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제세계

[이코노미스트] 너무 큰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내려갑니다. 이 자명한 시장 논리의 예외는 언제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최저임금은 이런 예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 결정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수요를 줄이지 않는다는 것을 법칙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노동자들의 미래를 건 도박과 같습니다.

현대 역사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수요를 줄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쏟아져 나온 연구들은 최저임금이 낮은 수준에서 책정되는 경우 – 정규직 노동자의 중위 소득의 50% 이하 – 최저임금이 올라도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8년 영국이 새로운 최저임금을 제정했을 때 비관론자들은 일자리가 다 사라지리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고용은 견고하게 유지되었습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생산성을 늘리고 이직을 줄였습니다. 이 사례에 영감을 받아서 많은 사람이 최저임금을 더 크게, 더 많이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정치인들은 현재 연방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 달러를 15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뉴욕과 같은 큰 도시들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당 내 두 경쟁자 역시 이 정책에 찬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에서 보수당 정부는 공무원들의 최저임금이 중위 소득의 47~54% 내에서 책정되도록 한 것을 뒤집었습니다. 독일 역시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도입했는데 전반적으로는 합리적인 정책이지만 독일의 가난한 지역에서 최저임금 소득은 중위 소득의 거의 62%에 달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폭을 크게 늘리면서 정책 결정자들은 불확실성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적당히 올리는 것의 장기적 효과에 관해서도 우리는 아직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서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경제에 별로 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크게 인상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무모한 생각입니다.

한 가지 위험은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 몇몇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기 침체 때 일자리를 잃은 건설 현장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올라도 경기가 좋아지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숙련된 기술이 없는 마트 출납원은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셀프 계산 기계보다 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계속 일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영국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변호합니다. 경제가 잘 돌아가면 이는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며 사라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주장은 솔직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없어진 일자리가 새로운 일자리로 채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왜 밀턴 프리드먼이 최저임금을 저숙련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칭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노동 비용을 인상하기에는 최악의 시기입니다. 기술 발전은 기업들이 더 많은 사람을 로봇이나 기계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청소와 같은 몇몇 저숙련 직업은 자동화시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저숙련 노동자들은 자동화가 가져오는 위협에 크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현재보다 높은 최저임금은 기업으로 하여금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와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높은 최저임금은 관광이나 제조업과 같이 교역 분야의 경쟁력을 잃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역설은 최저임금은 가난을 줄이는 데 그리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 의회예산국의 분석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오는 소득 효과의 1/5만이 빈곤선 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득 상위 10%의 영국인들이 소득 하위 10% 영국인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데,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중에 상위 10% 가계의 두 번째 소득원인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최저임금은 공짜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부담을 공유할 것이라는 자주 들리는 말은 현실이라기보다 희망에 가깝습니다. 만약 그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면, 최저임금은 주로 소비세(sales tax)를 통해서 충당될 것이고 판매세가 오르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결국 가장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세제 혜택은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있어 어떤 의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세제 혜택의 75%는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에게 직접 돌아갑니다. 또한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보는 한 일자리를 자동화하기보다 계속해서 저소득, 비숙련 일자리나마 유지할 인센티브가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강력한 감정적, 그리고 정치적 호소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감성이 아닌 사실에 기반을 두고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최저임금은 그 수준이 적당할 때 다른 정책들과 함께 쓰일 수 있습니다. 너무 높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이 삶을 개선해주어야 할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가 됩니다. (이코노미스트)

프랑스, 독일, 영국, 그리고 미국에서 최저임금이 중위 소득의 몇 %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비교. 2013년 기준.

