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무인항공기 드론(drone)이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 앞에 갑자기 나타나거나 너무 가까이 스쳐지나가는 건 당연히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비행기가 다니는 하늘길에 드론이 드나들거나 공항에 너무 가까이 드론이 오는 건 모두 금지돼야 합니다. 조종사들은 긴급히 관제센터에 사실을 알리지만 드론은 대개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도 않고 어디서 날라온 것인지 알 길도 막막해 참사가 일어나지 않길 기도하는 것 말고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어쨌든 조종사들이 긴급히 취한 통신 내역은 기록에 남는데, 지난 16일 일요일 하루 동안만 미국 전역에서 이런 긴급 통신이 12건이나 있었습니다. 8월 한 달 동안 보고된 통신 내역만 해도 70건이 넘고, 2015년 들어 지금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무려 700건에 육박합니다. 지난해보다 이미 세 배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드론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관련 규제는 사실상 전무한 현실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연방항공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습니다. 규정상 통신 내역과 드론이 나타난 곳, 일시를 공개해도 문제가 없는데 연방항공국은 공개를 계속해서 거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항공국의 비밀주의에 반대하는 한 정부 관계자로부터 드론과 관련된 긴급 통신내역 수백 건을 넘겨받았다고 밝히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이 기사를 썼습니다. 연방항공국의 브라운(Laura Brown) 대변인은 이 자료가 맞는 것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원격조종되는 드론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늘 유지해야 하는 지역에까지 종종 출몰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백악관 경호실에도 드론은 심각한 골칫거리입니다. 지난 3월 29일,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비치 골프장 상공을 드론이 날아다녔는데, 당시 골프장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를 치고 있었습니다. 보름 뒤인 4월 13일 정오 무렵에는 하얀색 드론이 백악관 주변을 날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드론을 잡기 위해 군 헬기와 병력까지 동원됐습니다. 앞서 1월달에 드론 한 대가 백악관 앞뜰에 추락해 수도 워싱턴DC 전체에 긴장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연방항공국 자료에도 공군 비행기 조종사가 기지 근처, 혹은 민간인 비행기가 들어올 수 없는 구역에서 드론을 발견해 신고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공군 F-15 조종사가 드론이 불과 15m 가까이까지 접근했다고 통신했고, 2주 전 해군 수송기 조종사는 드론이 비행기보다 약 30m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규정상 드론은 모든 공항 반경 8km 이내에 들어올 수 없고, 고도도 약 120m(400피트)보다 낮은 높이에서만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이착륙이 잦은 활주로 근처에 드론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고, 무려 3km 상공에서 드론을 봤다는 비행기 조종사의 증언도 있습니다. 연방항공국의 통신내역 보고서는 1차 자료입니다. 추후 조사 과정에서 사실 관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인데, 실제로 조종사들이 드론이라고 보고했던 물체가 새 혹은 다른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론은 대개 크기가 작아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비행 관제소에 위치를 보고하는 무선응답기(transponder)를 탑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하늘 어느 지점, 어느 높이에 떠 있는지 비행기 조종사가 육안으로 보기 전까지 알 도리가 없는 셈입니다. 드론 주인 또한 자기 드론을 항공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없습니다. 아직 대형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비행기 조종사들은 150m 이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드론은 적절히 반응하기가 어려워 무척 위험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입수한 보고서를 토대로 해당 민간 항공사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항공사들은 개별 통신 내역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며 업계를 대표한 단체인 미국항공운송협회(Airlines for America)에 문의해달라고 했습니다. 협회의 힌튼(Melanie Hinton) 대변인은 미국 정부, 항공 당국과 함께 사람들에게 안전 수칙을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여객기들보다 보통 더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중소형 비행기들은 드론 때문에 아찔한 순간을 더 자주 겪습니다. 드론 자체는 냉장고 정도 크기로 비행기 치고는 아주 작지만, 전문가들은 그 정도 크기라도 프로펠러에 부딪히거나 엔진에 끼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부분 드론에 고해상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탑재돼 있는데도, 가격이 50만 원 안팎입니다. 드론을 조종하는 데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거나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취미로 각광받으면서 드론 판매량은 급증했습니다. 미국 가전협회는 지난해보다 63%나 증가한 70만 대 정도가 올 한해 팔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드론 제조업체들은 드론이 항공 규정을 지키며 군 기지 근처나 제한고도 이상으로 날지 못하도록 프로그램을 입력해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빈틈을 발견해 무력화시킬 수 있을 거라며 프로그램에 제한구역 정보를 더 넣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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