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휴스턴 지역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휴스토니아>의 편집장입니다. 작은 지역 잡지의 편집장으로서 저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기사를 내는 일과, 수익을 올리기 위한 광고를 유치하는 일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광고도 기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우리 잡지 6월호에 실린 한 지역 부동산 업체의 광고였습니다. 1면 전체에 실린 이 광고는 5인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아늑한 거실을 배경으로 엄마는 큰 딸의 어깨에 손을 두른 채 서 있고, 아빠는 두어살 난 아들을 안고 지나치게 빵빵한 소파에 앉아있죠. 러그가 깔린 바닥에는 젖먹이 셋째가 엎드려 있습니다. 밝은 조명으로 연출된, 사랑스러운 가족의 모습 그 자체였죠. 이 광고를 보고 “역겹다”라는, 전혀 다른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문제는 광고에 등장한 가족이 아빠는 흑인, 엄마는 백인인 “혼혈” 가족이었다는 겁니다. 한 의사는 “이런 잡지를 내 병원 대기실에 둘 수는 없습니다!”라며 분노에 찬 편지를 보내왔고, 일주일 후 “아이들이 인종 간 결혼이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잡지를 곧장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내용의 두번째 항의 서한이 도착했습니다.
두 독자의 충동적인 행동에 저도 충동적으로 답했습니다. 두 사람의 구독을 취소해버리고, 편집장 코너를 통해 이러한 경위에 대해 밝힌 것이죠. 저의 글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우리 잡지는 지역사회의 잡지로서는 좀처럼 받을 수 없는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은 잘했다는 반응이었지만, 내가 주목을 끌기 위해 이런 소동을 벌였다거나 사업에 개인적인 가치관을 반영한다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특히 나의 행동은 “동의하지 않는 관점에 대한 불관용”이라며 LGBT 고객에게 웨딩케이크를 팔지 않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동성애자와 인종주의자를 나란히 놓은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주장에는 모든 의견은 동등하다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관점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죠. 내가 동의하는 관점, 내가 동의하지는 않지만 존중할 수 있는 관점, 그리고 폭력을 조장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는 관점입니다. 그리고 인종주의는 명백히 세 번째, 즉 우리가 불관용을 분명히 드러내야 하는 종류의 “관점”입니다.
오히려 계속 잡지를 보내서 인종주의자를 계몽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종주의자의 돈으로 회사를 꾸려나가야 하는 저의 딜레마는요? 게다가 “재미있게 운동하는 35가지 방법”과 같은 우리 잡지의 기사가 무슨 수로 인종주의자를 계몽하겠습니까?
이번 사태를 통해 분에 넘치는 주목을 받았고 구독자도 늘어난게 사실이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저는 우리 사회가 인종 간 결혼을 다른 모든 결혼과 똑같이 받아들이는 문명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저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끔찍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죠. 그리고 저는 그 사실을 우리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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