원문보기

arendt

View Comments

  • 기술의 발전과 이로인한 저숙련 노동의 대체에 있어서 최저임금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그 자체로 대체속도를 가속화할 순 있을지 몰라도 최저임금이 없다고해서 저숙련노동이 각종 기술로 인해서 대체되는 현상 자체를 막을 순 없죠.
    따라서 중요한건 최저임금을 논함에 있어서 높은 최저임금이 결국 기술로 그 부분을 기업들이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고하는데에 있는게 아니라 결국 우리가 어떤식으로든 미래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기술발전으로 인해 저숙련 노동들이 대체되어버렸을때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충분한 수준에서 유지시켜줄것이냐에 달려있죠.
    최저임금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과도기적 시점에서의 현실적 대책이며 만약 최저임금으로 인한 기업들의 기술을 이용한 인력대체를 걱정한다면 당연히 그 이후에 닥쳐올 문제에대해서도 같이 고민해야하는데 그 부분에대한 고민이 없이 단순히 그러한 걱정으로부터 최저임금의 문제점만을 지적한다면 반쪽짜리 지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 맞습니다. 기술로 인해 저숙력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여부와 상관없이 항상 대체됐죠. 단기적으로는 저숙력노동자의 임금이 저렴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동화시키는게 기업입장에서도 비용이 덜 들테니까요.. 기업이 그런부분을 모를리 없죠.
      최저임금의 규제없이 기업이 자율적으로 물가에 맞는 삶의 적정수준을 유지해줄 임금을 지급하면 좋겠지만 오히려 이게 위에서 말한 '희망'에 비하면 '환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사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최저임금 규제가 없을때 적정임금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는건 그 자체로 시장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기반한 환상에 가깝다고 보고있습니다. 애초에 저숙련노동시장은 현실적으로 노동공급이 기업들의 노동수요에비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에 가깝고 이는 결국 임금수준을 끊임없이 낮추면 낮췄지 사람들이 삶의 적정수준을 유지해줄만큼의 임금수준을 형성시키지는 못한다고 보거든요.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기업을 노동자들이 회피함에따라 장기적으로는 적정임금이 형성될 수 있다라는건 실제 말도안되는 저임금에도 생계를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그냥 환상이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 마지막에 "혜택의 75%는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이나 고용주에게 돌아갑니다." 부분 번역이 잘못 된거 아닌가용.
    Employee 를 반대로 번역한 듯 합니다

    • 문맥상으로 보면 맞는것 같은데요... Employ가...만약 그부분이 Employee가 되려면 뒤에 "하지만"이 나오면 안되죠.

    • 제가 쓴 글이 아니라 이제서야 댓글을 확인했습니다. 지적하신 부분이 맞습니다. 원문에 맞춰 바로잡겠습니다.

  • 저런 신중함을 지난 30년동안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들이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십년동안 낙수효과같은건 금과옥조마냥 맹신해 금융위기와 극도의 불평등을 초래해놓고 꼴랑 최저임금 몇푼 올리는데는 마치 전 지구의 운명을 걸려있는듯 호들갑을 떠는구나.

  • 이런 글을 꼭 번역해야하나요
    미국에선 이미 Casher 대신 절반정도는 기계가 대체했고 이 현상을 최저인금 인상이 가속화할것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지금처럼 임금이 너무 싸서 인간이 안해도 될일을 인간이하는 미친 사회는 정상인가요?
    새로운 서비스라던가 보조하는 할당제라던가 최저임금 인상과 그걸 보조하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한때입니다.
    기계로 대체되는건 당연한데 그걸 막는게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 논조로 쓰이는건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
    이미 기계가 인간을 능가한부분은 엄청 많습니다.
    도대체 이 생산성 향상에 꽃을 인간은 왜 못누리고있을까요?
    신자유주의라고 외치며 낙수효과를 외치는 통장에 0자만 축적해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분배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사람들이 시간이 생기고 문화가 꽃피고 서로를 케어해줄 행복한 사회가 되길 기원하구요.
    그 중앙에 과학과 부가 있기를 원합니다.
    정책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최저임금이 한계까지 오르길 원하고 의무 고용제같은 정책이 생겼으면 합니다.
    이제 이런 경제학이라는 과학도 아닌 엉터리 학문을 근거로 배부른놈들이 싸질러대는 글은 보기가 짜증납니다.

Recent Posts

[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기생충’처럼 무시당한 이들의 분노” vs “트럼프 지지자들, 책임 돌리지 말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7 일 ago

[뉴페@스프] “‘진짜 노동자’의 절망,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미국 대선의 진짜 승부처는 여기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이번 대선은 50:50?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뜻밖의 변수는…”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1 주 ago

[뉴페@스프] 이야기꽃 피우다 뜨끔했던 친구의 말… “조금씩 내 삶이 달라졌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주 ago

[뉴페@스프] 스벅 주문법이 3천8백억 개? 창업자 호소까지 불러온 뜻밖의 악순환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