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세살배기 아일란 셰누(Aylan Shenu, 한국 언론에는 아일란/에일란 쿠르디로 소개되었으나, 쿠르디는 아일란의 본명이 확인되기 전 터키 언론에서 사용하던 이름입니다)의 사진은 순식간에 중동 지역의 난민,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는 중요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세상을 바꾸는 사진”은 정말 세상을 바꿔왔을까요? 그리고 터키 해안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아일란의 사진은 “우리의 의식을 깨우칠” 수 있을까요? 이는 사진기자이자 월드 프레스 입상자인 알랭 맹감(Alain Mingam)과 같은 이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한 장의 사진에는 존재하지 않는 힘을 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역사적으로 우리는 다른 사건들의 상징적인 사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 1972년 6월 8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울고 있는 모습이 AP 통신의 사진기자인 닉 웃(Nick Ut)의 피사체가 되었던 네이팜탄 희생자 킴 푹(Kim Phuc)의 사진은 월남 군용기 두 대가 자국민이 모여 있던 불탑을 오인 폭격한 순간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음날 다른 신문사들에서 사진에 소녀의 나체가 드러났다는 이유로 망설이는 사이, 뉴욕타임즈는 닉 웃의 사진을 1면 하단 왼쪽에 인쇄합니다. 6월 12일에 이르면 거의 세계 모든 곳에서 이 사진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이 사진으로 1973년 퓰리쳐 상을 수상하며, 킴 푹의 사진은 월남전의 부당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됩니다.
우리는 킴 푹의 사진이 월남전 종전에 대한 닉슨 행정부의 결정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해왔지만,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 연구원 앙드레 군테르(André Gunthert)는 “불행히도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으며, 사실 “상징적인 이미지는 이미 다른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동반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AP 통신이 킴 푹의 사진을 보도하던 때, 이미 미국 여론은 종전으로 급속하게 기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환의 순간
로이터 통신을 통해 보도된 아일란 셰누의 사진과 다른 매체를 통해 상세하게 수집된 그의 이름, 이동 경로, 그의 가족들에 대한 정보를 볼 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전환의 순간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난민들은 지중해에서 오래 전부터 죽어가고 있었지만 (2014년 약 3,500명, 2015년 초부터 약 2,000명), 이 사진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프랑스와 함께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힌 시기에 촬영되고 보도되었습니다.
많은 매체의 1면에 같은 사진이 보도되었던 영국에서도 기존에는 난민 수용에 대한 거부 여론이 고조되었던 것과 달리, 데이빗 카메론 총리의 비타협적인 난민 정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사진은 “한 세기가 넘도록 인권 문제를 제기했던 사진들이 공유하는 시각적인 문법 내에” 위치한다고 군테르는 분석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베트남, 수단뿐 아니라 프랑스 2TV 카메라 앞에서 이스라엘의 폭격 하에 놓인 어린 무하마드 알-두라(Mohammed al-Durah)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사진 속 어린 아이의 존재는 “그 문제가 인간성 전체와 관련된 것”임을 역설합니다. “이 이미지들은 윤리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는 특정한 시점에 출현”한다고 군테르는 강조합니다. 언론매체에서 다루지 못하는 내용을 하나의 사진이 대신 말해주는 것입니다. 혹은 매체들이 사진이 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순간적으로 해석되어서 해당 사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사진들은 “아주 오래된 시각 문화에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해독할 수 있는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제한해야 한다”고 군테르는 말합니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아이는, 맥락에서 벗어나 다른 이유로 익사하였을 수도 있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우리는 무엇이 아일란 셰누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각자 순간적으로 이미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독자들은 각자 이 사진이 유럽 이민 정책의 실패를 상징하고 있음을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4년 많은 사진들이 시리아 전쟁의 참혹성을 드러냈고, 충격을 유발하여 인터넷 상에서 국제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선과 악이 충분히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려운 갈등이었으며, 너무나 많은 이미지가 출현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매일 4,000여 장의 사진이 보도되었다고 국제 사진 학교 수석 연구원인 프레드 리트친(Fred Ritchin)이 설명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무엇을 봐야 할지 더 이상 알 수가 없습니다. 월남전에서는 한 사진이 하루 종일 신문 일면에 배치될 수 있었고, 사람들이 사진에 대해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 사이트에 보도되는 사진들은 불과 몇 분이 지나면 또 다른 사진으로 대체됩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아일란 셰누의 사진은 난민 아이들의 아픔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진이 아님에도 SNS와 연계되어 언론매체에 자신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트위터는 상징물의 선택에 있어 상징물을 공인하고, 이를 공고화하는 역할을 점했다”고 군테르는 분석합니다. 여론의 일부를 결속하는 SNS에서 대대적으로 공유된 이미지를 언론매체가 무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상징적인 이미지에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바를 투사하는 것을 막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프랑스 공화당 의원이자 수개월 동안 이민자를 “밀입국자”로 통칭하며 난민들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에릭 씨오띠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그는 사진이 SNS에서 이슈가 된 지난 목요일 아침 트위터 계정에서 “국제사회의 무위에 가슴이 아프다”고 표현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사진의 출판과 공유가 무용한가요? 아닙니다. 그것은 이 이미지가 “역사의 기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군테르는 “월남전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킴 푹의 이미지가 종전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죠”라며, 아일란 셰누의 사진 또한 난민 문제에 대해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리베라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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