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영

여전히 인기많은 MBA

MBA(The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학 석사 과정)에 대한 비판은 낯설지 않은 화제입니다. 1950년대 포드 재단이 후원한 보고서는 이 학위에 대단한 점이 없고, 실제 업무와 무관하다고 지적했죠. 1980년대 비즈니스위크는 MBA 졸업생이 소통에 서투르고 경영을 이론적으로 접근하며 4주 내로 최고경영자가 될 것인 양 망상에 빠져있다고 비판했습니다. 2000년대에는 엔론이나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질 때 수장들이 모두 화려한 MBA 출신이라고 비판받기도 했죠.

그러나 MBA는 여전히 인기가 많습니다. 매년 미국에서만 19만 2천 명이 학위를 받고, 2014년 전 세계적으로 68만 8천 명이 지원에 필요한 시험 GMAT에 응시했죠. 정점이었던 2008년 74만 5천 명보다는 줄어든 숫자입니다. 불황일 때 경영대학원 지원자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경제 불황으로부터 잠시 몸을 피하는 거죠.

그러나 경제 주기를 제외하더라도 몇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자 문제입니다. 유학생들은 졸업 후 해당 국가에서 일하기 위해 유학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인기 많은 국가인 미국과 영국에서 비자를 잘 내주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MBA 졸업생들은 미국에 남기 위해 H-1B 비자를 ‘후원’해줄 기업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3년 근무 허가가 나고, 6년까지 연장할 수 있죠. 그러나 이 비자의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은 지 한참입니다. 미국은 H-1B 비자를 매년 8만 5천 개로 제한하는데(석사 학위 2만 개) 며칠 만에 바닥납니다. 영국은 학생 비자가 끝나기 전에 근무 비자를 반드시 받아야만 그 국가에 머물 수 있죠. 이렇게 미국, 영국에 남는 게 힘들어지자 캐나다와 같은 나라들의 인기가 올라갑니다. 캐나다는 실리콘밸리에 “H-1B 비자 문제로 고민하고 있나요? 캐나다로 오세요.” 라는 광고를 할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업계 상황은 아직도 MBA 출신이 인기가 많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89%의 학생이 졸업 후 석 달 내로 직업을 찾고, 연봉 중간값은 10만 달러로 MBA 이전 연봉보다 88%가 높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은행에서는 예전만큼 MBA를 찾지 않는다는 정도입니다.

아시아의 대학도 인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시아나 호주 대학원 지원자는 2007년 이래 8.1%가 늘었고 아시아 학교의 순위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중국도 앞으로 경영대학원을 늘릴 분위기입니다.

인기가 없는 경영대학원은 변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미시간, 듀크, 노트르담 등 저명한 대학에서도 실무 경험이 없는 학부 졸업생이 바로 진학하는 MiM(Master-in-management) 프로그램을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합니다. 이는 후에 MBA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을 미리 끌어오는 결과를 낳겠죠.

하버드 등 적어도 연 4만 달러 이상이 드는 최고 인기 대학은 지원자가 점점 느는 반면 4만 달러가 안 되는 MBA 프로그램은 지원자를 잃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추세입니다. MBA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다는 증거겠죠. 그러나 경영대학원에서 MBA 프로그램을 줄일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MBA 프로그램이 없다면 그게 경영대학원인가요?” 헐트 스쿨 스테판 호지스의 말입니다. (이코노미스트)

원문보기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Recent Posts

[뉴페@스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 미국 대선판에 등장한 문건… 정작 묻히고 있는 건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일 ago

“뻔한 정답 놓고 고집 부린 결과”… 선거 진 민주당 앞의 갈림길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을…

3 일 ago

[뉴페@스프] 독서의 대가로 돈을 준다고? 중요했던 건 이것과 ‘거리 두기’였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진짜 승자는 트럼프 아닌 이 사람?… 트럼프 2기를 예측해봤습니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 해리스의 패배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와 칼럼이…

7 일 ago

[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주 ago

“‘기생충’처럼 무시당한 이들의 분노” vs “트럼프 지지자들, 책임 돌리지 말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2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