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수염을 기른 얼굴에 저 먼 곳을 응시하는 눈, 베레모 아래서 카리브해의 바람에 흩날리는 장발. 사진작가 알베르토 코르다가 찍은 체 게바라의 얼굴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미지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오늘날 이 얼굴은 담뱃값과 비키니 수영복에 찍혀있고, 운동 선수들의 몸에 문신으로도 새겨져 있습니다.
딱 40년 전 이번 주, 볼리비아에서 체포되어 죽음을 맞이한 한 아르헨티나인의 엄청난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혁명가는 혁명을 해야 한다”는 말을 실천에 옮기며 살다 간 일관성이 아마도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는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 쿠바와 콩고, 볼리비아에서 반공을 앞세워 미국의 지원을 받던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습니다. “여러 개의 베트남을 만들자”던 그의 외침은 전 세계 대학가로 퍼져나갔고, 최근에 부활한 반미주의는 그의 인기에 다시금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는 10대들은 구체적인 역사를 알지 못한 채 그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끌리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코르다의 사진은 체 게바라에게 낭만적인 반항아로서의 아이콘적인 위치를 부여했습니다. 그가 39세에 죽은 것도 그러한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살아남아 쿠바 장로 정치의 일원이 되었다면, 체 게바라도 세계 정치의 제임스 딘이 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눈을 크게 뜬 채 죽음을 맞이한 체 게바라의 시신 사진 역시 안드레아 만테냐의 그림을 연상시키면서, 요절한 혁명가에게 예수의 이미지를 덧입혔습니다. 세속적인 인센티브가 아닌 도덕을 따라 자신의 조국도 아닌 곳에서 두 번이나 목숨을 내놓고 싸움을 벌였고, 세 번째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으니 “현대의 성자”로 부족함이 없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쿠바에서 체 게바라는 성인 대접을 받습니다. 학생들은 아침마다 “체 게바라처럼 자라나겠다”는 구절을 외치고 그의 시신과 유품은 국가적인 숭배의 대상입니다.
컬트가 확산되면 될수록 그 내용은 대상이 되는 인물에서 점점 더 멀어집니다. 그는 낭만적인 기독교 성인이 아니라, 가차없는 도그마적 마르크스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기보다, 또 다른 형태의 독재를 위해 투쟁한 인물입니다. 그는 조직 내에서 반동분자들을 처형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경제적으로는 작은 농장과 가게까지 국가가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그의 게릴라식 투쟁은 수많은 이상주의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잔혹한 독재 정권의 기반을 마련해주었음은 물론 민주주의의 지연을 가져왔습니다. 체 게바라의 전기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지적한대로, 체 게바라의 잔상은 라틴아메리카에서 현대적이고 민주적인 좌파의 부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체 게바라 티셔츠를 사 입는 사람 중 다수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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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다운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