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70명의 연구자들이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세 논문지에 발표된 심리학 연구 가운데 100건을 골라 재현해 보았습니다. 이들은 최대한 기존의 실험 조건을 맞추려 노력했지만, 단 35건만이 통계적인 검증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과하지 못한 실험 가운데 매우 유명한 세 건의 실험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1. 자유의지와 커닝(Cheating)
2008년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는 자유의지 논쟁의 사회적 효과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환경에 의해 미리 결정된다는 주장이 담긴 에세이를 읽은 학생들은 커닝을 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의 결론은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곧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재현 결과, 원래의 실험과 같은 종류의 효과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매우 미미했습니다. 저자들은 이 차이가 실험 참가자들의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이 바뀐 정도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곧 실험 참가자들이 에세이를 읽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앞서 실험과 달랐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연구는 총 341번 인용된 연구로 이번 재현 실험의 대상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된 연구였습니다. 펍메드(PubMed)의 데이터베이스에는 24번 인용되어 있습니다.
언론은 이 연구가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었습니다. 2008년 8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리포트>는 이 연구를 매우 기발한 연구라고 정한 뒤, “이 실험의 결과는 명백했습니다. 자유의지에 반대하는 글을 읽은 이들은 더 커닝을 자주 했다는 것이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심리학 투데이>는 3월에 “자유의지를 믿지 않게 된 이들은 운동을 덜 하고 술을 더 마시게 될지도 모릅니다”라고 썼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월 기사에서 이번 연구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때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또한 “이 결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연구자들의 경고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2. 청결함과 도덕
2008년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는 청결함과 관련된 생각을 한 뒤, 혹은 손을 씻은 뒤에는 자신의 도덕적 판단에 덜 엄격해진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도덕적 순수함과 육체적 청결함이 관련된 증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실험에 대한 재현에서도 원래 연구에서보다 훨씬 작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원래 실험은 영국 학부생을 대상으로 했지만, 재현 실험은 미국 학부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났을 수도 있습니다. 곧 문화적 차이 때문에 두 실험 결과에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지요.
이 연구는 펍메드의 데이터베이스에 17번 인용되어 있습니다.
언론은 이 연구가 잘 알려진 속담을 증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청결(cleanliness)은 신성함(godliness) 다음이다는 오랜 속담의 과학적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했으며 <데일리 메일> 역시 “청결이 신성함 다음이라는 고대의 속담이 있지요. — 과학자들은 손의 상태가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연구를 “세례를 통해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생각해볼 만한 문제”라고 비꼬았습니다.
3. 외로움과 물건에 대한 애착
같은 해인 2008년,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는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은 인간이 아닌 물건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이를 보상한다는 연구가 실렸습니다. 연구진은 자신들의 연구가 사람들이 언제 물건을 의인화하는지 알려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재현 결과 원래 연구에서 발견된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이 실험참가자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방법에서 기존 실험과 재현 실험이 달랐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두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똑같이 편집된 짧은 영화를 보았지만, 재현 실험의 경우 그 내용이 다소 오래된 내용이다 보니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별다른 반응을 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펍메드에 13번 인용되었습니다.
언론은 이 연구를 외로움이 눈에 보이는 사회적 행동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008년 6월, <토론토 스타>는 복음주의 기독교의 성장과 고급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을 연결시켰습니다. 2008년 2월, <사이언스 블로그>에 올려진 한 글은 이 연구가 분명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종교가 ‘실존적인’ 외로움과 소외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증명되었다고 느낄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뉴욕타임스 블로그>는 이 연구가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에서 톰 행크스가 연기한 주인공이 윌슨이라는 배구공 동료가 필요했던 이유를 알려준다고 썼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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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펍메드에 13번 인용되었습니다"의 원문은 "The study was cited 13 times in other journals in the PubMed database" 인데, "펍메드 데이터베이스의 다른 저널들에 13번 인용되었습니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펍메드는 의학저널 데이터베이스인데 여기에 인용되었다는 것은 좀 이상해서요. 그 위에 17번 인용되었다는 부분도 마찬가지.
박하공포증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문장은 1,2,3 의 세 연구에 모두 반복되는 문장이고 1의 연구를 설명하면서 이미 "펍메드(PubMed)의 데이터베이스에는 24번 인용되어 있습니다."라고 표현했기에 간략하게 표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