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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편견과 진료실의 인종주의

백인 여성인 제인 라자르는 흑인인 남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습니다. 피부색이 다른 아들들을 키우며 많은 일이 있었지만, 큰 아들 캐리가 18살 때 무릎 수술을 받은 후 병원에서 겪은 일은 특히 가족의 기억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병원 측에서 마취에서 깨어난 아들이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며, 안정제를 계속해서 투약하며 면회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병원 측에서는 캐리의 체구가 크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는 키가 180cm일 뿐 마른 체형이었고 난폭하게 행동했다기보다 겁에 질려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제인 라자르는 이런 미묘한 경험들을 모아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의학과 보건 체계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병원에서 인종 차별은 뿌리깊게 남아있습니다. 환자의 치료에 의사의 무의식이 반영된다는 현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흑인 환자를 볼 때 같은 증상을 겪는 백인에 비해 진통제를 덜 처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대놓고 차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무의식적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죠. 무의식적인 편견은 멀티태스킹 중이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겉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이라는 공간은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겁에 질린 환자들을 대하면서 빨리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사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최근 미국의 여러 의과대학에서는 정식 교과목의 일부로 의료인의 무의식적 편견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UC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 1학년 학생들은 르네 살라자르 박사로부터 이런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미지 때문에 이 동네에는 편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무의식적 편견은 모든 지역의 병원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납니다.” 살라자르 박사의 말입니다. 살라자르 박사는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편견이 아닌 자기 자신의 편견에 대해 말하기를 원하지만, 학생들의 입을 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그런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수업에 앞서 자가테스트를 해본 학생들은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이란 출신 이민자 부모 아래서 자란 한 여학생은 자신이 자신과 같은 갈색 피부의 무슬림을 오히려 싫어한다는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UC샌프란시스코 의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성 컨설턴트”인 하워드 로스가 80, 90년대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편견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을 때 큰 상처를 받은 나머지 오히려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편견을 강화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백인, 남성, 이성애자와 같이 다수/주류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죠. 실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도 이른바 “다양성 교육”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실제로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편견을 강화하는 경우도 많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하워드 로스는 다양성 교육의 이러한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편견을 갖고 있으며 한 발짝 물러서서 한 번 더 생각함으로서 편견이 표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육 방법이 실제로 편견을 없애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UC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에서는 미래의 의료인들이 자신의 편견을 다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 하에, 계속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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