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내가 MRI로 어머니와 아기 사진을 찍은 이유

어머니와 아기의 MRI 사진 (레베카 색스 등, MIT)

지난 4월, 어머니와 아기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장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이 닫히고, 삐 소리와 함께 장치는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는 어머니의 품 속에서 잠이 들었고, 그 덕에 MRI는 아기의 뇌를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MRI 사진 한장을 찍는 데는 몇 분의 시간이 걸립니다. 조그만 움직임 조차도 사진을 흐리게 만듭니다. 위 사진을 위해, 어머니와 아기는 몇 분 동안 이 자세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마치 100년 전의 사진기인 다게레오타잎처럼 말이지요.

그동안 기계는 이들의 두개골 내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MRI는 내과의사가 암이나 혈전을 발견하는 데 사용합니다. MRI로 뇌의 기능이나 발달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MIT의 우리 실험실에서는 아이의 뇌 속 혈류를 관찰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이 그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의 사진은 이런 진단을 위해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사실 과학적 목적으로 찍은 사진도 아닙니다. 내가 아는 한, 지금까지 누구도 어머니와 아기가 같이 있는 MRI 사진을 찍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어머니와 아기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이 사진이 인간의 육체가 가진 약함을 나타내는 불편한 사진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사진에서 모델의 옷과 머리카락,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이 사진이 역사 속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도 존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모자상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낄 겁니다. 혹 어떤 이는 그저 아이의 뇌가 어머니의 뇌와 얼마나 다른지, 즉, 더 작고 더 부드러우며, 또 백질(white matter)이 적기 때문에 더 어둡다는 사실을 발견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뇌과학이 가진 가장 어려운 문제가 있지요. 곧, 어떻게 이 작은 인간의 장기 속의 변화가 그 모든 인간의 정신을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나는 이 사진에서 새롭게 해석된 아주 오래된 전통을 발견합니다. 어머니와 아기는 사랑과 순결함, 그리고 아름다움과 비옥함의 강력한 상징입니다. 이러한 모성애적 가치, 그리고 이를 소유한 여성은 비록 그 자체로 숭배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다른 중요한 가치인 과학과 지성, 진보, 그리고 권력의 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뇌과학자이며, 이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입니다. 저 사진 안의 아기는 내 아기이며 어머니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스미소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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