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학년 학생들은 이미 성교육 수업을 통해 성병과 다양한 피임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번 수업은 성적 관계의 매 단계에서 어떻게 상대방의 동의를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입니다. 보건 교사인 잘룸 선생님은 상대가 침묵하거나 저항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명백하게 동의 의사를 밝혀야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합니다. “10분마다 ‘예스’라고 말해야 하나요?”
“그런 셈이죠. 시간 간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 단계를 시작하는 사람이 질문을 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답변입니다.
“‘노’라고 말하면 거절이다(No means no)”가 지난 세대 성교육의 대표 슬로건이었다면, 요즘 세대는 “‘예스’라고 말해야 동의한 것이다(Yes means yes)”는 말에 더 익숙할 것입니다. 이번 달,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최초로 고등학교 보건 시간에 “명확한 동의”를 필수적으로 가르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술에 취해 있거나 잠든 사람은 “동의”를 할 수 없는 주체라는 점도 반드시 수업 내용에 포함하도록 했죠.
작년에 캘리포니아주는 명확한 동의 표시를 성폭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도록 대학 교칙을 바꿨고 몇몇 주들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교내 성범죄 처리 방식을 개선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강요당하는 분위기를 없애려는 조치입니다.
이런 조치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말만으로 당시 상황을 파악해야 할 때, 혐의를 받는 사람이 과하게 부당한 입증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접촉 단계마다 동의 여부를 묻고 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부자연스럽고, 이런 식의 성교육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교 현장에서 20년째 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잘룸은 새로운 기준을 매우 반기고 있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섹스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며, 어색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정상이라고 가르칩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어떤 말로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볼 것인가”를 두고 조별 토론을 시작합니다. “여기를 만져도 되니?”, “이거 하고 싶어?” 등 여러 후보가 너무 의학 용어 같다는 이유로, 너무 두루뭉술하고 애매하다는 이유로 탈락합니다. “하나같이 너무 어색하고 이상해요.” 한 여학생이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한 남학생의 “괜찮아?(You good?)”라는 짧고 간단한 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고등학생 성교육 지침이 도입되고 대학들이 의무적으로 교칙을 바꾸기는 하지만, “명확한 동의” 규정이 실제 법정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는 테네시주의 한 대학생이 상대 여성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퇴학을 당했지만, 법원은 대학 징계위원회 측이 해당 학생에게 과도한 입증 책임을 지웠다며 퇴학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고교 성교육 지침 법안을 발의했던 캘리포니아주의 케빈 드 레온 상원의원은 이 법을 통해 문화와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많은 성범죄가 애매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현실과 피해자의 행동을 탓하는 구태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지침에 따른 성교육 시간에 학생들은 질문이 많습니다. “어떤 여자애랑 잤는데 다음날 걔가 사실 자기는 원하지 않았는데 억지로 성관계를 했다고 마음을 바꾸면 어떡하죠?” 잘룸이 자주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잘룸은 성관계에 이르기 전에 상대를 잘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섹스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포함하는 행위고, 매 단계에 대해 상대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점을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일회성 관계에 관해 묻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어느 단계에서건 거절할 준비, 또 상대방의 거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순간에 휩쓸리지 않게 미리 파트너와 이야기를 나누라는 말에 한 남학생이 묻습니다. “그런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혀요.” 선생님의 답은 단호합니다. “대화도 연습하세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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