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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일 때(1/2)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집중력은 극대화됩니다. 40년전의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은 언론인 존 호켄베리는 지금도 그 사고 순간을 “슬로우 모션으로” 기억한다고 말합니다.

“38년 전, 우리는 펜실베니아로 가고 있었죠. 나는 자동차 뒷칸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내가 잠에서 깼을 떄, 운전자가 졸고 있는 것을 보았죠.” 그는 지난 해 6월 뉴욕에서 열린 세계과학축제 중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동차는 길을 벗어나고 있었죠. 조수석의 친구가 운전대를 잡기 위해 슬로우 모션으로 몸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운전대를 반대쪽으로 힘껏 당겼죠… 자동차는 다시 오른쪽으로 쏠렸고 우리는 슬로우 모션으로 가드레일을 받았습니다. 자동차는 뒤집어지면서 하늘로 떠올랐죠. 나는 내 인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은퇴한 소방관 리차드 개서웨이는 이런 긴박한 순간에 느껴지는 시간의 느려짐을 “타키 사이키아(tachypsychia)”라 부릅니다. 이는 “빠른 마음(fast mind)”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수백건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상을 경험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현상이 일종의 스트레스 반응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현상이 “상황 자각(situational awarness)”과 “의사-결정 과정(decision-making process)”을 왜곡함으로써 당사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현상은 과연 실제로 일어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요? 베일러 의대의 데이비드 이글맨은 이를 알아보기위해 한 가지 실험을 구상했습니다. 그는 이 실험을 위해 손목에 차는 특별한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이 장치는 어떤 화면이 충분히 빠르게 바뀔 때 우리가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임계 융합 진동수(CFF, critical fusion frequency)”라는 개념을 이용합니다. 곧, 붉은 색으로 쓰여진 숫자 화면과, 반전 이미지(negative image), 곧 숫자 대신 배경을 붉은 색으로 바꾼 이미지를 번갈아 보여줄 경우, 우리는 이 숫자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만약 어떤 순간 우리가 세상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게 된다면,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던 이 숫자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이 실험을 위해 그는 달라스에 위치한 무중력 놀이기구 장치로 20명의 자원자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는 자원자들이 16층 높이인 31미터에서 2.5초간 낙하하면서 자신의 손목에 찬 그 실험장치를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참가자 중 한 명은 추락 내내 눈을 감았기에 그는 실험결과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참가자 19명의 답은 모두 같았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자유낙하 중에 숫자를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단지, 그들에게 자신의 낙하시간이 몇 초 정도 되었는지를 물었을 때, 평균적으로 이들은 이들의 낙하시간을 바깥에서 바라 본 이들이 답한 체감시간보다 세 배 더 긴 시간을 말했습니다. 이글맨은 이를 통해, 위기 순간 우리가 느끼는 시간지연은 실제 인식 능력의 변화가 아니라 그저 기억이 가진 특성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곧, 누구도 실제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고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지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자극을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면, 우리는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뇌는 그런 많은 양의 정보를 해석하는 데 익숙치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건이 보다 천천히 일어났다고 해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간감각과 우리가 가진 인지능력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 이글맨은 휴스턴의 해리스 카운티 정신병원과 협력해, 실제 조현병(schizophrenia)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글자나 사진, 얼굴 등을 빠르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이들이 일반인들보다 약 20% 더 느린 인식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차이가 상위 수준의 인지능력의 차이라고 추측합니다. 예를 들어, 이들은 우리가 종종 스스로에게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이 시간지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며, 그 결과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곧, 환청이 시간 인식능력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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