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레스토랑에서 서버로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손님들이 내는 팁은 여전히 주요 수입원입니다. 종업원들이 고용주인 식당으로부터 받는 급여는 최저임금보다도 낮습니다. 손님들이 내고 가는 팁 때문에 관행적으로 예외가 인정되어 온 것이죠. 손님들은 서빙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니면 뚜렷한 이유 없이 팁을 한 푼도 주지 않더라도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UC버클리에서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연구해 왔고, 이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싸우는 단체인 “요식업 종사자 모임(Restaurant Opportunities Center United)”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사루 자야라만은 팁이라는 제도 자체가 종업원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걸림돌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자야라만 본인도 최근 펴낸 새 책 <Forked: A New Standard for American Dining>을 쓰려고 관련 자료를 조사하기 전까지는 수입의 많은 부분을 팁에 의존하는 관행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몰랐습니다. 이는 미국의 노예제 역사와 관련이 있던 것입니다.
“고용주로부터 노동의 대가를 전혀 보상받지 못한 사람들이 누구였냐면, 바로 갓 해방된 노예들이었습니다. 사실상 고용을 해서 부리면서도 금전적 보상은 하지 않고 팁을 비롯한 부수입에 의존해 근근히 살아가도록 하는 제도가 노예제에서 넘어온 것이죠.”
사실 노예제가 철폐됐을 무렵 미국인들 가운데는 팁을 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팁이 유럽의 귀족들의 문화이기도 했거니와 팁을 주는 것은 잘난 체하는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입니다. 자야라만은 책에 당시 팁을 주는 것은 “비열하고 비민주적이고, 한마디로 미국인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하층민들 사이에서 팁을 받는 문화, 관습은 20세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자야라만의 책에는 존 스피드라는 기자가 난생 처음 (노예제가 철폐된) 북부로 여행을 하던 1902년 팁에 관해 쓴 글의 일부가 실렸습니다. 당시에는 만연했던 인종차별적인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의 글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업원, 파출부 등은 무조건 흑인이다. 흑인들은 당연히 팁을 받는다. 주는 쪽도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흑인이 열등하기 때문에 팁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백인 남성이 팁을 받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당혹스러울 것이다.
식당, 호텔, 그리고 기차의 짐꾼 등 여행과 관련된 업계에는 끝내 팁을 주는 제도가 뿌리를 내렸습니다. 당시에는 손님의 대부분은 부유층이었고, 종업원의 대부분은 서민 혹은 하층민이었죠.
오늘날 요식업계를 대표하는 전국 레스토랑 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은 팁을 공식적으로 권장합니다. 손님을 직접 접대하며 서비스의 대가로 팁을 받는 서버들은 레스토랑 종업원들 가운데 수입을 가장 많이 올린다고 협회는 설명합니다. 경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빙을 하는 종업원들이 시간당 버는 돈은 (팁을 포함한 중간값이) 16~22달러로 우리돈 2만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국 노동통계청의 자료에는 이들이 버는 돈이 시간당 9달러에 불과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 미국 전체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전국 레스토랑 협회는 노동통계청의 자료가 팁을 제대로 계산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사실상 팁이 사라졌습니다. 서비스의 대가는 대개 자동으로 계산서에 포함돼 손님에게 부과되고, 종업원들이 받는 임금도 더 높습니다. 기차에 짐을 나르던 이들은 1920년대에 더 높은 임금을 쟁취해 냈습니다. 하지만 식당 종업원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기준 최저임금이 1996년 시간당 4.75달러에서 2009년 7.25달러로 올랐지만, 팁을 받는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에서 예외를 인정받는 식당 종업원들의 기준 최저임금은 20년째 시간당 2.13달러에 멈춰 있습니다.
팁을 받는 노동자를 차별하는 문화가 노예제라는 미국의 흑역사에서 기인했다면, 현재 팁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600만 명 가운데 66%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팁이라는 제도가 또 하나의 제도적 차별의 장치가 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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