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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내려진 때아닌 도서금지령, 그 전말은?

테드 도우즈(Ted Dawes)라는 작가가 쓴 <인투 더 리버(Into the River)>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금지도서로 지정된 책이죠. 하지만 이 책을 둘러싼 논쟁에서 우리는 뉴질랜드 국민들이 읽고 싶은 책을 순순히 포기하는 고분고분한 사람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뉴질랜드 특파원도 이 화제의 책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금서령이 엄격하게 적용돼 시중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빌릴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펴낸 펭귄 출판사에 취재 목적으로 책을 볼 수 없냐고 문의했지만,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표지와 첫 장의 일부를 공개하고 있는 아마존에서도 킨들용 전자책은 구입할 수 없었죠. 경찰의 단속이 얼마나 엄격할지 미지수이기는 하나, 금지령을 어기면 기관에는 10,000 뉴질랜드달러, 개인에게는 3,000 뉴질랜드달러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조용히 이 책을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소리내어 책을 읽는 것도 법 위반입니다.) 학교 도서관의 사서들도 지지를 밝혔죠. 한 서점에서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과 같이 한때 금지도서였던 책들을 한데 모아 놓고, 진열대 한 가운데 <인투 더 리버>가 들어있는 종이 봉투를 전시해 항의의 뜻을 표했습니다. 변호사들도 이 책에 대한 금지가 권리장전에 위배되는 게 아닌지 살피고 있고, 법무부 장관마저 금지도서 지정을 가능케 한 법 조항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이 책이 금지된 것은 법률 상의 허점과 뉴질랜드 영화문학 심의위원회 돈 매티슨(Don Mathieson) 위원장의 개인적인 신념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 책에 매겨야 하는 적절한 등급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검열 당국은 누군가의 항의가 있어야만 책을 검토할 수 있는데, “패밀리 퍼스트(Family First)”라는 이름의 보수 성향 종교 단체가 <인투 더 리버>를 당국에 신고한 것입니다.

처음 심의위원회는 이 책에 “14세 이상” 등급을 붙이고자 했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이를 시행하기 어려웠고 정부는 등급을 취소합니다. 그러자 원래 이 책에 “18세 이상” 등급을 주고 싶었던 매티슨 위원장은 (많은 이들이 존재 자체를 몰랐던) 자신의 권한을 사용해, 재검토가 이루어질 때까지 이 책에 대한 일시적으로 금지령을 내려버립니다. 관련법 제정 이후, 책에 대한 일시적인 금지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 달 안에 위원회가 재소집되면 금지령은 취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개의 주요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이 책은 엘리트 학교에 입학한 마오리 소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에는 섹스와 욕설, 폭력과 마약이 등장하죠. 교사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이 학교에서 직접 본 것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그는 금지령과 책에 대한 항의 편지에 큰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은 결국 이 책을 구하지 못했지만, “패밀리 퍼스트” 대표에 따르면 이 책에는 “c로 시작하는 단어가 9번, f로 시작하는 단어가 17번, 그리고 shit이라는 단어가 16번” 등장합니다. 한편 뉴질랜드 출판사협회의 회장은 이 책을 “수준높은 문학 작품으로 여러 10대 남자 청소년들의 인생을 바꿀만한 책”으로 평가했습니다. 금지령이 풀리면 독자들이 각자 판단할 수 있겠죠.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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