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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에 좀처럼 세 번 연속 권력을 주지 않은 미국 유권자들을 클린턴은 어떻게 설득할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방송국이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면, 응답자의 30%만이 “(다음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응답자의 2/3는 “(다음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는 다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 국정운영 평가를 물은 것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다를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유권자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겪는 문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8년 전 11월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다음 대통령이 이어가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1%밖에 안 됐고, 16년 전 빌 클린턴 대통령도 이 항목에서 36% 지지를 받았을 뿐입니다.

엄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결론은 아니지만, 선거에서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은 ‘8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대통령이 잘 하고 있든 잘 못하고 있든 같은 당에서 또 대통령이 나오는 데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1980년대에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연임에 성공한 뒤 (아버지) 부시(George H.W. Bush)가 또 한 번 집권에 성공한 사례를 들며 3선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선거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죠. 하지만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3선에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얼마나 만만찮은 징크스 앞에 서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계 2차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민주당 소속인)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은 네 번이나 대통령직을 연임했습니다. 루즈벨트에 이어 대통령이 된 해리 트루먼(Harry Truman)도 민주당 소속이었죠.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가능했던 연임을 제외하면, (지금과 같은 양당제의 기틀이 갖춰진 이후 역사에서) 민주당 혹은 민주당의 전신이 대선에서 세 번 연속 승리한 건 지금으로부터 무려 179년 전인 1836년의 일입니다. 당시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대통령을 이어 부통령이었던 마틴 밴뷰렌(Martin Van Buren)이 당선됐던 게 마지막 사례입니다. 이후 우드로 윌슨(Woodrwo Wilson, 1913~1921)에 이어 대권에 도전했던 제임스 콕스(James Cox), 트루먼(1945~1953)을 이으려던 아들라이 스티븐슨(Adlai Stevenson),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 1963~1969)을 이으려던 휴버트 험프리(Hubert Humphrey), 빌 클린턴(Bill Clinton, 1993~2001)을 이으려던 앨 고어(Al Gore) 모두 실패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에서는 물론 클린턴의 경우는 다르다고 말할 것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바람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에 당선됐던 2008년 이전부터 인지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2008년에 오바마 후보와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퉜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와 분명히 다른 정치인이라고 인식할 거라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클린턴 후보의 마지막 공직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던 국무부 장관입니다. 7년 전에는 오바마와 모든 사안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며 다퉜을지 몰라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이란 핵협상을 비롯해 오바마 대통령과 굵직굵직한 사안에서 뜻을 같이 했습니다. 공화당 후보들과 보수주의 싱크탱크들은 물론 이 점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부상(America Rising)이라는 보수 성향 정치단체가 지난해 말 발표한 문서의 제목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클린턴의 2016년 대권 도전이 오바마의 3선이나 다름 없는 10가지 이유(10 Reasons Why Clinton 2016 = Obama’s Third Term)”

공화당의 유력 후보들도 민주당의 정책을 비판할 때 언제나 “오바마-클린턴의 아젠다”, “오바마-클린턴이 고수하는 정책”과 같은 식의 표현을 즐겨 씁니다. 둘을 한데 묶어 틀을 짜겠다는 것이죠.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의 의장인 프리버스(Reince Priebus)도 이를 분명히 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우리는 계속해서 미국 국민은 오바마의 3선이나 다름없는 오바마-클린턴 정책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또한 두 정치인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수렴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클린턴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노력을 해왔다면, 그 노력이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뜻이 되겠죠. 지금껏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서 한 발언, 행적을 보면 뚜렷하게 오바마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의 역사가 말해주는 징크스가 실재한다면, 그 징크스는 선거 기간 내내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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