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영경제

성공한 기업가의 비결은 은수저?

옮긴이: 사업을 시작할 때 초기 자금, 즉 종잣돈을 마련하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흔히 종잣돈의 출처를 3F(Family, Friends, Fools: 가족, 친구, 아니면 멍청이 –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이들을 빗대어 부르는 말)라고 요약하기도 합니다.투자자를 제외하면 가족이나 친구의 경제력이 종잣돈의 규모를 결정하고 결국 사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돈 없어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창업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을 향해 쿼츠는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창업 열풍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경영대학원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월스트리트에 가는 대신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걸 잃어도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기업가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칭송을 받으며 회자됩니다. 토리 버치(Tory Burches)나 스냅챗(Snapchat)을 창업한 에반 슈피겔(Evan Spiegels) 등 이른바 창업계의 신화적인 인물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연구와 글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연구들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거의 예외없이 탄탄한 자본(financial capital)을 바탕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합니다. 사실 성공한 기업가들 중에는 부모님이 돈이 많거나 아예 집안이 빵빵해 유산으로 많은 돈을 물려받았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이른바 돈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많습니다. 기업가들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는 이들로 흔히 묘사됩니다. 성공한 이들의 출신 배경을 보고 있으면, 이들의 도전 정신이 넉넉한 곳간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실패해도 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해볼 용기가 아무래도 쉽게 생길 테니까요.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된 상황에서는 창의력이 더 잘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워윅대학(University of Warwick)의 오스발트(Andrew Oswald) 교수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창업은, 혹은 자신의 사업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기업가 정신은 “도전 정신보다는 돈놀이(more about cash than dash)”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거듭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번뜩이는 아이디어, 도전 정신, 셈에 밝은 것 등 우리가 ‘사업가 DNA’라 부르는 것도 영향을 미치겠죠. 하지만 자본력의 차이에 비하면 이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경제학자 리바인(Ross Levine)과 루벤슈타인(Rona Rubenstein) 교수는 2013년 성공한 기업가들의 특징을 연구한 논문에서 대부분 기업가들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백인 남성이라고 썼습니다.

“집에 (창업을 지원할 만한) 여윳돈이 없다면, 그 사람이 창업에 성공할 확률이 상당히 크게 떨어졌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위험에 대한 선호도 차이를 연구한 최근 논문을 보면, 투자자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환경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이란 투자금, 가계의 부 같은 것을 포함합니다. 원래부터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유전자란 사실상 허구에 가까운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오뚝이 같은 자세는 창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성공한 기업가들이 대개 처음에는 여러 차례 기업을 ‘말아먹었다’가 그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적용해 성공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초기 자본의 유무, 크기에 따라 진입 장벽은 꽤나 높습니다. 코프만 재단(Kauffman Foundation)의 연구에 따르면, 대개 창업에 드는 제반 비용은 평균 3천만 원이 넘습니다. 여기에 창업가들은 처음에 어느 정도 수입이 나기 전까지는 스스로에게 월급을 지불하지 않죠. 결국 초기 비용을 충당하고 초반의 보릿고래를 넘기는 데 필요한 자금이 뒷받침이 안 되면 창업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습니다. 약 80%의 스타트업은 초기 비용을 개인이 그동안 모아둔 돈 혹은 가족, 친구들로부터 나오는 돈으로 충당합니다.

뉴욕에서 사회적 기업을 하는 한 31살 여성은 그저 꿈만 갖고 창업에 뛰어드는 도전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패를 견뎌내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 자본력과 경제적 배경에서 나온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루 16시간이고 18시간이고 미친듯이 창업에 쏟아붓는 열정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경제적 출신 배경, 자본력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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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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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익을 낼때까지 버틸 돈이 필요한건 맞는듯. 뭐 아끼면 아낄수야 있겠지만, 잘 못챙겨 먹고 잘 못쉬면서 일하면 능률은 떨어져서;;;ㅋ
    그런데 이건 엇나가면 부모님 탓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 국가나 환경 탓을 할수도 있겠지만... 정 자신이 있다면야 투자받는게 아니라 빚내서 생활하다 나중에 갚으면 되긴 할텐데 =ㅇ=;;; 미래 가능성만 보고 돈 빌려주는 은행도 많지는 않을듯... 뭐 잘못 나가면 돈으로 돈먹기 게임의 희생자만 될거 같기도 하고;; 어렵당ㅋ

    • 사실 제일 문제는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빚을 내서 버티는 사람들의 빚은 대부분 고이자를 동반한다는겁니다. 그리고 이런 고이자로인해 수익의 대부분이 날아가면 성공할래야 성공할수가 없죠.
      실제로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위한 목적으로 나온게 유누스의 마이크로크레디트라는겁니다만(특별한 기반도, 신용요소도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창업을 위한 소규모 대출을 지원하는것) 이것도 결국 최근 수년 사이에 미국발 대규모 자본 유입으로 사실상 사채업으로 변질되었습니다.(현재 마이크로크레디트계열의 평균 이자율은 약 35%가량입니다. 심지어 SNS로 사람들을 직접 연결한다면서 엄청나게 홍보한 KIVA도 30%이자대를 찍는데 한국의 사채이자율이 30%넘는것도 다른 선진국들에비해 너무 과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걸 생각해보면 심각하죠.)

      • 정부지원 같은게 아니면, 확실하지도 않은데에 돈을 빌려줄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도... 벤쳐 캐피탈/투자회사 도 이것저것 꼼꼼히 따진 다음에야 투자를 결정하니까요. 돈버는게 여러모로 쉽진 않은...

        • 참으로 복잡한 문제죠. 가난한 사람들은 불안한 기반때문에 새로운 시도에 어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이들이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가 줄어들어 더 나아가서는 이들이 놓인 상황이 고착화되기 쉬움을 의미하니까요. 이건 단순히 돈을 버느냐 못버느냐 이상으로 빈곤계층이 계승되고 고착화되는 문제랑 직접적으로 이어지죠. 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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