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의 거의 모든 고위 정치인들이 소득 불평등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소득 불평등 문제를 풀어내는 해법에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 차이가 있지만, 양쪽 모두 부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도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점은 같습니다.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는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부자들을 끌어내려서 소득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우리가 저소득층을 끌어올려서 소득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이는 좋은 생각입니다. 현재 부유한 사람들이 엄청난 돈을 선거에 지원하고 있고 언론과 공공 정책과 관련된 논쟁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이런 해결책이 있다면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는 건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와 엠마뉴엘 사에즈가 최근 발표한 소득 데이터가 보여주듯, 부유한 사람들의 소득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올려서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현재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방안 가운데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올라야 하며 주 임금 위원회가 이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만약 미국 전역에 있는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로 올랐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우리가 이 정책을 소득 불평등이 정점에 다다랐던 금융 위기 이후의 시기, 즉 2009~2014년에 실시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정책이 소득 불평등 정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소득 불평등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여전히 한참 부족했을 겁니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에 시간당 15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은 노동자 수는 4,400만 명입니다. 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시간당 15달러를 보장한 것은 4,400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 3천억~4천억 달러의 임금을 더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소득 분포 상위 10%를 제외한 미국의 하위 90% 평균 가계 임금은 2009~2014년 고작 533달러 올랐습니다. 만약 우리가 최저임금 시간당 15달러가 만들어 낸 소득 증가분 3,500억 달러를 더하면 소득 분포 하위 10%의 가계 임금은 2009~2014년 무려 2,360달러 더 올랐을 겁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소득 분포 상위 10%에 있는 가계의 소득은 피케티와 사에즈 교수의 데이터에 따르면 총 6,820억 달러가 증가했습니다. 이는 가계당 41,300달러가 증가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아무리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려도 상위 10%의 소득 증가 폭은 나머지 90%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큽니다. 최악으로 치닫는 건 막았다고 해도 불평등은 여전히 심해졌습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이 상위 10%의 소득을 줄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 말고도 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중산층 가계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정책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한 정책이지만, 소득 불평등을 우려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 있는 선택지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출마 연설에서 중산층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형평성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산층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도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데 부족할 수 있습니다. 1970년 이후 소득 분포 하위 90% 가계의 소득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는 1994~1999년입니다. 이 시기 이들의 가계소득 증가율은 14.1%였는데, 만약 이 성장률이 2009~2014년에 그대로 이어졌다면 소득 분포 하위 90%의 소득 증가액은 총 6,830억 달러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이 늘어날 때 고소득층의 소득 역시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을 크게 줄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즉, 정말 소득 불평등을 줄이려 한다면 고소득자들이 내는 세금을 늘리거나 스티글리츠와 같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기업 CEO들의 급여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현 세제를 손보는 등의 정책을 통해 고소득자들의 소득 증가율을 낮추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엠마뉴엘 사에즈 교수는 말합니다.
“이런 정책 제안들을 단순히 부자들의 소득 증가를 낮춰서 가난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대신, 이런 정책들을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에게 가야 할 부를 부자들이 싹쓸이하는 것을 방지하는 대안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