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칼럼

대학교의 기업화를 경계해야 합니다

제가 얼마 전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퍼듀대학교는 캠퍼스가 엄청 넓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캠퍼스 서쪽 끝에는 학생과 교수들은 물론 이웃 주민들까지 한데 토마토와 해바라기를 가꾸는 정원이 있습니다. 풀이 무성해 보이는 이곳은 대학 구성원이 자주 찾는 관광지도 아니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릴 필요도 없는 곳이어서 학교에서 세심하게 관리하지는 않는 장소입니다. 퍼듀대학교에 이곳은 그리 특별한 장소가 아닙니다. 하지만 금융위기 시절을 포함한 지난 20년 동안 미국 대학교는 더 많은 건축물을 지을 목적으로 더 많은 토지를 캠퍼스에 편입시키면서 급속한 물리적 팽창을 계속해왔고, 건물을 재건축해 왔습니다. 이런 학교의 모습 때문에 저는 이 정원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퍼듀대학교 내에서 자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얼마 남지 않은 곳입니다.

학교는 학부생이 잘 가지도 않을, 무미건조한 크고 인상적인 건물들을 지으면서 학교의 연구 활동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번 확장으로 늘어나는 연구단지의 면적은 약 65만 제곱미터 정도이지만, 다음번에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면적이 연구단지에 포함돼 이 정원도 없어져야 합니다. (학교는 다른 곳에 이 정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짓는 건물은 학교에서 인기가 없는 항공기술 분야 연구를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물론 새 연구단지가 가치 있게 쓰이겠지만, 계속된 연구단지의 확장은 자연 그대로의 공간을 파괴하며 학교 내 모든 곳이 차이를 찾을 수 없는 똑같은 인공적 공간으로 바뀜을 의미합니다.

학교를 질서정연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 대학의 기업화라는 매우 부정적 추세 중 하나의 증상일 뿐입니다. 학교 안에 스타벅스가 생기고, 반즈앤노블이 학교 서점으로 자리잡고, 학교 식당에서 비자 카드로 식사를 구입합니다. 오늘날 대학에 등록한다는 것은 여러 작은 부분이 모여있는 거대한 이윤 추구 체제에 자신이 어느덧 포함됨을 의미합니다. 은행 ATM에서 학자금으로 대출받은 돈을 인출하고, 티켓마스터에서 학교 극장 표를 사고, 나이키에서 판매하는 어처구니없을 만큼 비싼 학교 운동복을 삽니다. 학교 내에서도 학생들은 영리 기업의 광고에 수시로 노출되어 있으며, 영리 목적의 안경점에서 안경을 사며, 거대 금융사를 통해 자동차 보험을 들고, 봄방학을 보내기 위해 다국적기업이 제시하는 여행 패키지를 구입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서 이런 기업들의 교내 침투를 얘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학교의 경영 방식이 점차 기업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벤자민 긴스버그(Benjamin Ginsberg)가 2011년 발간한 책 <교원의 몰락>에서 지적하듯, 점점 많아지는 대학행정 일자리는 현존하는 대학 사업을 점점 변화시킵니다. 학교는 교수보다 오히려 더 많은 행정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행정 직원이 필요한 많은 직무를 수행하지만, 이런 숫자의 불균형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고등학교에 선생님보다 교장선생님의 숫자가 더 많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관료 군단은 혹독한 감시를 가능하게 합니다. 캠퍼스 내의 자유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행정 직원들의 감시하에 놓입니다. 캠퍼스의 구석구석 작은 부분까지 하나의 획일적인 가치 아래 차차 통합되고 규격화되어갑니다. 퍼듀 캠퍼스에 끝없이 지어지는 건물들은 이런 이념의 미적 접근 방식을 그대로 나타냅니다. 현재 미국 대학교는 ‘제이크루(J. Crew) 카탈로그’에 나오는 상품의 나열처럼 아주 꼼꼼하고 인공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마치 나이키 타운이나 디즈니월드처럼 여느 대학 캠퍼스에서 갈수록 일당 독재 국가의 모습이 그려지곤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캠퍼스 정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저는 항상 그 정원을 생각하게 됩니다. 좌파가 사용하는 언어처럼 대학에서 학생은 고객이고 교수는 교육을 제공하는 고용인이라는 말이 멋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대학 교육의 자연스러운 목적인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축소합니다.

원문출처: 뉴욕타임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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