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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위기: 물건보다 경험을 사는 소비자들

옮긴이: 이 기사에서 말하는 백화점은 구체적으로 아울렛형 할인 매장보다는 좀 더 물건값이 비싸고, 부유층이 즐겨 찾는 고급 백화점보다는 대중적인 매장들입니다.

“물건보다 경험을 사라(Buy Experiences, Not Things)”와 같은 조언이 언론을 장식한 지 꽤 오래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조언을 넘어서 밀레니얼 세대(현재의 20, 30대)의 소비 패턴을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지난 7월 미국 소비자들이 전체 소매상에 쓴 돈은 6월에 비해 0.6%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에 쓴 돈은 오히려 0.8% 줄었습니다. 미국 상무부(Commerce Department)의 자료를 보면 미국인들이 어디에 쓰는 돈에 우선순위를 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눈에 띄게 씀씀이가 커진 항목은 외식(9%), 자동차(7%), 집수리, 이사, 혹은 건강과 미용 등이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한정된 돈을 다른 곳으로 떠나는 여행, 친구들과 외식, 헬스장 정기권을 끊는 데 먼저 씁니다. 스마트폰과 필요한 앱에 쓰는 돈도 적지 않습니다.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소비는 갈수록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 전에, 사실상 여름 방학 말미에 대다수 백화점과 각종 오프라인 매장에서 진행되는 개학 기념 세일(Back-to-school sale)도 효과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경험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요. 돈이 생기면 친구와 차를 나눠타고 안 가본 도시로 여행을 떠나거나 축제에 가는 게 더 나은 소비라고 여겨지는 것이죠. 소비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이미지를 대표하던 표현 ‘백화점에 물건을 잔뜩 쌓아놓은 물건이 순식간에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모습(pile it high and watch it fly)’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요.”

투자회사 스티펠 니콜라스(Stifel Nicolaus)의 연구원 재프(Richard E. Jaffe)의 설명입니다.

메이시스(Macy’s)나 콜스(Kohl’s) 같은 대중적인 백화점 브랜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들은 연 매출과 이윤 예상 폭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습니다. 상류층들이 더 많이 찾는 고급 백화점 브랜드들의 상황은 좀 낫습니다. 노드스트럼(Nordstrum)의 예상 이윤은 5%나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달러 강세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어든 것은 고급 백화점, 할인 매장을 가리지 않고 미국 소매업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최근 달러는 유로나 엔에 비해 20%나 비싸졌고,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한 것도 미국 백화점에는 악재입니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여전히 소비에도 적잖은 돈을 씁니다. 여기서 또 하나 큰 변화는 오프라인 매장의 인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쇼핑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전체 온라인 판매량은 1.5% 늘었습니다.

백화점보다 더 싼 값에 물건을 파는 아울렛형 할인 매장들의 성장세도 무섭습니다. 티제이 맥스(T. J. Maxx)나 로스 스토어(Ross Stores) 같은 브랜드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기존의 백화점들은 가격, 서비스, 제품 등에 있어 양쪽으로부터 협공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백화점들이 잇따라 할인 매장을 열고 있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더 부추길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소매 업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한쪽이 값을 내리면 다른 업계들도 부랴부랴 따르지 않을 수가 없어요. 결국, 지나친 출혈 경쟁은 적잖은 부담이 되는 거죠.”

소비자 데이터 회사 IHS의 크리스토퍼 주니어(Chris G. Christopher Jr)의 설명입니다.

백화점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만 있는 건 아닙니다. 콜스의 경우 스포츠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매출을 많이 끌어올렸습니다. 메이시스는 매장 곳곳에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세일, 요즘 잘 나가는 브랜드 등 각종 정보를 체크할 수 있는 부스를 설치해 고객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되돌려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형태의 소비 자체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랄(Rajiv Lal) 교수는 말합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사실 이미 웬만한 물건이야 집에 다 있을 거 아녜요? 이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건 더 많은 물건이 아니라 뭔가 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그런 새로운 것이어야만 합니다. 그런 제품을 꾸준히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들은 여행이나 경험에 돈을 쓰는 쪽을 택할 거예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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