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상에 언젠가부터 썩 달갑지 않은 류의 글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나 상 탔다!”처럼 드러내놓고 자랑하는 류의 글, “부모님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이 열심히 일하셔서 성공하신 덕분에 제가 지금 이렇게 예술을 하며 지낼 수 있다는 거 잘 알아요.”처럼 겉보기엔 겸손 떠는 것 같은데 실은 은근한 자기 자랑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사람들은 점점 직접적으로 드러내놓고 하던 자랑을 투덜거림이나 뻔한 불평 속에 은근히 숨기기 시작했습니다. 엄청 큰 트로피 들고 있느라고 정말 힘들었다는 불평이 실은 상 탔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자랑인 식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은근한 잘난 척’을 뜻하는 영어단어 “humblebrag”가 지난해 옥스포드 사전에 실렸습니다. 겸손하다는 뜻의 “humble”과 자랑하다는 뜻의 “brag”가 합성된 이 단어의 옥스포드 사전 정의는 “표면적으로는 특별할 것 없는 혹은 자기 비하적인 발언이나 행동인데, 실제 의도는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어떤 것에 관심을 끌기 위한 말이나 행동”입니다. 이 단어는 제법 세간의 인기를 끌어 관련 책도 나오고 한 블로그에는 공인들 가운데 소위 “은근한 잘난 척 쟁이(humblebraggers)” 상위 10명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은근한 잘난 척”은 단순히 주변 사람들 몇몇이 눈살 찌푸리고 마는 정도를 넘어 상당히 부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왜 이런 은근한 잘난 척이 사회적으로 점점 늘어나는지, 그리고 이런 말과 행동이 실은 얼마나 대인관계를 해치는지를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300여 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은근한 잘난 척(humblebrags), 직접적인 자랑(brags), 불평이나 투덜거림(complaints) 등을 보여주고 반응을 살펴봤더니, 소셜미디어 상이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든 사람들은 은근한 잘난 척을 가장 싫어했습니다.
“솔직히 자랑을 하거나 아닌 척 은근히 자랑을 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을 때 솔직하게 자랑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은 적어도 솔직함에서는 점수를 땁니다.”
은근한 잘난 척을 하는 사람들은 두 번 점수를 깎이는데, 일단 자랑 자체를 다른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여기에 이를 에둘러 말하는 뻔한 속내가 보이는 순간 사람들은 그 사람에 대해 진솔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글들을 봤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를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문제는 이런 은근한 잘난 척 쟁이들은 자기가 지금 쓰는 말이 얼마나 큰 역효과를 가져다줄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진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잘한 일, 칭찬받을 만한 일을 적절히 알려서 찬사를 받거나 기분 좋은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를 지나치게 떠벌리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에 스스로 빠져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화자가 아니라 청자 입장에서 보면, 실상은 잘난 척하는 모습, 그걸 또 어설프게 아닌 척 겉으로 겸양을 떠는모습 두 가지가 모두 눈꼴 시릴 때가 많다는 겁니다.”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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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
미국판 답정너네요
하하 겸손한듯잘난척 humblebrag 이라는 말 재미있네요 시대상을 보여주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