럿거스대학과 시러큐스대학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실험 결과, 이력서에 자신의 장애 사실을 밝힌 지원자에 대한 차별은 실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가상의 지원자에 관한 이력서(résumés and cover letters)를 가짜로 만들어 회계 분야의 신규 직원을 뽑는다는 회사 수천 곳에 보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회사들은 학력, 경험, 스펙 등 업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똑같은 지원자 가운데 장애 사실을 밝힌 사람들에게 26% 덜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자 가운데 한 명인 럿거스대학의 정치학자 리사 슈어(Lisa Schur)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있을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그 정도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커서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를 밝힌 부분만 빼고 보면 지원자들의 이력서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번 실험이 회계 분야의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지만, 그래도 이 결과는 노동이 가능한 연령의 인구 가운데 장애인들은 34%만 직장에 고용된 반면, 비장애인들은 74%가 고용된 현실을 설명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장애인이 구직 과정에서 겪는 차별을 수치화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연구들은 대개 장애 여부가 실제 업무 능력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즉,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실제로 지장을 줄 수 있는 장애가 있는 지원자를 뽑지 않는 회사를 두고 장애인을 차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기존 연구는 장애인들이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력을 애초에 덜 해서 그럴지 모른다는 지적에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장애인을 채용할 의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나 실험을 통한 연구 결과도 대개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응답자나 피험자들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답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런 실험이나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면 장애인이 겪는 차별이 문제라는 걸 인식한 이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사람들과 실제 인사팀에서 인재 채용 과정에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성향이 비슷할 거라는 가정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논문의 저자이자 시러큐스대학의 사회심리학자 미라 아디야(Meera Adya)는 말합니다.
가상의 지원자에 관해 쓴 가짜 이력서를 실제 회사에 보내는 연구방법은 이미 인종이나 성별 등 다른 요인에 따른 차별 문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데 성공적으로 쓰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에서 차별 문제를 연구하는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뉴마크(David Neumark)는 가짜 이력서를 보내는 방법이 차별의 실재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말하며, 장애에 대한 차별 여부를 알아본 이번 연구가 방법론에 있어서 상당히 엄밀하게 설계되고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연구진은 회계 관련 회사에 지원할 가상의 지원자를 총 여섯 명 만들어냈습니다. 여섯 가지 가짜 이력서를 썼다는 뜻인데, 이 가운데 석 장은 6년 경험이 있는 지원자, 나머지 석 장은 이제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남짓 지난 지원자의 이력서였습니다. 각각의 석 장에 기록된 경험, 학력 등은 같았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각 이력서에 기록된 가상 지원자의 장애 여부였습니다. 한 명은 비장애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척수 외상 장애가 있고, 마지막 한 명은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데 다소 지장을 줄 수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통념상, 또한 이전의 연구에서도 밝혀졌듯 스펙이 좋고 경력이 있으면 장애 때문에 받는 차별을 극복하고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데 유리할 것 같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6년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의 경우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서류 전형을 통과해 면접을 볼 확률이 34% 낮았습니다. 반면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원자들의 경우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면접 기회를 받을 확률은 15% 낮았습니다. (단, 두 번째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럿거스대학 박사과정 학생으로 이번 연구의 공저자이기도 한 메이슨 아메리(Mason Ameri)는 경험이 많은 지원자들 사이에서 장애 여부에 따른 차별이 더 큰 것처럼 나타난 결과는 의외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가상 지원자들의 경력, 학력 등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도록 썼고요.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출중한 능력을 갖춘 지원자들이기 때문에 회사들이 적어도 면접까지는 보고 나서 채용 여부를 결정할 줄 알았어요.”
경험이 많은 지원자의 경우 장애가 더 걸림돌이 된 이유로 연구진은 회사로서 경력직 사원을 뽑으면 임금을 비롯한 혜택을 더 많이 줘야 하고 이들의 평균 근속 기간이 (신입 사원보다) 더 길기 때문에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경험 많은 지원자들은 직급상 고객을 더 자주 만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슈어 박사는 이유야 어쨌든 회사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일을 “비용을 더 드는 모험”으로 여겼다고 말했습니다.
척수 외상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두 가지 다른 장애가 가져온 차별의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는 모집 직군이 업무상 고객과 자주 만나고 교류해야 하는 일이라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지원자를 꺼렸거나, 회사 건물에 휠체어 전용 경사로 등을 새로 만드는 게 부담돼서 척수 외상이 있다고 밝힌 지원자를 꺼렸다기보다는 그냥 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차별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1990년에 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실제로 줄이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인 15인 미만의 사업장은 차별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 이런 소규모 회사에서 장애인 지원자에 대한 차별이 훨씬 두드러졌습니다. 반면 상장된 공개 주식회사는 평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애인을 차별하는 회사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회사들도 정부의 요구 때문인지 장애인 고용률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의 공저자이자, 1990년 사고를 당한 뒤 척수 외상을 입은 휠체어 장애인이기도 한 경제학자 더글라스 크루스(Douglas Kruse)는 현주소를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차별) 문제는 몇몇 특정 분야에 집중돼 있어요. 차별이 만연한 회사, 덜한 회사, 차별이 없는 회사들, 그리고 각각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분석해보면 대체로 납득할 만한 경향이 보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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