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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저숙련 노동계급 남자들을 위한 조언, “금남의 벽을 허물라”

세계 각국 정치지도자의 90% 이상이 남성입니다. 이름 있는 주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회장들도 마찬가지로 대개 남성입니다. 금융, 기술, 영화, 스포츠, 음악, 대중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여전히 이 세상은 남성이 지배적인 사회로 보입니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눈에 띄게 고전하는 분야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죄를 짓고 감옥에 더 많이 갑니다. 자식과 유대 관계가 대개 여성보다 원만하지 못한 편이며, 자살률이 더 높기도 합니다. 선진국의 남성들은 여성보다 대학을 졸업하는 비율이 오히려 낫고,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보다 기초 수학, 독해, 과학 등 핵심 과목에서 더 많이 낙제하기도 합니다.

오늘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하는 집단은 선진국, 혹은 부유한 나라에서 교육을 잘 받지 못한 하층 노동계급의 남성들입니다. 이들은 한마디로 지난 반세기 동안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비교우위라 할 수 있는 체력과 물리적인 힘을 토대로 일자리를 찾습니다. 하지만 체력과 물리적인 힘은 기술의 발전, 정보의 흐름, 생산 과정의 기계화 등 여러 이유로 그 가치가 갈수록 떨어졌습니다. 반면 여성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자질과 기술을 갖춘 덕분에 의료, 교육 등 새로운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한 번 일자리를 잃은 남성은 많은 경우 다시 일자리를 갖지 못하며, 일자리가 없는 남성은 혼인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결과, 남성 저숙련 노동자들은 직업 없고, 가정을 꾸리지 못하며, 그리하여 미래도 없는 집단이 됐습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치적인 좌우에 따라 꽤 다릅니다. 우선 좌파는 남성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지면 빈곤층이 늘어나고 이것이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미국에서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인 남성 가운데 일을 할 나이에 속하는 이들의 20%가 무직 상태입니다. 이들의 실질 임금은 지난 25년간 21% 떨어졌습니다. 반면 같은 학력의 여성들이 받는 실질 임금은 3% 올랐습니다. 우파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의 붕괴를 더 걱정합니다. 여성은 누구나 안정적인 수입도 있고 집안일도 잘 돕는 남성과 결혼하기를 선호하는데, 둘 다 갖추지 못한 남자라면 아예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는 걸 택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우 직장이 없어 전업주부로 분류할 수 있는 남성들은 여성 전업 주부들에 비해 집안일을 반 정도밖에 안 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TV를 보죠.

결국 중산층 이상에서는 여전히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는 엄마, 아빠와 자식들로 구성된 ‘가족’이라는 개념이 저숙련 노동자, 저소득층 사이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선진국에서 결혼 제도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지난 1980년 이후 세 배나 많아져 전체 아이들의 33%가 됐습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던 일부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70%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규범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입니다. 이 아이들은 대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율도 높으며, 훗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비율도 낮습니다. 일자리 감소와 부적응, 그로 인해 결혼을 안 하다 보니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이 붕괴하고, 불안정한 가족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다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 계속 빨라질 겁니다. 그만큼 숙련된 기술을 갖추지 못하면 일자리를 찾기 갈수록 어려워질 확률이 높습니다. 악순환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 이제 해법을 모색해 봅시다. 우선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화적 규범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특히 중산층 남성들은 육아를 여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태도를 고쳤습니다. 저숙련 노동계급의 남자들도 이를 보고 배워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금남의 벽을 허물라”는 뜻입니다. 옛날과 달리 외과 의사, 물리학자로 활약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꾸준히 금녀의 벽을 허물어왔기 때문이죠. 과거에 하던 식의 제조업 일자리가 다시 어떻게든 살아나겠지라는 기대는 헛된 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보다 간호사든 헤어디자이너든 전통적으로 남성이 잘 하지 않던 일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장려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합니다.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가난한 계층의 결혼을 독려해야 할 정부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경우가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데,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결혼할 나이의 남자들이 감옥에 있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한 번 수감되면 출소 후에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지나치게 어려운 곳이 많은데, 예를 들어 조지아 주에서는 수감 기록이 있는 이들은 소방관이 될 수도 없고, 돼지 농장에서 일하는 것도,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것도 금지돼 있습니다. 이런 규제는 철폐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교육 과정을 손보는 일도 중요합니다. 특히 산업 구조가 완전히 다른 시절에 만들어진 뼈대 위에서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교육 제도는 손볼 곳이 많습니다. 적절한 조기 교육은 특히 남자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정책입니다. 직업 교육이 잘 이뤄지는 독일 같은 나라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합니다. 독일 교육 시스템은 소위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도 자기 적성을 찾거나 일찌감치 이를 계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도해 번듯한 직업을 갖고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냅니다. 학교들이 특히 남자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키워내는 데 신경을 쓸 필요도 있습니다. 남자 교사들의 숫자를 늘려 아이들이 롤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해준다든지, 활동적인 남자 아이들의 기질에 맞춰 체육 교육을 더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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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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