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정말 더 평화로워지고 있을까요? 어떤 학자들은 그렇게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한 수학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국가간의 분쟁은 확실히 줄었으며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의 숫자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티븐 핑커는 이러한 사실에 바탕해 인간성(humanity)은 인류를 전쟁에서 벗어나 더 평화로운 세상에 살게 해줄 것이라는 내용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썼습니다. 전쟁사를 공부하는 이들도 그의 생각을 흥미롭게 여겼고 충분히 그럴듯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핑커의 생각은 그저 희망적인 바람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어떤 대상에 올바른 통계적 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전쟁은 지진이나 금융시장 붕괴와 같이 매우 불규칙한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대상을 통계적으로 다루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오랜 시간이 흐르다가도 수백 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가 갑작스레 터지게 됩니다. 통계학에서 이런 특징은 “두터운 꼬리(fat tails)”라고 불리며, 이때 대부분의 측정값은 몇 안 되는 사건의 결과에 따라 결정됩니다. 큰 사건 이후에는 항상 일정한 지표의 개선이 존재하며, 따라서 전쟁과 같은 대상을 다룰 때 연간 사상자 수의 감소 경향은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없습니다.
더 확실한 분석을 위해 통계학자 파스쿠알 시릴로는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와 함께 이런 종류의 문제에 적합한 이론인 “극치 이론(Extreme Value Theory)”을 이용해 전쟁을 분석했습니다. 지난 2000년 간의 전쟁 기록을 통해 이들은 전쟁에는 지진이나 시장보다 더 두꺼운 꼬리를, 즉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세상이 보이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더 폭력적이라는 뜻입니다.”
시실로와 탈레브는 또한 전쟁은 지진이나 금융시장의 위기처럼 한번에 떼로 몰려오는 특성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이는 큰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언제나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즉, 최근의 세상이 평화롭다고 해서 이로부터 미래에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이와 관련된 학문은 1960년대부터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마크 뷰캐넌의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Ubiquity: Why Catastrophes Happen)”에 잘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제학자 마크 해리슨과 니콜라스 울프는 1870년 부터의 자료를 볼 경우, 국가간의 충돌 횟수는 계속 증가해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특정 시점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의 수 역시 서서히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티븐 핑커의 입장을 변호하자면, 그의 책은 단순히 전쟁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는 고문, 살인, 노예제도, 여성에 대한 폭력, 심지어 동물에 대한 잔학한 행위까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들이 현대로 올수록 줄어들었음을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이번 새로운 연구결과가 그의 결론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핑커가 말한 총체적 폭력의 감소는 아마 사실일 것이며, 또한 계속되어야 합니다. 단지 전쟁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통계학의 입장에서는 사실이 아닌 주장이라라는 뜻입니다.
핑커와 탈레브는 이 문제로 이미 논쟁을 주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탈렙의 글은 여기에서, 그리고 핑커의 글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그들에게 전쟁에는 어떤 통계학의 도구를 적용해야 하는지는 말해주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논쟁이 끝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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