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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해자와 수감자들의 만남, 교화에 도움될까?

1993년 켈리 왓츠는 대학 입학을 6주 남기고 끔찍한 일을 겪었습니다. 집에 침입한 두 청소년의 손에 어머니 마릴린 세이지가 목숨을 잃은 것이죠. 왓츠는 오랜 세월 악몽과 우울증과 시달렸지만 심리학 박사 학위를 따고 상담 전문가로 일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살리게 되었습니다. 남편, 두 자녀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왓츠는 더 이상 어머니를 죽인 범인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더 이상 그들에 대한 분노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릴린 세이지의 가족 가운데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마릴린 세이지의 오빠인 존 세이지입니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그는 여동생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고 방황하던 끝에, 교도소 수감자 교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지난 17년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수감자는 2만 5천여 명에 달합니다.

존 세이지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제목은 <삶으로 가는 다리(Bridges to Life)>입니다. 14주 과정 프로그램의 핵심은 범죄 피해자들이 수감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입니다. 물론 격한 충돌을 방지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범인과 해당 범죄의 피해자를 직접 연결시키지는 않습니다. 세이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감자들이 자신의 범죄가 타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생생하게 돌아볼 수 있고, 출감 후에도 바르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존 세이지는 한 종교 단체에서 실시하던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단체의 과도한 선교 활동이 프로그램의 좋은 뜻을 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종교적인 색채를 최대한 덜어낸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삶으로 가는 다리>에는 5백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하고 있으며 텍사스 주에서 가장 큰 사설 교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14주 간의 교육 과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자원봉사자인 범죄 피해자들과 만나서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매번 읽어가야 할 자료도 있습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편지 쓰기”나, “죗값을 치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적어보기”와 같은 구체적인 과제도 주어집니다.

이 프로그램이 여러 편의 미담을 낳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 과정을 이수한 수감자 사이에서 재범률이 낮아지는지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프로그램 이수자들의 재범률인 14%는 40%에서 많게는 75%에 달하는 미국 평균 재범률보다 훨씬 낮지만, 이는 왜곡된 수치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의무사항이 아닌 이상, 제발로 찾아와 교화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이 출소 후 바른 삶을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물론 세이지와 동료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간식을 먹기 위해 또는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과정에 참여하는 수감자들도 많고,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의 피드백이 긍정적이라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하고 있죠.

현재 <삶으로 가는 다리>의 당면 과제는 자원봉사자 모집입니다. 다른 사람이 당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도와달라, 그 과정에서 당신도 극복할 수 있다, 범죄자들도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범죄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세이지와 동료들의 주요 업무입니다. 신앙심에 호소하는 것도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프로그램의 규모가 커졌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려는 범죄 피해자의 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습니다. 세이지의 조카인 왓츠마저도 최근에 와서야 조금씩 <삶으로 가는 다리>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에서 거리를 두면서 상처를 치유해왔지만, 삼촌이 하고 있는 일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 계속 할 겁니다.” 곧 돌아가신 어머니와 같은 나이가 되는 왓츠의 말입니다. (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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