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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매우 무서운 병이지만 한 가지 그나마 다행스러운 특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어 보이는 그 암세포의 광기도 오직 환자 본인에게만 영향을 끼칠 뿐, 그의 사망과 함께 암세포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환자의 면역력과 현대 의학의 여러 기술을 이겨가며 쌓은 지식도 모두 사라집니다. 다른 이에게 발생한 암세포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만약, 암세포가 다른 이에게 옮을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 환자의 기관에서 기관으로 옮겨가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점점 더 새로운 능력을 진화시켜가며 퍼져나간다면 말이죠.

아직 그런 종류의 암이 인류에게 당면한 위협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 보고된 몇몇 연구들은 인간에게도 전염성 암이 곧 등장할지 모른다는 것을 예측게 합니다. 이는 자궁경부암처럼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암세포가 사람들 사이를 옮겨가며 스스로 증식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사람에게 암이 옮겨진 예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의 사건들입니다. 19세의 한 실험실 여직원은 결장암 세포가 든 주사기를 만진 후 손에 암이 생겼습니다. 한 외과 의사는 암 수술 중에 실수로 자신의 손을 베었다가 그 환자의 암세포가 옮겨왔습니다. 또한, 장기이식 과정에서 혹은 임신 중에 태아로 악성 종양이 옮겨간 예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경우 옮겨간 암세포는 더 이상 악성을 띠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개체에 전염되는 암은 아직 동물들에게서만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실험실에서 모기가 한 햄스터에 걸린 암을 다른 햄스터에게 옮긴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염성 암은 개, 태즈매니안 데빌, 그리고 최근 발견된 대합, 이렇게 세 동물에서만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예는 성관계를 통해 개들 사이에 전파되는 암입니다. 이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서가 아니라 암세포가 직접 옮겨가는 것입니다. 지난해 안드레아 스트라코바와 엘리자베스 P. 머치슨이 쓴 “죽지 않는 암세포(The Cancer Which Survived)”에 이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습니다.

“갯과 전염성 성병 종양(Canine transmissible venereal tutor disease)”이라는 이름의 이 병은 약 11,000년 전 어느 개의 한 세포가 암으로 바뀌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왜 고양이가 아니라 개에게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저자들은 개의 성교 시간은 약 30분에 이르며 이처럼 성교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성기 조직의 마찰 및 파괴가 암세포의 전이를 쉽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일반적으로 한 암세포는 하나의 개체 속에서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변이를 거듭하며 자신의 힘을 키웁니다. 따라서 수천 년을 살아남은 암세포는 자신의 악성 유전자를 수선하고 안정화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마련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암세포는 세포가 가진 본래의 DNA 수선기능을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변이 능력을 키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고대로부터 전해온 암세포 역시 자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암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존과 전파를 위해 개의 성행위에 영향을 주는 방법을 찾아냈을지 모릅니다.

두 번째로 발견된 전염성 암은 1990년대 중반 발견된 것으로, 태즈매니안 데빌이 서로 얼굴 피부를 떼어줄 때 전염되는 것입니다. 이 얼굴 피부암은 태즈매니안 데빌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은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단 두 사례만 보면 전염성 암은 그저 특별한 변이로 생각하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태즈매니아 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연구진은 PNAS에 실은 논문에서 태즈매니안 데빌 사이에 전염되는 또 다른, 유전적으로 상이한 암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동물에게 이런 암이 있다는 것 자체도 특이한 일인데, 다른 두 가지 전염성 암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먼저 태즈매니안 데빌이 특별히 전염성 암에 약하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혹은 인간의 사냥 때문에 이들은 지금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따라서 이들의 유전적 다양성은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한 개체의 세포 덩어리가 다른 개체의 상처를 통해 몸속에 들어갔을 때, 이들이 유전적으로 비슷하면 면역체계가 쉽게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세포 중 피부암세포의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이들이 새로운 암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더 불편한 설명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곧, 전염성 암의 발병이 그렇게 희귀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인간에게도 이러한 암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해보아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암은 수억 년 전,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나타났을 때부터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수명이 긴 동물에게서 발병한 암이라도 다른 개체에 옮겨갈 만큼 진화하기에는 그 시간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염성 암은 매우 흔한 질병이 되었겠지요.

지금으로서는 이 모든 것들이 아직 미지에 싸여있습니다. 2013년 콜롬비아 메델린의 한 41세 남성은 피로감, 열병, 체중 감소 때문에 의사를 찾아왔습니다. 그의 림프절은 암세포로 가득 차 있었으며 암세포는 폐와 간까지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세포들은 인간의 세포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단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글에서 그는 이 환자를 처음 진단했을 때 마치 복잡한 퍼즐에 부딪힌 것 같았다고 기록했습니다.

그 환자의 몸에 히메놀레피스 나나라는 촌충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야 비로소 문제는 쉽게 풀렸습니다. 이 암세포는 그 기생충에게서 나온 것이며 숙주의 몸으로 전이된 것입니다.

촌충에게 생긴 암이 인간에게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환자가 H.I.V.에 걸려 있었고 그 때문에 면역력이 크게 약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몇 달 뒤 사망했습니다.

자연이 주는 놀라움은 참으로 무한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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