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옮긴이: Q&A 웹사이트 <Quora>에 “원하는 만큼만 돈을 지불하라는 가격 모델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이 주제에 관한 한 전문가인 칼 셴(Carl Shan)의 답변을 <Slate>가 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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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 합의해야겠죠?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겠습니다.
1. 돈을 번다: 가격을 정해놓고 물건/서비스를 팔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면 성공이다.
2.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쓰인다: 공짜로 나눠주더라도 상관 없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
3. 브랜드 가치 제고: “원하는 만큼만 내고 살 수 있는 아주 질 좋은 물건/서비스”라는 인식을 얻게 되면 그게 성공이다.
정답은 없습니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맞춤형 전략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죠. 예를 들어 저와 공저자는 저희의 책에 대해 2번, 3번을 달성한다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저희 책을 읽고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때 저희 책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면 책을 팔아 버는 당장의 수익은 줄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내기 전에 우리 책에 관심을 표명한 5,700명을 대상으로 (원하는 만큼 내는 것과 관련된) 몇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던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꼭 적용해야 할 것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톰 몰케스(Tom Morkes)는 <원하는 만큼 내는 가격 설정에 관한 모든 것(The Complete Guide to Pay What You Want Pricing)>이라는 책의 저자로 이 문제의 전문가입니다. 그의 조언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원하는 만큼만 내세요” 전략이 성공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 상황을 정리해봤습니다.
1.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아주 작은 제품
예를 들어 디지털 상품은 100명에게 팔든 101명에게 팔든 비용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습니다. 전자책을 새로운 소비자가 다운로드하는 데 판매자가 따로 들여야 할 비용은 사실상 0에 가깝기 때문에 이 경우 초기 비용이 수거된 다음이라면 한 푼이라도 받고 물건을 더 파는 게 그 자체로 이윤으로 돌아옵니다.
주문을 받으면 물건을 제작해서 배송까지 해야 하는 제품은 다릅니다. “원하는 만큼만 내시라”고 했다가 소비자가 배송비도 못 건질 만큼 적은 돈을 치르면 판매자는 손해를 봅니다.
2. 공정한(fair-minded) 소비자에게 제품/서비스를 파는 경우
몰케스가 말하는 공정한 소비자란 “이 제품/서비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제작자가 흘린 땀과 노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그런 제품을 쓰기 위해 그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죠.
제작자나 판매자 입장에서 관대한 소비자 혹은 돈이 많은 소비자를 찾아헤매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충분히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 음악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했습니다. 제대로 된 값을 내고 음악을 들어주시면 제작자로서 큰 힘을 얻을 것입니다.” 같은 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모두에게 이런 호소가 통하지는 않겠지만, 기대한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있을 겁니다.
원하는 가격 범주를 알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통 이런 책은 15,000~25,000원 정도 합니다. 물론 여러분은 원하는 만큼만 내고 가져가시면 됩니다!” 같은 식으로요.”1만 원 이상을 내고 사가시는 고객 분들께는 저자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책의 뒷이야기 팟캐스트 청취권을 무료로 드립니다.” 같은 메시지도 효과가 있습니다.
3. 다양한 가격대에 팔릴 수 있는 제품
소비자마다 같은 제품에 대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느 가격에 팔더라도 의미가 있는 제품일 경우 원하는 만큼 돈을 받고 파는 전략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정가를 매겨 팔았다면 2만 원을 받고 팔았어야 하는 책이 있다고 합시다. 이 책에 5천 원 이상은 지불할 용의가 없는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만 돈을 치르고 가져가라고 하면 5천 원을 내고 사갈 겁니다. 안 팔리는 것보다는 한 권이라도 더 팔리는 게 나은 상황에선 이런 전략이 효과가 있습니다.
4.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확인할 것
비슷한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만 내세요” 전략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제품/서비스의 질이 월등하거나 사실상 독과점 상태에 있는 경우에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정가를 매겨 파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겁니다.
5. 소비자와 제작자/판매자의 친분 관계, 신뢰
소비자가 제작자나 판매자를 잘 알면 그만큼 제품에 신뢰를 갖습니다. 이 물건/서비스를 허투루 만들었을 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제 값을 치를 확률도 높아지죠. “원하는 만큼만 내세요”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한 뒤 다음 번 제품을 공격적으로 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원하는 만큼만 내세요” 전략은 사실 그때 그때 다릅니다. 몇 가지 조건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실험을 스스로 해보면서 데이터를 얻고 이를 분석해 효과적으로 적용해보면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행운을 빕니다! (S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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