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서 소개한 논문은 행동 생태학과 사회생물학지(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에 실렸습니다.
“일개미처럼 일만 한다”는 관용적인 표현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연구진들이 템노토락스 루가툴루스(Temnothorax rugatulus)라는 종의 개미를 관찰한 결과 전체 일개미의 절반 가량이 아무 일도 안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의 차본노(Daniel Charbonneau)는 일개미들이 시종일관 아무 것도 안 해서 “먹이를 찾아 모으거나 새끼들을 돌보는 일을 안 하고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임무”인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곤충학자들이 벌이나 개미처럼 군집 생활을 하는 곤충들을 관찰하고 무리의 절반 정도는 별 다른 일을 안 하더라는 개별적인 관찰 결과는 종종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 무리가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겉보기에는)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는 걸 관찰을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차본노는 게으른 개미들이 무리에 짐만 되는 쓸데 없는 존재라고 속단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습니다.
“이 개미들이 실제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우리 눈에만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지도 몰라요.”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들이 다치거나 갑자기 죽었을 때 바로 그 일을 이어받을 준비가 된 예비 일꾼일 수도 있고, 일하느라 지친 일개미들에게 당과 같은 영양분을 날라 먹이는 역할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꿀통개미(honey pot ants) 무리들 가운데는 실제로 이런 역할을 하는 개미가 있습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의 차츠케(Tomer Czaczkes)는 개미들 사이에서 다른 군집과 전투를 벌이는 일이 흔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개미들이 사실은 경비병, 혹은 예비 전투 병력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만히 있는 이 게으른 개미들이 전투가 벌어지거나 위급 상황이 오면 가장 먼저 무리를 대표해 싸움에 나선다는 것이죠.
차본노는 또 게으른 개미들은 대개 몸집이 큰 편이었고, 다른 일개미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본노는 이 게으른 개미들을 분류할 수 있는 다른 특징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서만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면, 게으른 행동이 정말 게으른 건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차본노는 여러 가지 가설들이 모두 맞는 복합적인 상황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 게으른 개미들이 실제로 늙었고, 직접 먹이를 찾아 모으는 것과 같은 일을 하기엔 활동력이 부족하지만, 가만히 한 자리를 지키고 서서 다른 일개미들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나르는 일을 하기엔 더없이 알맞은 조건을 갖춘 거죠.” (New Scien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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