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넷플릭스가 1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하우스 오브 카드의 다섯번째 시즌을 공개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주말마다 이를 조금씩 나눠 보겠지만, 더 많은 이들이 소위 빈지 워칭(binge-watching)이라 불리는 방식인, 한 번에 여러 편을 몰아보는 방법으로 이를 즐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새 시리즈를 보는 동안은 기분이 나쁘지 않겠지요. 하지만 시리즈가 끝난 뒤에는 어떨까요?
한 번에 이를 다 몰아서 본 이들이 마지막 편이 끝난 뒤 슬픔 혹은 괴로움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옵니다. 작가 매튜 슈나이어는 뉴욕타임스에 실은 에세이에서 아지즈 안사리의 인기 코메디 시리즈 “마스터 오브 넌(Master of None)”이 끝나갈 때 “불안감과 조바심, 상실감”을 느꼈다고 썼습니다.
몇 년 전, 미네아폴리스 스타 트리뷴지에도 빈지 워칭 후 우울증과 공허함을 느꼈다는 어떤 이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한편, Nicky 라는 트위터러는 자신이 PBWD(post binge-watch depression)을 겪고 있다고 쓰기도 했지요.
이 모든 기록들이 과연 그저 TV를 너무 오래 보았기 때문에, 그래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일까요? 아니면 정말로 빈지 워칭이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요?
아직 빈지 워칭이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에는 충분한 실험적 결과가 있지 않습니다. 톨레도 대학의 연구진은 이 문제를 공중 보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첫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평균적으로 미국인은 하루에 2시간 49분 동안 TV를 봅니다. 이는 하루에 사용하는 여가시간의 절반이 넘는 양입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TV를 시청하는 형태는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빈지 워칭은 최근에 등장한 것입니다.
넷플릭스와 훌루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바로 이런 TV 시청 방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심지어 콜린스 사전은 “빈지-워치(binge-watch)”를 2015년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광고들과 소셜미디어 역시 빈지 워칭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를 “새로운 표준”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빈지 워칭에 대한 설문조사나 연구는 사기업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져 왔습니다.
2013년 넷플릭스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73%의 응답자는 빈지 워칭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이라고 답했습니다. 2015년 TIVO 의 조사는 2년 사이에 빈지 워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줄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조사에서는 무려 92%의 응답자가 때때로 빈지 워칭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TV 시청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장기적인 TV 시청이 비만의 위험과 함께 그리고 당뇨와 같은 질병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인 여러 과학적 연구들이 있습니다.
또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텍사스 A&M 대학의 연구진은 빈지 워칭과 고독감, 우울증이 연관되어 있음을 밝혔습니다. 또한, 빈지 워칭을 즐기는 이들은 자제심이 약하며 따라서 빈지 워칭이 일종의 중독행위 일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톨레도 대학은 406명의 미국인 성인을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응답자의 시청 습관과 정신 건강을 조사했으며 또한 빈지 워칭이 그들의 친구들 사이에 얼마나 퍼져있고 용인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2시간에서 5시간의 연속된 TV 시청을 빈지 워칭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응답자의 35%가 자신이 빈지 워칭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자신이 이에 속한다고 답한 이들은 지난 7일간 TV를 본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TV에 중독되어 있다고 답한 비율도 더 높았습니다.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예상대로, 자신이 빈지 워칭을 한다고 답한 이들이 더 높은 스트레스, 근심, 우울증 수치를 나타낼 확률이 더 높았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충분히 많은 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는 어느 정도 믿을만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해석하는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이 결과들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일 뿐입니다. 어쩌면 우울증, 스트레스, 근심이 빈지 워칭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두 요소가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근심을 덜기 위한 일시적인 방법으로 빈지 워칭을 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아직은 이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당신이 하우스 오브 카드나 제시카 존스, 왕좌의 게임에서 ‘다음 에피소드’ 버튼을 누를 때 잠깐 이 연구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군요.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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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 보기 또는 과도 시청 이런 번역은 어떨까요. Binge watching을 빈지 워칭으로 번역하는 것은 번역자의 책임 방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독자라도 그런 생각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좋은 용어의 조건 중에 그 용어를 처음 듣는 이들도 그 뜻을 어느 정도는 추측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되겠지요. 단지 그 단어가 외국에서도 신조어인 경우, 미국인에게는 그 단어(binge watching)가 참신한 느낌을 주는 반면, 한국인들에게 '몰아보기'나 '과도 시청'은 그런 뉘앙스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가능하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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