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가 다른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이름을 거론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달라이 라마는 호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웅산 수지와의 만남에서 미얀마 내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 문제를 꺼냈지만 수지가 “매우 복잡한 문제다”라고만 답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주 오슬로에 모인 노벨평화상 수상자들도 로힝야족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미얀마 서부에 주로 살고 있는 무슬림 로힝야족은 불교가 절대 다수인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차별과 폭력에 시달려 왔습니다. 최근에는 수천 명이 박해를 피해 목숨을 건 피난길에 올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어린 시절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도망친 경험이 있는 조지 소로스도 로힝야족 난민 캠프를 방문해 이들의 상황을 1940년대 유럽 내 유대인들의 상황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유력 정치인인 아웅산 수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수 년간의 침묵을 기억하고 있죠.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수지가 평생을 버마 민주화에 헌신한 것은 사실이지만, 로힝야족의 고통에 대해 계속해서 침묵한다면 인권 문제에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침묵의 배경으로 올 가을 치러질 총선을 꼽습니다. 아웅산 수지가 이끌고 있는 민족민주동맹이 승리하려면, 무슬림을 좋아하지 않는 대다수 불교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죠. 수지는 인터뷰에서 “우리 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무슬림의 파워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와 같은 애매한 말을 하기도 했고, 어느 한 쪽의 편을 들면 오히려 폭력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도 말한 바 있습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관계자는 수지의 침묵에 대해 “수지의 국내 정치적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그녀를 인권의 수호자로 생각해온 국제사회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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