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참 별 걱정을 다 하는 사람’ 한 명씩은 있을 겁니다. 간단한 결정 하나 내리는 데도 온갖 경우의 수를 따져보느라 한참 걸리고, 안 해도 될 걱정까지 늘 사서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에게까지 걱정이 옮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걱정이 많고 때론 신경질적인 사람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고 창의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 런던왕립대학 연구진은 걱정과 상상력 사이에도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사람들의 성격을 연구하는 신경생물학자 퍼킨스(Dr. Adam Perkins) 박사는 연구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스스로 자꾸 만들어내서 하고 또 하는 사람들은 뇌 속의 내측 전전두 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이라는 곳이 활성화돼 있어요. 이 곳이 하는 역할 가운데 여러 가지 위협을 인식하는 것도 포함되는데, 여기가 활성화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쉽게 공포를 느끼고 편도체의 기저 측 세포핵 부분(basolateral nuclei of the amygdale)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건 또 무슨 뜻이냐면 주변에 위협이라고 느낄 만한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공포를 느끼거나 강력한 부정적 감정을 일깨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신경이 예민하거나 신경질적인 사람이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해 있지도 않은 위협이나 안 좋은 것을 자꾸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걱정이 발명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한 번 원리를 따져보면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들은 대부분 걱정 혹은 위협에 대한 공포에서 촉발됐으니까요. 원자력은 에너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첨단 무기는 침략받을지 모른다는 위협 때문에, 의학의 발전은 질병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퍼킨스 박사는 상상력이 인간이 가진 중요한 재능 가운데 하나라고 말합니다.
“늘 기분 좋고 행복한, 걱정 없는 사람들의 특징은 대개 어떤 문제에 대해 두 번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밤낮 온갖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한 사람들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우리 주변에 잘 알려진 천재들은 대개 늘 고뇌에 빠져있고 천성이 밝은 사람보다는 우울한 사람이 많았죠. 신경이 대단히 예민한 사람인 경우가 실제로 많기도 합니다. 아이작 뉴튼, 찰스 다윈, 빈센트 반 고흐, 커트 코베인 같은 사람의 생애를 떠올려 보세요. 존 레논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천재는 고통스러운 법”이라고, 이 말 만큼 창의력과 신경질적인 기질의 관계를 잘 요약한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걱정을 사서 하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무턱대고 손가락질부터 하지 마세요. 어쩌면 그 친구들은 진짜 대단한 천재일지도 모릅니다. (Higher Perspec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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