제게 인간의 경험을 탐험하고, 분석하고 이를 반대로 저 자신에게 투영해보는 공간이었습니다. 오늘, 관객석에서 매우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네, 그리고 그것은 분명 관객들과 배우가 만든 환상을 깼습니다.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극장은 결국 사람들을 하나로 잇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극장은 단순한 오락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극장 밖을 나설 때,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그렇습니다. 사건은 극 중 매우 긴장감 넘치는 장면인 ‘채찍질 장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아동이 관객석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소리는 매우 무서웠습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저녁, 마찬가지로 같은 장면에서, 관객석 앞쪽에 앉아있던 한 여자아이가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자폐 아동이 아니었고, 그 당시에 아무도 그 아이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다른가요?
자폐 아동의 목소리가 극장 전체에 울려 펴지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그의 어머니에게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극장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왜 저런 아이를 극장에 데려온 거야?”와 같은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이건 잘못된 일입니다. 완전히 잘못됐어요.
왜냐하면, 관객들은 자신들이 고함을 지르지 않아도 그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를 극장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아이가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는 사실을요. 그녀가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려고 할수록, 그 아이는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당장이라도 쇼를 멈추고 이렇게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모두 진정하세요! 지금 어머니도 노력하고 있어요. 그녀가 노력하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저는 관객분들이 다시 하라면 기꺼이 처음부터 공연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티켓도 모두 환불해드릴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녀가 아들을 극장에 데려오기까지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녀의 삶이 어떤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두려움에 굴복하며 살지 않기로 결심한 겁니다. 그 두려움으로 인해 아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것을 그녀는 거부한 것입니다. 어쩌면 그녀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매우 유명한 뮤지컬의 통로 쪽 자리를 구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가족들과 뮤지컬을 보기 위해 산 표와 같은 값을 주고 표를 샀습니다. 그녀의 계획은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행복한 오후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그녀가 걱정하던 상황이 발생했을 뿐입니다.
저는 극장은 모든 이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조셉 팝(Joseph Papp)의 말을 믿습니다. 저는 그 말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제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뮤지컬 <왕과 나>는 가족들을 위한 뮤지컬입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는 모든 가족에게 열려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가족들과 그렇지 않은 가족 모두에게요.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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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런 기사를 보면... 백인(서양인? 어떤 범주가 옳은지 모르겠네요)들의 자애로움은 확실히 더 나은 거 같군요. 한국이라면 ... 데려오지도 못했겠지요. 저한테 저런 일이 있었다면 저는 '왜 저런 애를 데려와가지고.."하는 불만을 안 내뱉었으리라는 확신이 안드네요.
이 글이 그 아이와 어머니에게 꼭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