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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버려지는 아이들과 입양특례법

서울 남부에 위치한 주사랑교회에는 엄마들이 원하지 않는 신생아를 놓고 갈 수 있는 “아기 상자”가 있습니다. 2012년 입양법을 개정한 이후로 매달 받는 아기들의 숫자는 2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아기들이 늘어난 이유는 법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교회는 설명합니다. 법이 규제하는대로 아이를 등록할 수가 없어 아이를 놓고 간다고 설명하는 쪽지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신생아 입양은 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 전쟁 말미이던 1953년에는 파병온 미군들과 한국 여성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버려졌습니다. 굶주린 어린 아이들은 “거리의 먼지”라고 불렸지요. 혈통을 중시하고 다른 집안의 아이들을 기르는 걸 터부시하는 유교 사회에서 이들은 갈 곳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 수천 명의 아이들을 받아준 건 해외의 가정들이었습니다. 한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신생아가 입양아로 쏟아져 나온 건 유례가 없을 겁니다.

해외 입양은 한국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어졌습니다. 20만 명의 고아나 버려진 아이들이 해외로, 특히 75%가 미국으로 보내졌죠. 해외 입양이 절정에 다다랐던 1980년대 중반에는 매일 24명이 나라를 떠났습니다. 중간에 있는 주선 업체들은 수수료로 돈을 벌었고, 2001년 한국 정부는 해외입양 수수료 900만 원, 국내 입양은 200만 원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해외입양이 늘어난 건 출산율을 낮추려던 정부의 노력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두 명 이상의 아이들을 둔 가족은 애국적이지 못하다는 취급을 받았고, 아기들은 경찰서나 시장에 버려졌습니다. 출산율 억제 분위기가 없는 지금의 한국에서는 버려지는 아기들의 90% 이상은 보수적인 사회의 눈초리를 견디지 못한 미혼모들이 버리는 아이들입니다. 가난한 미혼모가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은 입양 가족이 받는 지원금의 절반에 불과할 뿐더러,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족이 있으면 그나마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제 스스로 버려진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세계에 증명하려 합니다. 2007년 정부는 해외입양아의 숫자를 제한했고, 매년 10%씩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해외 입양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적어도 다섯 달 동안 국내 입양가족을 찾는 노력을 했다는 걸 증명해야합니다 2012년 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기관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서는 아동의 출생 신고를 마치도록 강제합니다.

입양특례법은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에서 자란 입양아들의 단체가 지속적으로 로비 활동을 벌인 결과입니다. 어릴 때 받은 인종 차별 등을 알리는 이들 단체는 해외 입양에 반대하고 친부모를 찾는 과정을 투명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현재 해외입양아가 친부모를 찾는 과정은 매우 어려운데, 해외 입양 주선 단체에서 기록을 꼼꼼히 관리하지 않았고, 버려진 아이도 고아나 무연고자로 등록하는 게 행정 절차상 쉬웠기 때문이지요.

해외 입양을 줄이는 정부의 노력은 성공했습니다. 해외 입양 숫자는 현격히 줄어들었고, 입양된 아이들이 다 자라서 친부모를 찾는 과정도 쉬워졌습니다. 그러나 입양 특례법은 원래 취지와 달리 비현실적인 출생신고 강제로 국내 입양 숫자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2012년 입양특례법 제정까지 계속 늘어나던 국내 입양은 입양 조건 강화와 등록된 아이들 숫자의 감소로 굉장히 어려워졌지요. 등록된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든 대신 길거리에 버려지는 아이들은 2011년 127명에서 2013년 22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아이의 출생 신고를 하면 그 흔적이 주민등록 초본에까지 남아 미혼모를 채용하려는 기업에서도 기록을 볼 수 있지요. 일가 친척도 모두 알게 되는데, 미혼모를 터부시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큰 문제가 됩니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1950년대 이래 고아들은 4%만이 입양되었습니다. 입양을 한다 하더라도 입양 가족에서는 아이의 혈액형이 맞는지 확인하고 몇 달 동안 임신한 척하는 등 입양 기록을 숨기려 노력합니다. 집안을 이어야하는 부담감을 덜기 위해 여자 아이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놀라운 건 한국의 낙태율이 OECD 회원국들 내에서 가장 높다는 겁니다. 1990년대까지는 남아선호 사상 때문이었지요. 출생아 남녀 성비가 거의 정상에 가까워진 지금에도 출산율이 여성 한 명 당 1.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건 혼외 임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의 이봉추 교수는 입양 특례법 도입 이후로 낙태율도 높아졌다고 추정합니다. 입양 조건이 강화되면서 입양이 좋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남기게 된 것이죠.

주민등록 초본 발급 조건을 강화한 새로운 법안이 발의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지도 모르니다. 아이를 엄마가 아니라 아빠 기록에 남길 수 있는 옵션도 추가했습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미혼모가 부담해야하는 사회적 압박을 덜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입양특례법은 지원하던 사람들조차 그 부작용을 인정하는 제도가 되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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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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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주변에 불임부부가 꽤있는데 모두들 입양까지 생각해본적이 있어요. 그런데 입양절차와 조건이 그들의 희미한 선의를 싹둑 잘라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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