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 시실리아 모(Cecilia Mo)는 밴더빌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입니다.
—
지난달 노 레이블스(No Labels)라는 단체는 공화당, 민주당을 아우르는 정치인을 한 자리에 초청해 연설하고 유권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취지의 행사를 뉴햄프셔주에서 열었습니다. 유력 정치인과 대선 후보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를 향한 질의응답 시간에 조금은 거북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대학생 조셉 최(Joseph Choe) 씨가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에 관한 질문을 하려고 일어선 순간부터 트럼프는 마이크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순간의 침묵이 견디기 힘들었는지 계속 어서 질문하라고 재촉합니다. 이어 한국이 푼돈 몇 푼만 내면서 사실상 주한미군의 비호 덕에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방위비 분담에 관한 질문을 던지려는 최 씨를 향해 말을 끊으며 다급하게 묻습니다.
“한국 출신이세요? (Are you from South Korea?)”
최 씨가 답합니다.
“아뇨, 저는 텍사스에서 태어났고요, 콜로라도에서 자랐어요.”
좌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트럼프는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습니다.
(옮긴이: 하버드대학교에 재학 중인 조셉 최 씨는 이 발언 이후 과거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 등이 다시 화제가 되며 국내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습니다.)
NPR,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한 여러 언론은 트럼프의 “당신 어디 출신이요?” 질문을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특히 듣기 싫어하는 질문을 트럼프가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는 비판이 소셜 미디어와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행사에 참여했던 다른 청중 한 명은 조셉 최 씨 곁을 지나가며 “트럼프한테 (정말 미국에서 태어난 게 맞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출생신고서라도 보여줘야 할 거요!”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트럼프가 최 씨나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려고 의도적으로 그런 질문을 던진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 질문 하나에 최 씨를 포함한 수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인종적으로 아시아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미국에서는 타자화되고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을 겁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본심이 어땠든, 이런 종류의 대화, 시선, 편견이 미국에서 교육 수준과 소득이 가장 높으며 인구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하여금 공화당에 등을 돌리고 민주당을 지지하도록 몰아가는 건 점점 더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선거에서 나타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표심을 살펴보죠. 2012년 대선에서 투표에 참여한 아시아계 미국인의 73%가 오바마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당시 오바마가 공화당 롬니 후보보다 강세를 보여 주요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히스패닉(71%), 여성(55%)에게서 받은 득표율보다 더 높은 수치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처음부터 민주당을 지지했던 건 결코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0년 전 대선 출구조사 결과만 봐도 아시아계 미국인의 74%는 공화당에 표를 줬습니다.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부터 얻은 득표율은 1992년에는 36%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64%로 껑충 뛰었고, 오름세는 멈추지 않아 2012년에는 73%를 기록한 겁니다.
20년이라는 상대적으로 대단히 짧은 세월 동안 지지 정당이 정반대로 뒤집히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공화당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공화당이 아시아인들에게 버림받았다. (The GOP’s Asian erosion)”고 쓰기도 했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성향을 한 가지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이들 가운데 다수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 성향 가운데 민주당보다는 공화당과 더 잘 어울리는 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공화당이 굴러온 표를 걷어차 버렸다는 분석을 낳았습니다. 보수주의 성향의 미국 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ititue)는 다음과 같이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공화당의 지지층을 감안하면, 아시아계 미국인은 분명 성향상 공화당을 지지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그런데 보수주의(conservatism)의 요소 가운데 어떤 무언가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단히 불쾌하게 만들어서 공화당 자체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 틀림없다.”
대개 소득이 높고 부유할수록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평균 소득은 미국의 다른 어떤 인종집단의 소득보다도 높습니다. 2009년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계 가계 소득은 평균 65,469달러로 백인(51,863달러), 흑인(32,584달러), 히스패닉(38,039달러)보다 훨씬 높습니다. 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소득이 높은데도 공화당을 싫어할까요? (The Conversation)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