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성격 특성 요소 가운데 하나인 성실성(Conscientiousness)은 가장 바람직한 특성으로 꼽힙니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하며 높은 생산성을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의 성실성이 평균적으로 높은 나라는 더 잘 사는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국가별로 구성원들의 성격을 비교하는 여러 연구들은 성실성이 높은 나라들이 더 가난하고, 민주화가 덜 이루어졌으며, 평균수명이 더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를 곧 “성실성 파라독스”라고 부르며, 국가 단위의 성실성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다른 이들은 개인간의 차이와 국가간의 차이에 어떤 연관성을 찾으려는 것이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이 좋지 못한 국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성실해야 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성실성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려는 경향을 말하며 매우 다양한 성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Roberts, Jackson, Fayard, Edmonds, & Meints, 2009). 성실성이 높은 이들은 절제(self-disciplined)하며, 행동에 앞서 생각하며, 목표 중심적이며, 사회의 규칙을 잘 따릅니다. 반대로 성실성이 낮은 이는 충동적이고 방종하며, 질서를 지키지 않고, 지시를 덜 따릅니다. 물론 전통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만큼, 더 창의적이기도 합니다. 성실성이 높은 이들은 더 건강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학문적으로, 또 직업적으로 성공하며 약물 남용을 하지 않고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비율 역시 낮습니다. 이런 특성들은 대부분 바람직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성실성이 동반하는 어떤 특성들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실한 이들은 보수적이며, 종교에 충실하며, 권위주의에 순응합니다(Gerber, Huber, Doherty, Dowling, & Ha, 2010; Saroglou, 2010; Sibley & Duckitt, 2008). 또한 사회적 안전과 규칙을 따르려는 성향의 결과로 사형 제도를 더 지지하는 편이며, 보안이라는 이름하에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 역시 지지합니다(Kandola & Egan, 2014; Swami et al., 2012; Vecchione, Alessandri, Barbaranelli, & Caprara, 2011). 이들은 사회가 엄격한 기준을 가지기를 바라며, 그 결과 그 기준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 대해 관용을 잘 베풀지 않으려는 성향 역시 보입니다.
한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특성은 개인의 성향과도 관련이 있으며, 그런 연관성은 지리적인 분포에서도 발견됩니다. 이런 지리적 차이와 개인적 성향의 차이를 연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마이센버그는 올해 이 다섯 가지 성격 특성요소가 나라별로 어떻게 다른지를 통해 어떤 특성이 국가와 그 구성원 사이에 일치하며, 어떤 특성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외향성(extraversion)은 국가의 행복도, 삶의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있으며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은 국가의 평균 IQ와 관계있는 것으로 나타났니다. 이런 상관관계는 개인에게서도 발견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성실성은 낮은 GDP, 낮은 정치적 자유, 낮은 평균 IQ, 높은 살인율과 상관관계를 보였고, 이는 개인의 경우와는 반대되는 것입니다.
국가의 성실성이 낮은 인간개발지수, 낮은 평균수명, 부족한 경제적 자유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 비록 그 상관관계가 GDP를 고려했을 때에는 다소 완화된다 하더라도 – 보인 연구도 있습니다(Mõttus, Allik, & Realo, 2010). 흥미롭게도 성실성이 낮은 나라들에서 무신론자의 비율이 높았고, 알코올 소비량 역시 높았는데, 이는 개인에게서도 보이는 상관관계입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이런 개인과 국가 사이의 불일치가 스스로 자신의 성실성을 측정하게 하는 자료수집 방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실성을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준 그룹 효과(reference group effect)”라고 부르는 것으로, 성실성의 기준이 매우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실제보다 덜 성실하다고 보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매우 성실한 문화를 가지고 있음에도 일본인들은 자신의 성실성을 아주 낮게 평가합니다(Mõttus, Allik, Realo, Pullmann, et al., 2012; Schmitt, Allik, McCrae, & Benet-Martínez, 2007). 일본어에는 심지어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죽는다는 “과로사(かろうし)”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즉, 일본인들은 자신이 자신들의 문화에 포함된 높은 성실성의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 그룹효과는 적절한 설명으로 보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적 증거는 많지 않습니다. 2012년 한 연구팀은 21개 국가를 대상으로 어떤 한 사람의 같은 일화를 보여주며 그 인물의 성실성을 평가하게 했고, 응답자 자신의 성실성 역시 평가하게 했습니다. 만약 기준 그룹효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같은 일화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그 지역에 따라 다르게 평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평가는 매우 유사했습니다. 즉, 자신이 속한 문화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성실성에 대한 기준은 거의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기준을 고려해 사람들의 성실성을 보정했을 때, 그 차이는 거의 무시할 만 했습니다. 즉, 기준 그룹효과가 성실성 파라독스를 설명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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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컬러지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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