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다윈의 이론을 지지했던 과학자는 토마스 헨리 헉슬리였습니다. 헉슬리는 새가 살아있는 공룡이라는 가설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 중 하나로도 기억됩니다. 그는 살아있는 새와 멸종한 공룡의 골격에서 유사한 점을 여럿 발견했습니다. 위에 있는 정강뼈 쪽으로 뻗어나간, 발목뼈의 뾰족한 부분이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오름 돌기 (ascending process)”는 전문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공룡의 독특한 형질입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공룡과 새의 연관관계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새들에서 볼 수 있는 오름 돌기가 발목뼈가 아닌, 가까이에 위치한 뒷꿈치뼈에서 뻗어나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특징은 공룡과 새의 연관관계를 뒷받침하지 못하게 됩니다.
어떤 학자들은 새의 배아에서 오름 돌기가 공룡과 비슷한 방식으로 발목뼈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학자들은 새에서 볼 수 있는 발생과정은 새만의 독특한 것으로 공룡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는 공룡과 새가 연관되어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자료분석 방법론과 (깃털공룡을 포함하여) 풍부한 중간화석의 존재 덕분에 주류과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류 발목의 배아발생 과정과 구성에 관련하여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는 명확하게 해결된 적이 없었습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칠레 대학의 루이스 오사, 호르헤 음포도키즈, 그리고 알렉산더 바르가스 등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가장 최근의 공통조상에서 발목이 어떤 형태였는지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선택된 여섯 종류의 서로 다른 주요 조류 그룹에서 발목이 발생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또 배아 상태의 골격을 형광을 통해 3차원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발전된 스핀-디스크 콘포칼 마이크로스코피 및 소프트웨어 등의 새로운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오름 돌기가 생겨나는 곳이 뒷꿈치뼈도, 발목뼈도 아니고 세번째 뼈, 중간뼈(intermedium)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오래된 계통인 고악류(paleognath) 새 (도요타조, 타조, 키위 등) 에서 중간뼈는 발목뼈와 가까운 위치에서 만들어져 공룡과 비슷한 패턴으로 발생합니다. 하지만 현생 조류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다른 주요 조류 그룹(신악류 neognath)에서는 중간뼈가 뒷꿈치뼈와 가까운 위치에서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 두 그룹에서 오름 돌기가 다른 구조라는 인상을 주게 되지만 실제로는 같은 구조에 해당합니다. “새가 공룡이 아니라는 이론의 관에 마지막 못을 박은 것입니다.” 예일대학의 척추고생물학자 자크 고티에 교수의 말입니다. “공룡의 오름 돌기는 모든 조류에서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신악류에서는 발목뼈가 아닌 뒷꿈치뼈와 연결되는 것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발견으로 인해 조류 내의 예상치 못했던 진화적 변화가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땅에 알을 낳는 동물, 즉 양막동물(악어, 도마뱀, 거북, 그리고 2차적으로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방식으로 진화한 포유류를 포함하는)의 배아에서 중간뼈는 생겨나자마자 발목뼈와 합쳐지면서 독립적인 지위를 잃고 맙니다. 새의 발목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아직도 물 속에 알을 낳는 더 먼 친척인 양서류와 비슷한 방식으로 발생합니다. 새는 분명히 땅 위에 알을 낳는 동물에 속하지만 이들의 발목은 어쨌든 오래 전에 잃어버렸으나 오늘날의 양서류에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발생학적 경로를 되살려낸 것입니다. 역진화가 일어난 놀라운 예입니다. 이 연구는 또 백악기에 살았던 이빨을 가진 새의 어린 화석 표본에서도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이 화석은 조류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 오름 돌기는 이미 별도로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습니다.
진화적인 회귀는 언제나 과학자들 사이에 큰 토론거리였습니다. 고대 생물의 특징이 크게 변화한 맥락에서 다시 나타나곤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BMC 진화생물학 (BMC Evolutionary Biology)>에 발표된 논문(Diaz and Trainor, 2015)에서는 카멜레온 역시 나무를 오르는 파충류의 특수화된 기능적 맥락에서 재진화한 독립적인 중간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오래 전에 없어진 이러한 발생 패턴이 새나 카멜레온처럼 고도로 진화한 유기체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은 원시적인 시계태엽 장치를 최신형 스마트폰 안에서 발견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흥미로운 발견들은 새로운 기능의 진화와 오래된 발생 패턴의 부활의 상호작용에 관한 토론을 재점화시키게 마련입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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