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국 상하이 주가 지수가 내리막을 걸은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 정부의 능력(지속성과 경쟁력)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습니다. 더 나쁜 점은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가 중국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난 여러 가지 사례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 상황을 잘못 관리했으며, 최근 텐진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폭발 사고를 통해 드러났듯 규제 업무에도 소홀했습니다. 물론 세상에 문제가 없는 정부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문제는 정부의 정통성이 국민의 위임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부 자체의 성과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나라 안팎에서 중국 당국의 능력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최근 많은 문제들이 줄지어 일어났음에도, 중국 공산당은 지난 30년간의 놀라운 경제 성장과 세계 속 중국의 입지가 공고해진 것을 자랑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힘들게 지나온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중국식 모델”이 거짓이었음을 목격했습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일당 독재 체제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경제 성장을 이끈다고 자신의 체제를 정당화해왔습니다. 중국의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중국 리더들이 경험해온 엘리트 코스와 미국 민주주의를 비교하곤 합니다. 그들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웅변술과 효과적인 모금활동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지 그 이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중국 공산당 지도자가 되기 전부터 당과 정부 조직의 서열을 따라 진급했으며, 당의 중앙 관료와 4개 지방 정부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시진핑은 시험을 통과하고 능력을 증명한 사람들만이 오를 수 있는 당의 핵심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정치 체제는 엘리트주의(meritocracy) 체제로,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체제와 비교해 몇몇 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체제에서는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단기적으로 인기를 끌기 좋은 전략을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사회적 긴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칭화대학 교수 다니엘 벨은 그의 저서 <중국식 모델: 정치적 엘리트주의와 제한적 민주주의>에서 이런 장점에 대해 논했습니다. 벨은 중국이 엘리트주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때때로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함을 인정합니다. 시진핑 자신도 고위 공산당원의 2세로 태어났기에 승승장구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공무원은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몇몇은 그 자리를 돈으로 사기도 했고, 다른 이들은 부정한 방법을 통해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벨은 서구에서 주장하는 민주주의와는 반대로, 이런 엘리트주의는 중국이 추구하는 이상에 적합한 체제라고 말합니다.
엘리트주의는 전통적인 중국 정치 문화에서도 나타납니다. 싱가포르 외교부장관이었던 조지 예오(George Yeo)는 벨의 책을 지지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 수세기 동안 중국에선 고위 관료를 과거 시험을 통해 뽑았고, 이는 엘리트주의적이었고 목적지향적이었습니다.” 사실 이 제도는 남용되기 쉬웠지만, 최소한 진급이라는 공평한 기준의 환상을 지속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공무원 시험은 이런 전통적 시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왕조 시대에 고전에 대한 지식이 “정치적 양심을 시험하는 데 불충분”했듯이, 오늘날 시험 또한 양심 있는 관료를 양산하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중국 지도층은 지난 왕조 시대의 도덕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공산당이 “새로운 중국”을 창조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이념적 색채를 띠는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싱가포르는 대표적으로 엘리트주의가 성공적으로 작용한 나라입니다. 오는 11일 진행될 싱가포르 선거에서 1965년 싱가포르 독립 이후 줄곧 집권해온 인민행동당(People’s Action Party, PAP)의 재집권이 유력해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싱가포르 엘리트 독재 방식을 대중이 지지하며 집권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점을 엘리트 체제가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라는 위치는 인민행동당이 재집권할 수 있는 많은 이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런 싱가포르에서도 엘리트주의가 성공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지식인이며 재계 거물로 꼽히는 호권핑(Ho Kwon Ping, 何光平)은 지난 4월 싱가포르 체제는 정체된 엘리트주의로 변질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아버지가 대학 교육을 받은 자녀의 63%가 대학을 갔으며, 아버지가 초등학교 이하 교육을 받은 자녀의 12%만이 대학에 진학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1년 선거에서 인민행동당은 93%의 의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하였습니다. 하지만 60%에 그친 득표율은 역대 가장 낮았습니다. 부동산 가격, 붐비는 대중교통, 이민 등에 대한 걱정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엘리트주의에 대한 인식입니다. 리센룽(Lee Hsien Loong, 李显龙) 총리가 지난 7월 “자연적 귀족(natural aristocrats)”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는 선거에서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가 말한 “자연적 귀족”은 토마스 제퍼슨이 한 말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도덕과 재능을 가진 엘리트로서, 태생이나 부에 근거한 “인위적 귀족(artificial” aristocracy)”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쓰인 단어입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사람들을 자극했습니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에서도 성공한 사람의 자녀가 성공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리센룽의 아버지는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입니다.) 그렇기에 엘리트 2세대 또한 인위적인 귀족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최소한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지배 엘리트층을 밀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체제는 국민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민주적 책임제가 없는 중국의 엘리트주의는 왕조시대 독재를 효율적으로 떠받들던 엘리트주의와 다르지 않습니다.
원문출처: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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