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면동물과 빗해파리 중 어느 쪽이 먼저 나타났을까요?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뮌헨 대학의 연구팀이 수행한 새로운 연구에서 해면동물이 가장 오래된 동물 문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고 최근의 분자생물학적 분석으로부터 도전을 받아온 초기 동물 진화의 고전적인 관점을 되살렸습니다.
현생 동물 문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해면동물인가 빗해파리 (바다 구스베리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유기체 진화 이해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가능한 두 가지 답이 다세포동물 (Metazoa) 초기 진화의 핵심적인 측면, 즉 신경계, 조직 및 기관의 기원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간 새로운 자료들이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 동물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많은 논쟁을 불붙였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나라의 진화생물학자들로 이루어진 그룹이 증거를 재분석하여 계통발생학적으로 빗해파리가 가장 오래된 현생 동물 그룹이라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반박하게 되었습니다. 게르트 뵈르하이데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 고생물 및 지생물학과장) 와 데이비드 피사니 (영국 브리스톨 대학) 가 주도하고 여러 그룹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이번 연구는 동물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가장 먼저 갈라져 나온 동물 문이 해면동물이라는 전통적인 견해를 재확인해주었습니다. “최근 연구들 중 일부에서는 빗해파리가 동물 진화에 있어서 유행을 선도했다는 견해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에서는 그 연구들에서 제시된 유전학 자료를 분석하는 더 강력하고 정교한 방법론을 사용하여 이런 주장을 반증할 수 있었습니다.” 뵈르하이데의 말입니다. 새 연구결과는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실렸습니다.
해면동물 (해면동물문), 빗해파리 (유즐동물문), 진짜 해파리와 산호 (자포동물문), 그리고 털납작벌레 (판형동물문) 은 하나로 묶여 소위 비좌우대칭 (non-bilaterian) 동물이라고 불립니다. 이 네 개의 동물 문은 진화적으로 매우 오래 되었고, 6억년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 이들이 인간을 비롯하여 그 외 모든 동물들을 포함하는 좌우대칭동물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진화생물학에서 가장 풀기 힘든 문제였습니다. “만일 우리가 동물의 어떤 주요 특징들, 예를 들면 신경계, 조직, 그리고 기관 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초기의 계통발생학적 관계를 먼저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뵈르하이데의 설명입니다.
복잡성의 진화
이 문제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은 해면동물이 다른 모든 동물들의 기원이 된 계통으로부터 가장 먼저 갈라져 나갔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해면동물문이 다른 모든 동물 종의 자매분류군 (sister group) 이라는 것입니다. 이 가설은 여러 다양한 동물 그룹들의 기본적인 몸체 계획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을 인지하는 것에 기반하는 비교형태학 및 기능해부학 등의 연구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하지만 더 최근에 이루어진, 특정 유전자 및 전체 유전체의 서열을 비교하여 얻어낸 계통발생학적 분석의 결과는 유즐동물문이 (해면동물을 포함하여) 다른 모든 동물계의 종들이 진화한 계통으로부터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갔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유즐동물, 즉 빗해파리와 그 근연종들은 해면동물이나 판형동물 등과 달리 근육과 신경계를 가지고 있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동물이기 때문에 이 두번째 가설이 맞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진화의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매우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었습니다. “만일 유즐동물이 가장 먼저 갈라져 나왔다면 이런 기관계가 모든 동물의 공통조상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면동물과 판형동물은 이후에 그런 기관계들을 잃어버렸거나, 신경세포나 근육과 같은 복잡한 특성들이 서로 다른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여러 차례 나타났어야만 합니다.” 뵈르하이데의 설명입니다. “두번째 시나리오가 맞다면 동물의 초기 진화에 대한 완전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잘못된) 통계 분석의 위험
새로운 조사에서 뵈르하이데와 동료들은 이전에 이루어졌던 연구들에서 제시된 유전체 자료를 재분석했으며 그 결과 “유즐동물 우선” 가설을 기각했습니다. “원래의 연구들에서 사용된 분석 방법론은 주어진 문제에 가장 적합한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그에 따라 염기서열 진화 모델링에 있어서 체계적인 오류가 생겼습니다.” 뵈르하이데의 설명이다. 복잡한 통계적 기법의 도움으로 뵈르하이데와 공동연구자들은 최적의 진화 모델을 확인할 수 있었고, 주어진 자료의 성격에 맞게 체계적 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정교한 계산 프로시저를 이용해 유즐동물을 동물 진화계통수의 가장 바닥에 위치시키는 것이 인위적인 결과라는 것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들 데이터셋에 더 강력한 모델을 적용시키자 해면동물이 실제로는 가장 먼저 갈라져나간 동물그룹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뵈르하이데의 말입니다.
뵈르하이데와 동료들은 바바리아 과학 및 인문학 아카데미의 라이프니츠 수퍼컴퓨팅 센터 (LRZ) 에 위치한 컴퓨트 클라우드 (Compute Cloud) 를 사용하여 복잡한 계산을 수행했습니다. 컴퓨트 클라우드는 특별히 애드-혹 용도를 위해 사용되는 고성능 컴퓨터입니다. 연구팀은 자료 분석을 위해 4 주에 걸쳐 컴퓨트 클라우드 4만 프로세서-시간 정도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보통의 랩탑 컴퓨터였다면 이 계산은 20년도 넘게 걸렸을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후속 연구에서 초기 동물 문들 진화와 관련된 서로 다른 여러 시나리오를 검증해 보기 위해 관련 데이터셋을 더 분석해 볼 계획입니다. 특히 이들은 다세포동물 중 가장 단순한 판형동물의 위치를 명확히 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판형동물은 계통발생학적인 위치가 분명하게 결정되지 않은 수수께끼의 유기체입니다.” 뵈르하이데의 말입니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뵈르하이데와 동료들은 여러 판형동물과 해면동물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현재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공동 개발 전략인 LMU엑설런트 (LMUexcellent) 의 연구비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인 모델스폰지 (MODELSPONGE) 를 통해 수행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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