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경과 고환의 크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질(vagina)”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으며, 때로 이를 말할 때조차도 바깥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음경이 다른 유인원에 비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다들 들어보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진화적 이유도 말이지요. 인간 음경의 특징은 길이가 아니라 굵기에 있습니다. 앨런 딕슨은 <인간 짝짓기의 뿌리와 성 선택(Sexual Selection and the Origins of Human Mating Systems)>에서 인간 음경의 “둘레는 다른 유인원의 것에 비해 특별히 크다”고 조심스레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설명은 암컷이 큰 음경을 가진 수컷을 선호했고, 아마도 성교 과정에서 더 큰 기쁨을 느꼈으리라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2012년 <PNAS>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여성에게 다양한 비율의 나체 남성의 모습을 보였고, 더 큰 음경을 가진 남성이 더 인기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짝짓기가 일어나는 곳이 도대체 존재하나요?)
수컷들 간의 경쟁으로 이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소포를 앞 마당에 던져놓을 때보다 문 앞에 가져다 놓을 때 전달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 혹은 이미 배달한 소포를 다른 이가 훔쳐가는 비유를 들기도 합니다. 결국 이런 이론들은 큰 음경 유전자가 작은 음경 유전자보다 더 잘 전달되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퍽이나 흥미롭지만, 나는 남들처럼 여기에 몰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정말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 성기의 진화”에 대한 논문은 구글 스칼러(scholar.google.com)에서 53,000 편이나 검색되며, 구글에서는 총 832,000 개의 문서가 검색됩니다.
하지만 음경의 크기가 질의 크기와 어떤 관계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더 그럴 듯하지 않을까요?
나는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음경과 질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양한 종류가 있겠지요. 하지만 음경이 너무 굵어서는 안 됩니다. 긴 것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몰라도, 역시 너무 길어서는 안 될 겁니다.
즉, 즐거움이나 심리학이 아니라 얼마나 잘 맞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다른 동물의 성기를 설명할 때 즐거움이나 심리학을 동원하지는 않습니다. 설명에 필요한 것은 왜 그렇게 괴상하게 생긴 성기가 진화 때문에 만들어졌나 하는 것뿐입니다.
열쇠의 모양이 자물쇠의 모양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즉, 인간의 음경 역시 인간의 질에 잘 맞도록 진화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과학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음경이 짧고 굵은 이유가 인간의 질 때문이라는 설명은 지금까지 거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수컷들간의 경쟁이나 암컷의 선호만이 언급되었죠.
그렇다면 인간의 질은 왜 그렇게 커진 걸까요?
인간의 음경에 대해 주장되었던 가설로부터 질에 대해서도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직립보행이 시작되면서 질이 눈에 띄게 되었고 수컷들이 큰 질을 선호하게 되었다던지, 큰 질이 작은 질보다 정자를 더 잘 품었다던지, 수컷들이 큰 질과의 관계에서 더 큰 기쁨을 느꼈다던지, 또는 열을 방출하거나 온도 조절에 더 유리했거나 뇌의 크기와의 저울질 등의 가설이 가능할 겁니다.
물론 실제로 인간의 질이 다른 유인원들보다 몸집에 비해 더 컸는지부터 살펴야겠지요. 질의 크기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출산을 빠뜨려서는 안 될 겁니다. 아기가 나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인간은 매우 큰 아기를 낳습니다.
즉, 인간의 음경이 특별히 크다면, 그건 여성의 오르가즘이나 야한 생각, 혹은 욕망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출산을 위해 큰 통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이런 설명을 하는 논문을 찾았습니다. 2008년, <성 행동 연감(Archives of Sexual Behaviour)>에 부인과 전문의 바우만 박사는 “왜 인간의 음경이 다른 유인원에 비해 큰가(Why the Human Penis is Larger than in the Great Apes)”라는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먼저 인간의 음경이 큰 이유가 바로 질의 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질이 커진 이유를 설명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결국 인간의 큰 음경은 인간의 큰 두뇌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2012년 <PNAS> 연구의 저자들은 바우만 박사의 이 짧은 글을 알지 못했던 모양이지요.
문제의 핵심은 인간의 음경 크기에 대해서는 수많은 글들이 있지만 인간의 질의 크기에 대한 글은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적어도 당신은 오늘 이 글을 읽었습니다.
출산이 인간의 질을 크게 만들었고, 그래서 인간의 음경은 다른 유인원보다 특별히 커졌습니다. 이것은 매우 직관적인 사실이에요. 하지만 당신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가시지 않는 질문들이 남아있을 겁니다.
진화적으로 볼 때 작은 질이 더 선호되지 않았을까?
도대체 누가 큰 질을 좋아하지?
이 질문들은 바보같은 질문입니다. 모든 인간은 그곳을 통해 세상에 나왔으니까요.
(에코디보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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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에 관한 논문들이 진화심리학이랍시고 소설들이 많았는데, 굉장히 그럴듯하네요. 기존의 연구들이 남성 중심적으로, 남성의 관심과 행위를 결론으로 기능을 정했다면, 반대로 자물쇠-열쇠와 같이 매질 중심적인 해석을 했다는 거죠. 매질의 기능을 논한다는 점에서 자연선택 논리에 더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저 글쓴이의 푸념대로, 어느 시대에 여성들이 남성의 그곳을 보면서 자연선택(?)을 했었을까요... 그렇다고 먼저 배달된 정자가 그런 선택의 효력을 가졌을까요? 되려 기이한 설명들입니다. 번역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여성이 남성의 그곳을 보고 아주 약간은 자연선택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옷을 입지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큰 덩치의 남자가 좀더 섹스하기 유리해서 (동물의 세계라 보면 됨) 질작은 여성(작거나 미성숙한)보다 질이 더 큰 여성이 임신하여 자식을 잘 낳을 가능성이 많았을겁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질이 큰 여성이 유리하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점점 많아지게되죠. 진화는 너무나 느려서 인간의 시간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