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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혈압은 얼마까지 낮춰야 하는가

혈압을 낮추는 약이 심장병과 뇌졸중을 방지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거의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은 혈압이 얼마나 낮아야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5,8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혈압약을 먹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혈압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낮추어야 하느냐입니다.” 국립 심장, 폐, 혈액 연구소의 심혈관 분과 의장 마이클 라우어의 말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심혈관계 질환은 미국에서 첫 번째 사망원인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는 대규모 임상실험의 결과가 2017년 발표됩니다. 스프린트라는 이름의 이 대규모 임상실험은 성인 고혈압 환자 9,000명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수축기 혈압을 120 이하로 낮추었고, 나머지 절반은 140이하로 낮추었습니다. 즉, 이를 통해 두 그룹의 건강상태, 곧 심장병, 뇌졸중, 신장 질환 뿐 아니라 뇌에 끼치는 영향까지를 비교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낮은 혈압이 치매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일지와 같은 질문에도 우리는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 때까지 의사들은 불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수축기 혈압이 220까지 올라갔던 67세의 글렌 로렌젠은 12월 보스턴 재향군인 병원에서 자신의 혈압이 124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그의 혈압을 더 낮추어야 할까요? 아니면 혈압약의 사용을 줄여 140에서 150사이를 유지하게 해야 할까요?

어떤 의사들은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오르는 건 뇌에 더 많은 피를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다른 의사들은 고혈압이 뇌에 나쁜 영향을 끼치며, 작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웨이크 포리스트 대학의 생물 통계학자인 데이비드 레부신은 아직 여기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말합니다.

최근 노인학 분야에서는 혈압이 150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어느 정도 까지는 혈압이 높아지도록 두는 추세라고 유타 대학의 신장병의사 알프레드 정은 말합니다. “하지만 엄밀한 연구 결과에 바탕한 결론은 아닙니다.”

아직 이 분야에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이유는 혈압의 역사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1950년대, 처음 혈압을 낮추는 약이 나왔을 때, 의사들은 이 약을 과연 처방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수축기 혈압이 ‘100+환자의 나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혈관은 나이가 들수록 뻑뻑해지므로 피를 보내기 위해서는 혈압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967년 발표된 연구는 혈압약과 플라시보를 비교해 혈압약을 복용한 이들이 뇌졸중과 심장질환을 겪을 확률이 월등히 낮다는 사실을 보였고, 그 결과 위의 주장은 근거를 잃게 되었습니다. 혈압약은 주류 상품이 되었고 수백 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초기의 임상 연구들은 오늘날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지는 수축기 혈압(더 높은 숫자)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 숫자 중 더 낮은 숫자인 확장기 혈압에 주목했습니다.

멤피스 V.A 의료센터의 예방의학과장 윌리암 쿠쉬맨은 당시에는 수축기 혈압이 뇌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 나이와 함께 상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팽배했다고 말합니다.

수축기 혈압에 대한 첫 번째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은 1991년입니다. 이 연구와 후속 연구에 의해 심장질환과 뇌졸중을 막기 위해 수축기 혈압이 150 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낮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의사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학 조사는 수축기 혈압이 120이거나 혹은 그보다 더 낮은 사람들의 심혈관에 의한 치사율이 낮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곧 그 수준까지 혈압을 낮추기 위해 약을 처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약에는 언제나 부수적인 효과들이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즉, 원래부터 혈압이 낮은 사람과 약에 의해 낮아진 사람이 똑같은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의 의견은 매우 다양합니다. 국립 심장, 폐, 혈액 연구소는 6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수축기 혈압을 15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미국 심장병 연합에서는 150이 아닌 140을 권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노인을 제외한 이들에게 150 이하를 유지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가진 심장질환 위험에 따라 그 숫자를 더 낮출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국립 심장, 폐, 혈액 연구소의 150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전문가의 의견이 아닌 임상 시험 자료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결과가 2013년 12월 발표되자, 위원회에 참석했던 12명 중 5명이 자신들은 140이라는 숫자를 지지한다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고혈압의 위험이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 목표를 150으로 낮추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느꼈습니다.” 당시 140을 지지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잭슨 T. 라이트 쥬니어의 말입니다.

수축기 혈압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가 외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현재 따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연구에서는 환자의 혈압이 고려되고 있지만, 혈압 연구에서는 지금까지 단지 혈압만이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른 권장 혈압을 찾고자 하는 목표도 포함돼 있습니다.

로렌젠의 담당 의사인 하버드 의대의 마이클 가지아노는 환자가 가진 종합적인 위험을 고려해 로렌젠으로 하여금 살을 빼게 하고 운동을 시켰습니다. 로렌젠은 그의 지시를 따라 고기를 줄이는 지중해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달리기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참여했습니다.

두 번의 심장마비를 겪었던 로렌젠은 이제 가지아노 박사의 가장 자랑스러운 환자입니다. 여전히 덩치가 크지만, 그는 매일 운동을 하고 있고 27kg을 감량했습니다. 혈압 수치가 200을 넘던 당시에 그는 우울한 기분을 자주 느꼈고, 마치 머리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고통스러웠다고 말합니다. 가지아노 박사는 고혈압이 비록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지만, 혈압이 매우 높아지면 어떤 환자들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경과가 좋아요. 약의 효과만은 아닐 거예요. 운동과 체중 감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가지아노 박사가 로렌젠에게 한 말입니다.

병원은 환자의 혈압과 권장 수치를 비교해 의사들을 평가하며 때로 환자의 경과가 좋지 않을 때에는 금전적 손해를 물리기도 합니다. 재향군인회는 수축기 혈압이 140보다 낮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로렌젠의 혈압이 124로 떨어진 것은 가지아노 박사가 좋은 평가를 받게 해줄 것입니다.

그러나 가지아노 박사는 고혈압 치료의 척도로 하나의 숫자만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환자의 혈압이 180에서 145로 떨어졌다면 나는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죠. 그러나 환자의 혈압이 140에서 139로 떨어졌다면 나는 통과한 것입니다.”

같은 날 병원을 방문한 65세의 조셉 모실로의 혈압은 200에서 150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기준으로 재단한다면 치료는 실패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가지아노 박사는 그에게 더 많은 약을 처방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102kg인 그의 현재 체중을 더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지아노 박사는 모실로에게 말했습니다. “약은 원하는 만큼 처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체중조절과 운동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내후년 발표될 스프린트의 결과는 의사들의 진료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만약 수축기 혈압으로 120이 140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로렌젠과 모실로는 새로운 처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만약 스프린트가 ‘120 이하’라는 기준이 명백히 더 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입니다.” 쿠쉬맨 박사의 말입니다.

그러나 120과 140이 큰 차이가 없다면, “지금 상황에서 더 바뀔 것이 없겠죠” 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마지막 가능성은 혈압을 120 이하로 낮추는 것이 오히려 더 해로운 경우입니다.

물론 이런 결과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봉투를 열기 전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거죠.” 쿠쉬맨 박사의 경고입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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