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어떻게 수로 근처에 세워진 조그마한 마을에 비극적인 화재가 발생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불은 몇몇 가족이 살던 집을 태워버리고 불타는 목제 기둥을 습지에 가라앉혔습니다. 사고였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 의한 공격이었거나 의례의 일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3천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답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캠브리지셔(Cambridgeshire) 머스트 팜(Must Farm)의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는 매우 풍부한 자료가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은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인해 묻혔던 로마의 도시, 폼페이와 비교되고 있습니다.
머스트 팜은 전형적인 폐허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농장은 더더욱 아닙니다. 머스트 팜은 저 멀리 굴뚝과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오는 진흙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 밝은 노란색 조끼를 입은 발굴단원들의 모습은 이곳을 건설현장으로 착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많은 유물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질척거리는 땅에서, 불에 탄 나무 그릇과 도기가 출토되었습니다. 아마도 고기를 얻기 위해 도축했을 소의 등뼈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몇 주 전에는 청동기시대 이래 그대로 유지되어 온 진흙 바닥에서 사람의 두개골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유적을 폼페이에 비유하는 것은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틀린 말입니다.” 현장 책임자 마크 나이트(Mark Knight)의 말입니다. “이 부근에는 화산이 없어요. 자연재해도 아니었죠. 그렇지만 큰 화재와 같은 사건도 기본적으로 우리가 발굴하기 전까지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보존해주곤 하죠.”
캠브리지 대학의 고고학 조사단에 속한 나이트와 단원들에게 이 유적은 매우 흥분되면서도 불안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고고학 같지가 않아요.” 나이트는 말합니다. “마치 허가받지 않은 곳에 침입하는 느낌이에요. 어떤 비극적인 사건 이후 그 자리에 찾아와서, 남아 있는 것들을 골라내고, 3천 년 전 이 마을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머스트 팜의 발굴현장은 선사시대 발굴 현장이라기보다는 오늘날 범죄 현장 조사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일하는 이들 중에는 불꽃이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조사하는 화재 감식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은 적어도 원형 건물 두 채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집들은 네네(Nene) 강과 연결된 수로에 세워진 목제 기둥 위에 건축되었으며, 집 주위로는 일종의 담장 같은 것이 둘러쳐져 있었습니다.
흥미진진한 탐정소설처럼 여러 단서가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아직 채 끝내지 못한 식사의 흔적과 목제 숟가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그릇에서 이 집에 살던 이들이 급박하게 떠나야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장에 남은 두개골은 모든 이들이 재빨리 달아나지는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많은 발견이 사실 행운으로 발견되는데, 이 유적 역시 몇 차례의 행운에 힘입어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현장은 머스트 팜 채석장에서 일어나던 작업 덕분에 노출되었습니다. 포르테라(Forterra)라는 건설회사가 이 채석장을 운영해 왔는데, 정부 산하 문화재 관련 기관인 히스토릭 잉글랜드(Historic England)가 발굴 비용을 대고 있습니다. 넓은 면적에 걸쳐 많은 양의 토사를 상당한 깊이까지 걷어내어 선사시대 건물의 잔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이러한 대규모 채굴 현장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출토된 목제 기둥과 유물들은 토사가 쌓이고 높아진 지하수 수위에 의해 보존될 수 있었다고 현장 고고학자인 셀리나 데븐포트(Selina Davenport)는 지적합니다.
목제 기둥이 쓰러진 모습은 화재가 발생하기 전, 즉 기원전 920~800년 사이 건축물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제 기둥 중 몇몇은 수직으로 세워져 있지만, 대다수는 3천 년 전 붕괴했던 모습대로 무너져 있습니다. 이들은 청동기시대 건축물의 세련된 외양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를 파괴했던 화염의 증거로 남아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유적이 발견된 후 10년 넘게 이 유적의 처리 방안을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결국, 유적의 보존 상태가 악화되기 전, 발굴을 시작하여 유물을 걷어내기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 결정은 보온용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여전히 차가운 기온에서 땅을 파야 하는 이들에게 매우 부담되지만 흥미진진한 임무를 남겼습니다. 보통 더 규모가 작고 범위가 제한된 연구과제를 수행하던 고고학자들에게 청동기시대 일상생활의 유일무이한 단면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큰 설렘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유적은 다른 한편으로 놀라운 창구죠.” 캠브리지 고고학 조사단 연구원 겸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인 아이오나 로빈슨(Iona Robinson)이 말합니다. “보통 우리는 당시의 상황이 이미 사라진 상태에서 그림자만을 다루기 마련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50%의 증거를 다룰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바로 여기에 우리는 온전한 그림으로 갈 수 있는 환상적인 세계의 문 앞에 서 있는 거예요.”
청동기시대 동안 이곳의 습지 환경에서는 수로만이 신뢰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자 통신수단이었습니다. (2011년, 머스트 팜 유적 부근에서는 고대 통나무배 9척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유적은 교통의 요지였을 것입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잉글랜드 저습지의 다른 마을도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유물들을 통해서, 이곳에 살았던 남성과 여성들은 그들 사회에서 가장 높은 지위의 이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교역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수로 위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이곳이 그들 세계에서 변경의 전초기지라기보다는 북적거리는 요지였음을 나타냅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선사시대 브리튼에서 구할 수 있었던 것들을 대체로 구비하고 있었습니다. 직물, 도기와 창 촉 이외에도 중부 유럽에서 생산된 구슬이 발견되었으며, 프랑스 북부 지역과 유사한 형태의 토기, 그리고 스페인 북부와 유사한 형태의 검도 발견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어떻게 이 공동체가 그들의 마지막을 맞이하였는지의 문제를 더욱 흥미롭게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가능성은 사고로 인한 화재입니다. 그리고 다른 가능성은 집에 살던 사람들에 의해 임의로 파괴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의례적인 행위의 결과였을 수도 있으며, 혹은 구조물이 이미 붕괴 직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일상용품들이 그대로 남겨졌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세 번째 가능성은 적대적인 이웃에 의한 공격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유적에서 발견된 두개골이 그 증거라고 나이트는 말합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폭력에 의해 생을 마감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청동기시대 브리튼인들이 간혹 자신들의 조상 두개골을 보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아마도 이 두개골이 종교적인 의미에서 보존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추가적인 발굴 작업이 진행되면 두개골 밑에 다른 뼈들이 연결되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폼페이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순간의 모습들이 보존된 방식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머스트 팜은 영구적인 고고학 유적으로 보존될 운명은 아닙니다. 사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시간과의 전쟁입니다. 발굴단에게 주어진 기회는 오직 한 번뿐입니다.
아마도 이는 머스트 팜 유적이 건설현장 같아 보이는 것과 관련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발굴을 통해 유물을 모두 반출한 이후 현장은 흙과 벽돌 조각으로 채워질 것이고, 아직도 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는 선사시대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도로가 건설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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