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기억이 사라지면,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대부분의 연구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온라인 저널 eLif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잃어버린 기억은 세포의 핵에 잔존하여 그 이후의 회상을 가능하게 하거나, 적어도 그와 관련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도록 돕습니다.
최근 신경생물학자들에게 수용된 이론에 따르면, 장기기억은 한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로 화학물질을 전달하는 시냅스 상에 존재합니다. 지속되는 기억은 뉴런간의 강한 네트워크 연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시냅스가 약화되면 기억도 약해지거나 흐려집니다.
UCLA 대학 연구팀은 바다달팽이의 뉴런을 세포배양 접시에 놓고 관찰했습니다. 며칠 후 뉴런은 수십 개의 시냅스를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뉴런의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조절하여 더 많은 시냅스를 생성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살아 있는 바다달팽이가 더 많은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것과 같은 과정입니다. 기억을 형성하는 효소를 억제한 48시간 후 뉴런을 다시 확인한 결과 시냅스의 숫자는 최초의 개수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과 완전히 동일한 시냅스들은 아니었습니다. 기존에 생성되거나 새롭게 만들어진 시냅스들 중 일부가 처음 세포와 정확히 같은 수를 유지하기 위해 제거되었습니다.
신경세포가 얼마나 많은 시냅스를 생성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으며, 그게 기억의 핵심적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놀라운 발견입니다. 연구자들은 또한 살아 있는 바다달팽이에게 유사한 실험을 실시했는데, 장기기억이 완전히 지워지고 (즉 시냅스가 파괴되고) 다시 약간의 자극만으로 다시 형성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시냅스를 형성하는 데 관련된 약간의 정보가 뉴런 내 신경세포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시냅스는 콘서트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과도 유사할지 모른다고, UCLA의 신경학자이자 연구책임자인 데이비드 글랜츠만은 말합니다. 쇼팽에게 손가락이 없더라도 여전히 소나타를 어떻게 연주하는 건 기억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기억 연구자들은 이 발견에 흥미를 보이면서도, 속단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설령 뉴런의 세포에 얼마나 많은 시냅스를 형성할지에 관한 정보가 잔존하더라도, 세포가 어떤 위치에 얼마나 강한 연결 강도로 시냅스를 배치하는지에 관한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치 않으며 이는 기억을 저장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기억을 저장하는 시냅스가 돌처럼 굳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기억이 쌓이고 잊혀지는 것 못지않게 시냅스 역시 사라졌다 다시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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