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은 영국 BBC 라디오에 출연해 대법원의 시티즌스 유나이티드 판결을 가리켜 정치를 돈으로 매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2010년 당시 대법원은 선거에 돈을 쓰는 것이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와도 같다며 여기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논리로 판결을 내렸는데, 카터는 이를 명백한 오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카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1976년 선거와 아이오와 코커스와 함께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올 대선의 가장 큰 차이도 선거가 ‘쩐의 전쟁’이 되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TV 광고에 쓴 돈은 총 4,300만 달러, 우리돈 약 500억 원입니다. 민주당 후보들도 1,680만 달러, 우리돈 약 200억 원을 썼습니다.
“당시 제게는 선거자금이라고 할 만한 돈이 없었어요. 지금처럼 돈이 없으면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것도 아니었고요. 지금은 선거판이 온통 돈 잔치잖아요. 수백만 달러가 얼마 안 되는 돈처럼 보일 정도니까요. 트럼프 같은 후보는 자기 재산이 많으니 자기 돈을 쓸 수도 있지만 다른 후보들은 적어도 총 1억 달러 정도는 후원을 받아야 선거를 끝까지 치를 수 있겠더라고요. 정말 예전과는 큰 차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는 대신 카터 전 대통령은 특정 이슈를 지지하는 데 필요한 정치 자금을 제한 없이 모으고 쓸 수 있는 슈퍼팩(Super PAC)을 탄생시킨 시티즌스 유나이티드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정치를 돈으로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그 지점입니다.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 하나로 백만장자들은 이제 정치권에 어마어마한 돈을 댈 수 있게 됐어요. 후보들은 청렴함이나 윤리성, 당적을 떠나 돈이 없으면 선거를 치를 수가 없게 된 상황에서 자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 돈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창구는 당연히 부자들이고요.
부자들의 돈을 받고 당선이 되면 당선이 된 뒤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는 결국 숫자에 있어서는 (부자들보다) 훨씬 많은 중산층 유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무시되는 결과를 낳죠. 부익부빈익빈을 부추기는 정책이 많아질 테니까요. 기득권이 공고해지는 겁니다. 중산층의 수입은 정체되어 있거나 줄어든다는 통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잖아요.
제가 1976년 제럴드 포드와 맞붙었을 때, 그리고 1980년 로널드 레이건과 맞붙었을 때도 선거를 치르는 데 필요한 정치자금은 양쪽 진영 모두 한 푼도 모으지 않았어요. 지금은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요.”
조지아 주의 땅콩 재배 농부 출신이기도 한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세운 카터 재단에서 오랫동안 진행해 온 기니벌레 병 퇴치 사업에 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는 총 126명이 병에 걸린 상태였는데, 지난해만 해도 이 수치가 22명으로 떨어졌다며 완전한 퇴치가 머지 않았다고 전망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현재 암과 투병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기니벌레가 퇴치되는 걸 꼭 보고 죽고 싶다고 말했죠. 저는 늘 낙관적입니다. 제가 지금 싸우고 있는 암이란 병마는 정말 끔찍한 녀석입니다. 그래도 저는 현재 제 삶에 만족해요. 기니벌레를 퇴치하는 일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도 무척 고무적인 일이고요.”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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