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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캠페인이 놓치고 있는 것

한 시민단체가 대의명분을 널리 알리려 할 때, 정치인의 연설 도중 난동을 부리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그러나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펼치고 있는 활동가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관련 행사에서 적극적으로 연설 방해 공작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 분위기와 관계없이 이목을 끄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법제도의 개혁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마땅히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합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엄격한 범죄소탕 법안을 통과시켰던 대통령을 남편으로 둔 클린턴나, 백인 중심 농촌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샌더스가 미국 사법체계 속에 제도화된 인종주의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캠페인은 몇 가지 점에서 우려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웹사이트에 등장하는 “미국에서는 매 28시간마다 흑인 남성, 여성 또는 어린이 한 명이 경찰, 또는 자경단에게 살해당하고 있다”라는 문장을 뜯어봅시다. 경찰 폭력 사건 관련 수치들을 집계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경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총 607명이며, 그 중 흑인은 155명입니다. 28시간마다 한 명이 죽어나간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죠.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던 희생자가 10분의 1도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처럼 폭력이 만연한 나라에서 경찰의 손에 죽은 모든 흑인이 “살해당했다”는 주장은 과장인 것이죠. 물론 경찰의 손에 죽은 사람이 607명이나 된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고 흑인이 155명이나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지만, 그 중 85%는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단체의 홈페이지를 보면, “경찰은 살해자”라는 정서가 만연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체의 요구 가운데는 퍼거슨 시에서 마이클 브라운을 죽인 경찰관 대런 윌슨을 즉시 체포하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대배심이 윌슨을 기소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했는데도 말이죠. 대배심 제도에 선입견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지만, 한 특정 사건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법치를 포기하자고 외치는 것은 위험합니다.

지방, 주, 연방 차원에서 법 집행 기관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고 빈곤으로 고통받는 흑인 동네에 그 돈을 투자하라는 것도 이 단체의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흑인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경찰 문화를 뜯어 고치라는 요구는 정당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경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바로 가난한 흑인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볼티모어처럼 올해 들어서만 200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도시에서, 빈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찰 예산의 삭감이 아니라 범죄 해결에 앞장서는 유능한 경찰입니다.

경찰과 법원, 교도소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사법 제도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은 1964년 민권법이 통과된 이후, 미국의 사법체계가 흑인을 억압하는 도구로 작용되어 왔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투옥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범죄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흑인이 같은 죄를 저지른 백인에 비해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수감자들의 다수가 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는 것도 사실이죠. 한 해 뉴욕시에서만 2000명이 살해당했던 90년대 초반에 강력한 경찰을 원한 것은 다름아닌 미국 대중이었습니다.

불행히도 미국의 사법제도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도 명백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백인들이 담합해 흑인을 조직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는 식의 음모론은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 올해, 인종 문제에 대해 멋진 연설을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합니다. 오바마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한 그의 관점도 이어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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