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국제 보건 사업에서 최우선 순위로 삼는 것은 전염병과 같은 치명적인 의학적 문제를 예방하고 퇴치하는 일이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상황에서도 구호 단체들이나 지역 자선 단체들, 그리고 의사 개개인들은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심리학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질병에 맞서 싸우곤 했습니다. 그 질병은 다름 아닌 강간, 자연재해, 내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트라우마입니다.
시리아 정신과 의사인 모하매드 아보히랄(Mohammad Abo-Hilal) 박사는 요르단에 기반을 둔 ‘시리아의 밝은 미래(Syria Bright Future)’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주된 목표는 시리아 난민들, 특히 난민 어린이들을 돕는 것입니다.
UN은 시리아 사태를 근대 사회 이후 인류 최악의 반인도주의적 참극으로 규정했습니다. 시리아는 한때 세계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는 나라였지만, 끔찍한 내전이 계속된 끝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UN은 약 400만 명의 난민들이 시리아를 탈출했다고 밝혔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어린이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유니세프(UNICEF)의 2014년 설문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약 1/3 정도의 시리아 어린이들이 비정상적인 공격적 행동 및 자해 행동을 보였습니다. 보고서는 이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범죄, 약물 중독, 폭력 행위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범죄 집단이나 무장 세력에 가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보히랄 박사는 이러한 위험성을 낮추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부터 난민 출신인 아보히랄 박사는 시리아에서의 고문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요르단으로 망명하여 ‘시리아의 밝은 미래’를 창설하였습니다.
이 단체는 국제 구호 단체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사업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체의 주 대상은 어린이들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린이들이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기억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일대일 치료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트라우마와 관련된 악몽이나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회상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집단 치료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머릿속에 안전한 공간을 떠올리고, 스스로 이완 요법을 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또한, 그림을 그림으로써 나쁜 기억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와 같은 방법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들을 확실히 완화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의사들은 대화 요법과 약물치료를 비롯한 많은 치료법을 시도해보았지만, 여전히 완벽한 치료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보히랄 박사는 많은 어린이가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심각한 어린이들은 더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보내집니다.
아보히랄 박사의 조직은 어린이들이 난민으로서 겪는 실제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활동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밝은 미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비롯하여 성폭력, 그리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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