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탈퇴에 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 16-18세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정부 결정에 하원이 반발하면서, 청소년도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청소년들이야말로 이 투표로 달라질 세상에서 더 오래 살아갈 사람들이므로, 투표권을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입니다. 2015년 총선에서 18-24세의 투표율은 43%에 그쳤습니다. 반면 65세 이상은 78%가 투표에 참여했죠. 이런 추세로 정치 참여도가 낮아진다면, 영국 정부와 체제의 정당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이들은 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계급 의식의 약화, 정당 정치의 붕괴, 연예계 유명인사와 인터넷 짤방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성 정치인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힙니다. 모두 일리있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그게 모두 사실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해결책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와 정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하원과 상원, 지방정부, 중앙정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복잡한 역할과 관계를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중등교육과정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정부와 정치에 대한 교육을 잘 받았습니다. 관련 수업을 듣고 나니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대략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내 의견을 반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이후 투표는 놓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 수업을 수강한 학생은 단 여섯 명 뿐이었죠.
지식이 참여로 이어진다는 것은 연구 결과로도 증명된바 있습니다. 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정부나 정치 관련 수업을 1년간 수강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고교 졸업 이후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3-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정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학생들 사이에서 효과는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정치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겠다며 듣지도 않는 음악을 듣는 척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정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이야깁니다.
영국의 현실은 어떨까요? 1997년 데이비드 블런켓이 교육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민주주의와 갈등 해결, 윤리학을 포함하는 “시민교육”을 교육과정에 도입하고자 했으나 이 시도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2006-2007년에 교육부 장관을 지낸 앨런 존슨도 시민교육이 부실했음을 인정하면서, 당시 시민 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새로웠기 때문에 천천히 시행해야 한다는 핑계가 통했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별 진전이 없었죠.
런던대학교 교육대학원의 제레미 헤이워드는 영국 중등교육의 학업성취 평가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시민교육이라는 과목의 인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민주주의 제도에의 참여를 돕고 공공 기관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목인 FBV(fundamental British values, 영국의 필수 가치)가 여전히 중등 교육과정의 필수 과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는 정신/도덕/사회/문화 교육이라는 더 큰 카테고리의 일부로 들어가있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는 소홀하게 다루어지기 일쑤입니다. 학생들에게 정직함, 준법 정신, 봉사정신 등을 가르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실제로 우리 정부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려주는 것인데도 말이죠.
나는 고등학교 시절 정치/정부 수업을 하셨던 선생님을 찾아가 의견을 구했습니다. 선생님은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지만, 현재 고등학교 수준에서 이런 수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섣불리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가는 자격없는 교사들이 무책임하게 수업을 진행할 위험이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셨습니다.
16세 청소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들의 정치 문해력이 떨어져서 투표권을 줄 수 없는 상황은 분명 영국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하루빨리 중등학교에서 정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입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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