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구를 정복해 온 과정은 우리의 유전자와 가계도, 예술작품과 공예품, 그리고 언어와 문학작품에 남아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얼굴 표면에서 살아가며 먹고 기어다니고 사랑을 나누는 작은 진드기 집단의 비율로도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지구에 퍼져나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에는 크게 두 종류의 진드기가 살고 있습니다. 모두 피부에 박힌 플러그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데모덱스 폴리컬로럼(Demodex folliculorum)은 데모덱스 브레비스(Demodex brevis)보다 더 길고 둥근 엉덩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데모덱스(Demodex)’는 ‘지방 속에 사는 벌레’라는 뜻으로, 곧 이 벌레의 삶을 추측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벌레는 우리 피부의 털 구멍(hair follicles)에 머리를 박고 우리가 분비하는 유분을 먹고 삽니다.
나이와 함께 이들은 더 많아집니다. 아마 모든 이의 얼굴에, 그러니까 당신의 얼굴과 내 얼굴,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에도 이 벌레들은 살고 있을 겁니다. 이들은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바닷속 가장 깊은 곳을 다녀왔으며,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도 다녀왔습니다. 인류와 진화 과정을 함께 겪은 이들의 존재가 발견된 것은 겨우 1841년의 일입니다. 이들은 아마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생물이겠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신비에 싸여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과학원의 미쉘 트라우트와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이의 얼굴에 이 벌레들이 살고 있음에도 우리가 이들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은 참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녀와 보두인 대학의 마이클 팔로폴리는 이들, 곧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머리핀을 이용해 미국인 자원자 70명의 이마에서 이 벌레의 DNA를 추출했습니다. 이 70명은 같은 동료, 친구, 그 지역의 학생, 그리고 이 실험을 위해 개최한 “당신의 벌레를 만나세요” 행사에 참여했던 일반인들입니다.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그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사람들마다 진드기의 비율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팔로폴리와 트라우트와인은 역사상 처음으로 데모덱스 폴리컬로럼이 4 종류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각각을 A, B, C, D 로 이름지었습니다. 사람마다 이 4 종류의 비율은 이들의 조상에 따라 달랐으며, 곧 이 비율은 각자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류는 아프리카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아프리카인에게는 여전히 가장 다양한 종류의 벌레, 곧 4종류의 진드기가 모두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 출신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들에게는 B군과 D군의 진드기가 있었고, 유럽계 조상을 가진 이들은 D군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인들은 특이하게도 4종류를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어쩌면 아프리카에서 이 지역으로 이주한 노예들의 수가 상당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기도 합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이들은 전 세계에서 온 이들이 아니라, 그저 조상이 다를 뿐, 그 동네에 살고 있던 미국인이었습니다. “아프리카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지 수 세대가 지났으며, 따라서 어느 정도는 벌레들이 섞였으리라 추측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자신의 조상들 얼굴에 살던 벌레를 자신의 얼굴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아시아에서 태어나 8년 전 미국으로 건너온 이도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아시아에서 일반적인 B군의 진드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곧 진드기들이 별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숙주 206”으로 기록된 한 실험 결과가 이를 확인해줍니다. 연구진은 그의 얼굴에 사는 진드기를 지난 3년간 연구했고 그 비율이 매우 안정적임을 보였습니다. 어쩌면 피부의 특징에 따라 서로 다른 진드기가 사는 것일 수 있습니다. 피부에 따라 유분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환경 또한 중요할 수 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조지 페리는 유럽에서 한 종류의 진드기만이 살아남은 이유로, 다른 세 종류의 진드기는 외부의 추위에 강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진드기가 이웃 사이를 옮겨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는 전달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세 가족을 연구했고 부모가 가진 진드기가 자녀들에게서 발견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에게서 진드기가 옮아오지는 않지만, 가족끼리는 옮겨간다는 뜻입니다. 이 진드기는 인간 진화의 또 다른 표지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머리의 이에 대한 유사한 연구를 진행했던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의 데이비드 리드 역시 여기에 동의합니다. “이들 기생충은 인간의 진화 연구에 매우 좋은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 벌레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가족간에만 공유되며, 또 인간과 매우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습니다.”
어쩌면 오랜 시간이 아니라 모든 시간일지 모릅니다. 트라우트와인과 팔로폴리는 이들 4종류의 진드기가 갈라진 것은 적어도 20만 년 전이며, 곧 현재의 인간 종의 등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인간의 역사 내내 함께해 왔다는 뜻이죠.” 물론 우리는 이 진드기의 가장 가까운 다른 종을 알지 못하며, 이 때문에 이들이 우리와 함께하게 된 정확한 시기를 꼽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개, 고양이, 염소, 소의 머리에 살고 있는 데모덱스는 확인되었지만 아직 침팬지의 얼굴에 살고 있는 진드기의 유전자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건 마치 끝없이 공급되는 흥미로운 연구용 기생충 대상이 생겼지만 거의 아무도 전 세계인의 얼굴에 살고 있는 진드기를 연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트와인은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의 롭 던과 팀을 만들어 7개 대륙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녀는 또한 서로 다른 인종이 만나 이룬 가족들을 대상으로도 연구를 확장하려 합니다. “누구도 이런 연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실험이든 우리는 할 것입니다.”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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