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Airbnb), 링크드인(LinkedIn), 유튜브(YouTube)는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그래서 이들 없는 삶을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성공한 대기업입니다. 하지만 이 기업들도 처음에는 다른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려는 열정을 가진 창업자가 있었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스타트업들처럼) 팀을 불리고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홍보 활동(pitch)도 합니다.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걷는 스타트업은 없습니다. 울퉁불퉁한 길이라도 어쨌든 전진할 수 있다면 다행이고, 적잖은 수의 스타트업이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지 못하고 실패하곤 하죠.
CBInsights가 지금은 10억 달러가 넘는 가치를 지닌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 다섯 곳의 올챙이 적 모습을 모았습니다. 이들이 투자자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기업의 비전을 설명하고 홍보할 때 쓴 슬라이드들을 모은 겁니다. 어떤 점이 전달이 잘 됐는지, 지금 (회사 이름을 숨기고) 저 슬라이드를 보여준다면 벤처 캐피탈리스트나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할지,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성이 있어보이는지, 궁금한 게 참 많습니다.
벤처캐피탈 회사 트리니티 벤처스(Trinity Ventures)의 15년 경력 투자자이자, 여러 스타트업을 발굴해낸 구스 타이(Gus Tai) 씨가 에어비앤비, 앱넥서스, 버즈피드, 링크드인, 그리고 유튜브의 초창기 홍보 슬라이드를 보고 각각에 대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에어비앤비(Airbnb) – 현재 시장가치 255억 달러
원문의 슬라이드는 2011년 만든 프레젠테이션 자료입니다. 당시 에어비앤비는 두 번째 투자(Series B funding)를 유치하고 있었습니다. 타이의 주요 분야는 스타트업의 첫 번째 투자(Series A) 쪽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타이는 이 프레젠테이션의 주제와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고, 사업성이 잘 부각됐다고 말했습니다.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상당히 커 보여요.”
당시 진행한 몇 가지 시험 판촉 결과 에어비앤비는 고객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숙박업계, 여행업계에 너무 오랫동안 변화가 없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판을 흔들 때라는 전망이 나오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당시 이미 VRBO 같은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세운 스타트업이 있었음에도 에어비앤비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는 게 타이의 분석입니다.
타이는 에어비앤비가 무엇보다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찾고 있던 투자처의 요건을 잘 갖춰놨다고 평가했습니다. 당시 투자자들은 일종의 중고 직거래 장터인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오지만 한 가지에 특화된, 그래서 어떤 분야 하면 당장 많은 이들이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훗날 그런 브랜드를 구축했죠.) 타이는 아마 첫 번째 투자(Series A)였다면, “아이디어는 좋은데, 지금의 경영진만이 해낼 수 있는 특색이 있는지”를 물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휴가용 펜션이나 숙소를 통으로 대여하는 사업을 주로 하는 홈어웨이(HomeAway)가 성공적으로 상장을 한 뒤였습니다. 이는 투자를 유치하는 에어비앤비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게 타이의 분석입니다.
앱넥서스(AppNexus) – 현재 가치 12억 달러
원문의 슬라이드는 초기 자금을 모으기 위해 2007년에서 2008년 초 사이에 준비된 자료입니다. 심각한 경제 위기가 오기 직전, 혹은 그 징조가 보이던 시점이었지만, 앱넥서스와 투자자들은 비교적 큰 모험을 감행한 셈이라고 타이는 분석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슬라이드를 보면 앱넥서스의 현재 주력 업무인 실시간 온라인 광고 관련 이야기는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즉, 앱넥서스가 원래 주력하려던 분야는 클라우드 컴퓨터 관련 사업이었습니다.
버즈피드(BuzzFeed) – 현재 한달 페이지뷰 2억, 시장 가치 15억 달러
2008년만 해도 버즈피드 웹사이트의 한달 페이지뷰는 250만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매달 2억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미디어그룹인 NBC로부터 2억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습니다. 버즈피드의 초기 홍보 슬라이드에 대한 타이의 평가는 “가히 최정상급”이라는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타이는 아마 자기에게 이 슬라이드가 들어왔다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도 덧붙였는데, 자신이 미디어 업계를 잘 모르고 또한 불황이 닥친 2008년에 미디어 산업은 특히 투자자들로부터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링크드인(LinkedIn)
2004년 창업 후 아직 수익을 한 푼도 올리지 못했던 링크드인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고 사람을 뽑는 데 네트워크의 힘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두 번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모았습니다. 타이는 링크드인의 베타테스트 유저였던 1만 명 중 한 명이었고, 공동창업자인 호프만(Reid Hoffman)과는 친구 사이이기도 했습니다.
“전 첫 번째 기회에서 (링크드인에) 투자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같은 일이지만, 두 번째 기회도 제 발로 차버렸죠. 하하, 제가 미쳤던 거죠.”
타이는 슬라이드에도 나와있는 표현의 애매함을 문제로 지적했는데,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큼 시장이 충분히 커질 것이다, 잠재력이 있다는 표현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믿음을 주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치를 잴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죠. 충분한 임팩트가 있어야 할 마지막 슬라이드도 다소 지루했습니다. 다만 타이는 호프만이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는 슬라이드가 발목을 잡았을 뿐이죠.
유튜브(YouTube) – 2006년 구글이 16억 달러에 인수
유튜브가 처음 투자자를 모으고 투자를 유치했을 때 이용자 수는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고, 하루에 영상 조회수는 10만 건 정도였습니다. 현재 10억 명이 넘는 유저에 하루 조회수 70억 건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죠.
원문에 있는 유튜브의 문건은 벤처캐피탈 회사 세콰이어 파트너스의 평가인데, 타이가 가장 주목하는 수치는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그로 인한 높은 평가(customer engagement)였습니다. 처음 6주 동안 유튜브는 다른 동영상 공유 사이트들에 비해 무려 20배나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하기가 훨씬 수월한, 더 좋은 플랫폼, 더 뛰어난 상품이었던 겁니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더라도 투자자는 현재 상태가 계속 몸집을 키우는 단계인지, 아니면 이미 정점을 찍은 뒤인지를 판단해야 하고, 이와 별개로 수익 모델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유튜브는 분명 기존의 쉽게 명멸해간 스타트업과 달라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도박이었습니다.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의 공통점
타이는 이 회사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앱넥서스는 창립 멤버들이 이 업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미 다뤄본 적인 있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줬습니다. 링크드인도 창업자들이 페이팔(PayPal)의 초기 멤버였다는 점,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초기에 자금이 너무 부족해 투자를 받으려고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는 점 등이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승부했다가는 고객들로부터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의 것과 아무런 차별성 없어서는 또 안 됩니다.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두 가지를 다 갖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를 잘 아는, 잘 경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맡아서 하고 있을 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에어비앤비가 완전히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상품을 파는 게 전혀 아닙니다. 그저 기존에는 쓸 수 없었던 공간, 빈집을 더 쉽게 찾아서 쓸 수 있도록 매칭 플랫폼을 잘 짜놓은 것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타이는 열정적인 창업자들을 늘 눈여겨본다고 말합니다. 버즈피드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들이 소위 지쳐 나가떨어질 위험도 늘 고려해야 합니다. 열정만 앞세우는 기업가들은 힘을 효율적으로 아끼고 분배하는 법을 잘 모르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해줄 창업가들 사이의 팀워크, 전문성, 경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등장하는 딜레마가 열심히 하는 열정적인 이들이라고 반드시 다 그 목표를 이루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타이는 말합니다.
“그래서 늘 투자에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죠.” (Fast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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